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이곳에서 무엇을 사셨습니까
여러분은 이곳에서 무엇을 사셨습니까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8.24
  • 호수 12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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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오면서 복사기와 팩시밀리 등 사무전문 기기 산업의 업계 리더였던 제록스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당장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였지만 컴퓨터 산업의 발전과 빔 프로젝터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면서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사무실이 늘어나게 됐고, 이것은 제록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됐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록스는 그들이 파는 제품과 핵심가치를 다시 정의했습니다. 그들은 노키아를 벤치마킹 하면서 눈에 보이는 판매 제품과는 다른 그들이 파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결국 그들이 파는 것은 복사기와 팩시밀리였지만 그들이 판매하는 핵심가치는 정보와 지식의 보관과 관리였던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제록스는 2000대 초 그들의 위기를 극복했을 뿐 아니라 도큐 컴퍼니(Docucompany)로 성공적으로 변신해 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력산업은 사무기기에서 데이터 관리로 바뀌었으며, 그 종업원들은 복사기 회사 직원이 아니라 문서와 정보를 관리하는 데이터 및 도큐 컴퍼니의 컨설턴트로 자부심을 다시 회복하게 되는 기회가 됐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께 물어봅니다.  당신은 한양대학교라는 곳에서 무엇을 사셨습니까. 인생에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시절을 이곳에서 보내며 당신이 찾아내신 것은 무엇입니까. 같은 내용을 조금 다르게 물어보면, 한양대학교가 당신에게 제공하는 핵심가치는 무엇입니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제가 생각하는 한양대학교가 제공하는 핵심가치는 꿈(Vision)과 기회(가능성, Possibility)입니다. 실제로 비정규직과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지금의 20대에게 대학이라는 곳을 꿈을 꾸는 곳, 가능성을 만드는 곳으로 생각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라고 반문하시는 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은 이곳 한양대학교를 통해서 그들이 더 나은 어떤 존재가 되려고 이곳에 왔습니다. 단순히 괜찮은 직업을 좀 더 수월히 갖기 위해서 온 건 뿐만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학위가 아닌, 단순히 취업 요건을 맞추기 위함이 아닌, 그것 이상의 무엇인가를  찾고자 이곳을 선택하셨으리라 확신합니다. 

 학부를 졸업할 때 쯤 입학했던 남자 후배들이 이제 졸업할 시점이 됐습니다. 얼마 전 그 친구들을 만나며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준비하는 미래라고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똑같았습니다. 시험을 준비하고, 또 들어가고 싶은 회사의 면접을 준비하는 등 그 표면적 모습은 다 달랐지만, 그 결론적인 모습들이 너무 비슷했습니다.

 그들의 장점, 특징을 스스로 포기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으로 점점 더 맞춰가고 있었습니다. 이 학교를 나오고 또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일부의 학생들일 수도 있지만 학교가 이들에게 주는, 아니 줘야 하는 핵심가치가 그들에겐 졸업장 이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경제적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성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범적이고 순종적인 사회인의 모습을 갖추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현실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가치, 그 핵심가치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도전해 보고 시도해 보는 모습들이 이 글을 보는 여러분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꿈꾸는 가능성의 공간으로서의 대학의 모습이 이곳을 채우는 당신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막연한 꿈이라도 당신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구체화 시키는 곳이 그 가능성을 제공하는 곳이 대학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모양 좋은 사과를 진정 알고 즐기기 위해서는 먹어봐야 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시도하는 당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을 위해 대학이라는 한 번 가면 다시 못오는 이 황금같은 시기와 공간을 그냥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성큼 가을이 다가온 노천극장에서 꿈꾸는 당신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날려 봅니다.
김태형
<재무처ㆍ회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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