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가도 1등만 하면 된다?
모로 가도 1등만 하면 된다?
  • 손수정 기자
  • 승인 2008.08.24
  • 호수 12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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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우월감 증명하려는 심리…경쟁의 진정한 가치 찾아야

 

 

 

2008 베이징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24일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도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으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연이은 금메달 선수의 소식은 많은 이슈를 만들었고, 이에 못지않게 은ㆍ동메달 선수들의 이야기들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남현희의 은메달은 금메달 이상의 가치를 가진 놀라운 결과였다. 남현희 선수는 한국 펜싱 역사상 여자선수로선 처음으로 한국에 값진 메달을 선물했다. 하지만 남 선수의 은메달 시상식은 중계되지 않았다. 금메달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왕기춘 선수는 늑골이 부러졌음에도 투혼을 발휘해 은메달을 땄다. 그러나 그는 시상대에서 은메달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이어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인 채 울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모 회사의 광고 문구처럼 1등을 향한 한국사회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스포츠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올림픽은 화합을 강조하지만 경쟁의 성격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화합보다는 경쟁을 중요히 여긴다. 비교역사문화연구소장 임지현<인문대ㆍ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교육체계부터가 경쟁을 조장한다”며 “1등의 가치는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우리사회에서 더욱 높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짱 문화는 1등주의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짱은 감투를 뜻하는 장(長)과 일본어의 애칭인 ‘짱’에서 온 표현으로  머릿글자를 붙여 특정부분의 최고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1등주의 맹신은 집단적 콤플렉스에 가깝다. 뭐든 줄 세워 순서를 매기는 문화적 토양 속에서 다양성과 개성은 외면받는다. 1등주의를 당연하게 여기며 경쟁구도 속으로 내몰아가는 사회적 환경이 인터넷 문화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1등에 집착하는 모습은 반도인 한국의 지리적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위로는 중국, 아래로는 일본의 간섭과 침략 위기 속에서 우리 민족은 자력을 갖춰야 했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 민족은 경쟁의 사회구조를 피할 수 없었다. 역설적으로 불안정한 지리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오랜 역사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경쟁구조에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제국주의 시대의 도래와 함께 들어온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은 경쟁의 의미를 바꿨다. 오리엔탈리즘의 최초 정의자로 불리는 에드워드 사이드는 자신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오리엔탈리즘을 동양에 대한 서양의 사고방식이자 지배 방식으로 정의했다.
일본은 자신들이 답습한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을 한국의 식민지에 도입했다. 주체가 일본이었을 뿐 한국은 자연스럽게 서양 중심으로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됐다. 오리엔탈리즘에 사로잡힌 한국은 무의식중으로 외국인을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로 인식했다. 국제적인 자리에서 1등의 위치는 자신보다 우월한 외국인을 제쳤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임 교수는 “경쟁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라며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에 대한 상대적인 위축에서 벗어나 진정한 경쟁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수정 기자 kadi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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