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오면
9월이 오면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9.01
  • 호수 1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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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열기만큼이나 뜨거웠던 2008년 여름도 어느덧 저물어가고 있다.
아시아에서 64년 동경올림픽에 이어 88년 서울올림픽이 열렸고, 그로부터 20년 만에 북경올림픽이 올해 개최됐다. 아시아에서 열린 세 번째 올림픽이며,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에 등장하면서 온 국력을 모아 준비한 북경올림픽에는 그 화려함이 만들어 낸 그림자 또한 짙다.

그 중 하나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중국정부가 북경시민들에게 인권과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책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를 접하는 사람들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당연하다는 생각 또는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이니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필자가 대학생였던 1986년 9월에 아시아인의 최대 체육행사인 아시안게임이 서울에서 2주 가량 개최되었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국력을 보여주기 위해 화려하게 개최된 아시안게임, 물론 여기에도 전면에 보이는 화려함 뒤에 어두운 면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정부에서 내린 조치인 대학의 전면 휴교이다. 가을학기가 개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의 거의 3주간의 휴교, 잦은 반정부 시위로 해가 뜨고 해가 지던 시절의 전두환 정부가 내린 극약처방이었다.

1986년 당시는 전두환 정권의 말기, 민주화에 대한 거센 요구로 군사정권이 한계점에 다다른 시기였다.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군사독재 정권이 막을 내리고 민주정부가 들어서기를 간절히 바라던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또다시 총칼을 앞세운 군복 입은 제5공화국 정부가 대한민국의 1980년대를 열었다.

이후 전두환 군사정권이 총칼로 제압한 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필두로 82년 부산 미국문화원 사건, 86년 단일 사건 최대 구속자를 기록한 공안사건인 건대사태 등 크고 작은 반정부 반미 시위가 끊이지 않으며 군사정권이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이처럼 대학생들이 주를 이룬 대규모 대정부 시위가 거의 자취를 감춘 것은 올림픽이 끝난 직후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1988년 성공적인 올림픽개최와 함께 경제성장의 고속화로 조직보다는 개인, 일관성보다는 변화, 통일된 행동보다는 개성을 선호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고 우리 사회에도 민주화 등으로 인한 새로운 동력의 발현이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던 것이 그 원인인 듯하다.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소위 386세대로 불리는 필자는 가끔 동료들과 어울릴 때 요즘 대학생들의 정치적 성향과 개성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동료들 중 일부는 지식인인 신세대 대학생들의 낮은 정치참여 및 소속감이 결여된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우려하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것이 우려보다는 시대가 만들어낸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고등학교 때뿐만 아니라 대학생 때도 교련복을 입고 적을 죽이는 훈련을 받고 조직을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온 우리 세대와 교련복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신세대들과 생각이 같을 순 없다. 체육관에서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던 시절의 사람들과 국민이 직접 뽑는 대통령직선제의 힘을 아는 세대 간의 괴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과거의 세대와 달리 지금의 신세대 대학생들은 정치참여뿐만 아니라 젊음을 발산할 음악, 댄스, 스포츠 등 분출구가 지천에 널려 있다. 누려야한다.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즐겨야 한다. 바로 그곳에서 독창성 및 개성이 만발 할 수 있다.

 내가 못하고 안했으니 너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성세대적인 생각은 버려야한다. 저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과도한 고민을 대신 해줄 필요도 없다. 그들도 그런 고민을 충분히 하면서 살아가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2008년의 9월이다. 그리고 2학기 개강이다. 서울아시안게임을 치룬 지 22년이 흘러간 9월이다.
송창근
<노동조합ㆍ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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