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용산시대 펼친다
국립중앙박물관 용산시대 펼친다
  • 성명수 수습기자
  • 승인 2005.10.30
  • 호수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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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에 제자리 찾은 보물들

상설전시장 내부 모습
지난 28일 박물관부분 세계 6대 규모, 단일 박물관 건물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신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에 둥지를 틀고 본격적인 용산시대를 열었다. 중앙박물관은 개관이후 60년 동안 남산, 경복궁 등을 거쳐 드디어 용산에 정착하게 됐다. 6·25 전쟁중에는 유물을 챙겨 부산으로 피난하기도 했으며 전 조선총독부 건물에 짐을 풀었다가 신 용산 건물을 착공하기도 전에 철거된바 있다.

중앙박물관은 지하철 이촌역 2번 출구로 나와 1분만 걸으면 만날 수 있다. 박물관 입구에는 잘 꾸며진 야외공간이 조성돼 있다. 연못과 숲을 아우르는 산책로는 박물관으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관에 도착하면 성벽을 형상화한 박물관 외벽이 실제 거대한 성에 온 것이 아닌가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입장권은 열린마당 앞, 만남의 집, 후원못 매표소 등 세 곳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올해 말일까지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김정호선생의 대동여지도
웅장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주요 유물들이 모여 있는 상설전시장에 입장하면 마치 대형 공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44m에 이르는 천장과 곧게 뻗은 주 복도는 관람 전부터 관람객들을 압도하기 충분하다. 로비인 으뜸홀을 지나 주 복도에서 처음 만날 수 있는 유물은 잘 알려진 북관대첩비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조국으로 돌아온 북관대첩비는 후손들에게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해줄 것이다. 그 뒤로 고달사 쌍사자석등, 경천사 10층 석탑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데 이 세 유물이 도미노 모양을 취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있다. 박물관의 동쪽 끝은 경천사 10층 석탑을 전시하기 위해 천장을 높게 텄다고 하니 그 위용을 짐작할만하다.

주복도의 오른편에 있는 고고관에서 부터 본격적인 관람이 시작된다. 구석기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의 역사가 전시돼 있는데 특히 신라왕들이 썼던 금관은 왕의 위용이 살아있는 듯하다. 어두운 조명 가운데서도 그 찬란한 빛깔을 발하고 있는 금관은 과거 신라를 다스렸던 왕들의 위엄을 빛내고 있다.

복도 반대편 역사관으로 가면 김정호 선생의 숨결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대동여지도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지도 전시물로서도 유일하게 바닥에 전시돼 있어 지나가던 관람객들은 백두산과 평양, 서울과 제주도를 한 번씩 밟아보며 백두에서 한라까지 유람하는 상상에 빠질 수도 있다.

손기정선수의 그리스투구 인도네시아의 청동북
유물의 자태에 숙연해지며
2층에 있는 미술1관에서 선조들의 회화작품을 만날 수 있다. 대중들에 널리 알려진 정선의 금강산도는 그 화폭이 본래 클 뿐 아니라 화려하고 절도 있는 붓선이 금강의 1만2천봉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또 김홍도의 풍속도를 통해 조선 말기 일반 백성들의 생활상을 즐겁고 편안하게 체험할 수 있다.

개인의 기증품을 한데 모은 기증관에는 우리 민족의 아픔과 민족의식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유물이 전시돼 있다. 바로 고 손기정옹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할 당시 히틀러가 부상으로 수여하려 했던 그리스 투구다. 당시 손기정옹은 자신에게 이 투구가 수여될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일제 역시 조선인의 투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외국의 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것이 외신에 의해 알려졌고 손기정옹의 가족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국내에 들여온 것이었다. 하지만 손기정옹은 이 투구가 자신의 것이 아니고 우리 민족의 것이라며 중앙박물관에 기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외에도 분청사기 연꽃넝쿨무늬 병은 자기기술과 불교회화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신비감에 눈을 떼지 못하다
3층 미술2관에는 단연 반가사유상이 눈에 띈다. 불교예술의 백미라는 반가사유상은 유물 보호를 위해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해 단독으로 전시하고 있는데 그 자태가 너무나도 환상적이어서 관람객들의 발을 붙잡고 있다.

다음 관람코스에서 연가칠년이 새겨진 부처상을 만날 수 있는데 세밀한 세공기술에 의해 제작됐다는 것을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정교하다. 국내에 남겨진 유일한 고구려 불교 불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희귀성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박물관의 아시아관은 가장 많은 신설 전시실이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국가의 유물을 한눈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시아관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인도네시아 청동북은 소리가 나지 않음을 익히 알면서도 한번 두드려보고 싶은 충동이 절로 생긴다. 수원시에서 왔다는 박대원(46세, 자영업)씨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가 안내원에게 제지를 받았다”며 멋쩍어했다. 중국관에서는 뭐든지 큼직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민족의 대륙성을 바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크기의 청자와 회화 작품을 만나게 된다.

당나라 고유 양식 당삼채
세계 속의 중앙박물관
용산 중앙박물관은 순수 박물관의 용도로 지은 건물이다. 과거 다른 용도의 건물을 개조해서 사용한 박물관과는 기본적인 구성자체가 다르다. 동선과 조명도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우리학교 배기동<국문대·문화인류>교수는 “세계의 어느 박물관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획기적으로 건설됐다”며 “박물관으로 지어진 건물인 만큼 실용성도 단연 으뜸이다”고 밝혔다.


중앙박물관은 앞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세계 최고의 규모에 비해 휴식공간이 부족한 편이다. 전시실 요소마다 휴식용 의자가 배치돼 있지만 변변한 정수기 하나 없어 물 한잔 마시기도 어렵다. 또 박물관 앞 도로와 주차공간이 비좁아 단체관광객이 몰릴 경우 혼잡이 예상되며 지하철 진입로도 협소하다. 이는 앞으로 박물관 차원에서 관람객들의 불편사항을 최대한 수렴해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은 서울의 중심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중앙박물관의 용산시대는 이제 광화문 인근지역(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세종문화회관)과 강남의 예술의 전당,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잇는 문화중심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박물관의 용산이전으로 용산가족공원, 전쟁기념관, 한강시민공원이 연계된 문화명소로서 역할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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