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기록 보는 동양, 선수 재능 보는 서양
선수 기록 보는 동양, 선수 재능 보는 서양
  • 손수정 기자
  • 승인 2008.08.24
  • 호수 12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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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ㆍ서 문화적 사회화로 세상 바라보는 시선 차이 때문

 박태환 선수가 아시아 최초로 4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독도 문제로 예민한 감정을 드러냈던 일본도 ‘아시아 최초’의 선수에게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서양 외신은 ‘박태환 선수’를 주목했다. 아시아 최초도 놀랍긴 하지만 그 전에 박태환 선수 개인의 재량을 더 높이 본 것이다. 이런 동ㆍ서 간의 차이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집단 내에 일정한 지위를 차지하는 사람에게는 그 지위에 적합한 일정한 행동이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기대된다. 문화적 사회화는 사회화 과정에서 수많은 지위와 역할행동을 사람들로부터 배운다. 즉 문화적 사회화의 습득으로 개인의 사회적 자아ㆍ가치관ㆍ성역할등이 결정된다는 관점이다. 동ㆍ서 간의 차이도 이런 문화적 사회화의 관점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심리학자인 피오나 리의 연구에 따르면, 동양인은 사물을 볼 때 전체 속의 조화를 중시하고 서양인은 각 사물의 개별성을 먼저 본다. 서양의 단어에서 ‘너’와 ‘나’는 명확히 구분지을 수 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너’와 ‘나’는 ‘우리’의 안에 속해 명확한 구분선이 모호하다. 연결과 전체를 강조하는 동양문화는 우주나 세상이 독립된 사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연결체라는 인식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의 차이가 사회적으로 답습돼 문화의 차이를 만들었다.

자국인이 외국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을 바라보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예로 볼 수 있다. 동양은 유독 외신들이 자국을 어떻게 보는지에 관심을 둔다. 기사에서도 외신의 반응은 꼭 들어간다. 반면 서양은 개인의 성공에 초점을 둔다. 기사에서도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이고 어떤 재능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4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위축된 모습을 보인 중국의 장린 선수의 반응은 경기에 졌을 때 동양인들이 서양인에 비해 좀 더 움츠리는 행동의 표현을 더 강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동양이 서양보다 더 집단 중심의 문화를 가졌기 때문에 ‘져서 미안하다’는 행동을 자신과 관계된 구성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캐나다는 메달 가뭄이라 할 정도로 이번 올림픽서 고전하고 있지만 의외로 반응은 담담하다. 캐나다 토론토 지역신문이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의하면 “캐나다가 메달을 따지 못해도 상관없는가”란 질문에 40%가 “상관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메달은 선수의 것인데 선수가 메달을 따지 못하는 것을 왜 우리가 비판하느냐’는 반응이다.비교역사문화연구소장 임지현 <인문대ㆍ사학과> 교수는 “동양은 올림픽 메달을 여러 국가들과 경쟁해 얻어낸 성취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비해 서양은 순수한 개인의 능력이 일궈낸 성취로 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 두 차이가 문화적 사회화의 일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손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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