이 유물을 주목하라
이 유물을 주목하라
  • 소환욱 객원기자
  • 승인 2005.10.30
  • 호수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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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의 명품 3선
경천사 10층 석탑

9만여 평 부지에 들어선 새 중앙박물관은 규모 면에서 세계 여섯 번째이고, 내진 설계는 물론 침수 대비 시설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설비를 자랑한다. 고구려와 발해 유물에서 조선왕조 5백년의 역사까지, 소장한 유물은 모두 15만점에 달한다. 이중 국보가 66건, 보물이 1백7건에 달하는 등 말 그대로 중앙박물관의 면모를 확실히 지니고 있기에 손색이 없는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주목해볼 유물은 바로 얼마 전 일본에서 100년 만에 반환되어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북관대첩비이다. 임진왜란이 끝난지 111년 후인 1709년 함경북도 길주에 세워진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 정문부 등이 관북지방에서 일본군을 8차례나 격퇴시킨 공을 기려 세운 것이다. 그러나 1905년 발발한 러·일 전쟁 당시 함경북도 지역에 주둔하던 일본군 제2사단 이케다 소장이 이 비석을 발견한 후 자신들의 패전 기록을 수치로 여겨 상관인 미요시 중장이 일본으로 귀국할 때 일본으로 가져가 황실에서 보관해왔다. 하지만 야스쿠니신사로 옮겨 뒤뜰에 방치돼 오다가 최초로 발견한 조소앙선생의 기록을 토대로 도쿄에 있는 한국연구원 최서면 원장이 1978년 발견된 이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돼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북관대첩비
이후 정부는 1979년부터 지속적인 반환요청을 해온 끝에 2000년에 북관대첩비 반환의 숨은 주인공인 초산스님과 가키누마 센신스님의 만남으로 북관대첩비의 반환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지난 해 북관대첩비 범국민운동본부가 조직되는데 이른다. 이어 북한의 조선불교도련맹 심상진서기장 명의로 남북이 함께 반환운동을 공동 추진하는 제안이 있었고 2005년엔 북관대첩비 민족운동중앙회 발대식을 열게 된다. 마침내 지난 3월에 일본 야스쿠니신사에서 북관대첩비 조기반환에 합의 하게 되고 지난  20일 반환된 것이다. 이 비석의 반환으로 민족저항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 상징물인 동시에 한민족의 외세극복을 나타내는 민족정기를 되살릴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북관대첩비는 다음 달 6일까지 열흘 동안만 한시적으로 전시될 예정이어서 이번 기회에 봐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국보 제86호인 경천사 10층 석탑 또 한 주목할 만 할 유물이다. 고려 후기의 양식을 대표할 만할 탑으로서 원래는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부소산 경천사 터에 있던 것이다. 이 탑은 1909년 일본에 밀반출되었다가 1918년 다시 반환돼, 경복궁 근정전 회랑에 약 40년 동안 방치되다가 1960년에야 경복궁 뜰에 복원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산성비에 의해 시멘트 모르타르가 훼손되는 등 심각한 보존상의 문제로 인해 1995년 해체된 후 10년 동안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보존처리가 이루어진 끝에 새 국립 중앙박물관에 안치 되었다. 특히 박물관 건축 당시 전시실을 탑 높이에 맞춰 천장까지 통하도록 건축함으로써 탑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탑의 감상 포인트는 고려시대의 탑 건축의 진수와 그 조성연대가 분명하다는 것에 있다. ‘至正八年戊子三月日(지정팔년무자삼월일)’이란 기록이 바로 그것인데 그 건립 연대가 1348년(고려 충목왕)이라는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우리나라 불교 미술의 백미인 두 개의 반가사유상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물이다. 각각 국보 78호와 83호로 지정된 반가사유상은 쓰고 있는 관의 형태를 빌어 국보 78호는 금동일월식반가사유상. 국보 83호는 금동연화관반가사유상이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78호의 머리관의 3장식이 해와 달을 결합한 일월(日月) 장식의 변형이고 83호의 머리관 장식은 연화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해서 나뉘었기 때문이다.

특히 83호로 지정된 반가사유상은 일본 국보 1호인 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쌍둥이 상으로 비교된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당시 백제가 일본의 아스카 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는데 불교 또한 같이 전파돼 같은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 두 반가사유상이 하나는 백제에 남고 하나는 일본으로 전파됐다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특히 두 반가사유상은 입가에 머금은 생기 있는 미소, 살아 숨 쉬는 듯 한 얼굴 표정, 부드럽고 유려한 옷주름, 상체와 하체의 완벽한 조화, 손과 발의 섬세하고 미묘한 움직임 등 모든 것이 가장 이상적으로 표현된 동양불교 조각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주목할 점은 반가사유상은 유물 한 점만을 위해 별도의 전시공간에 전시돼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번갈아가며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첫 번째 주자로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이 전시되고 있다. 고개를 살며시 숙여 깊은 사색에 잠겨있는 미륵보살의 모습을 보며 숭고한 아름다움과 경건한 마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삼국시대당시의 미륵사상의 숭고한 가치를 대변해준다는 점에서 그 미적가치는 충분하다.

이외에도 황남대총 금관, 백제금동대향로, 훈민정음 해례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이충무공 장검, 연가7연명 금동 여래 입상 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중 백제금동대향로, 훈민정음혜례본, 세한도등의 유물들은 한시적인 기간만 전시를 하기 때문에 이번기회를 놓치면 다시향후 몇 년은 볼 수 없는 유물들이 많이 있다. 올해 말까지는 관람료는 무료이니 틈을 내 우리문화의 향취를 느껴 보는 것 또한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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