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톡, 한국과 같으면서 다른 그 곳
블라디보스톡, 한국과 같으면서 다른 그 곳
  • 유광석 기자
  • 승인 2008.07.30
  • 호수 12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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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하계 한양대학교 역사문화탐방에 참가한 학생들의 단체사진
‘2008 하계 한양대학교 역사문화탐방’이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있었습니다. 자루비노와 블라디보스톡, 우수리스크를 탐방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고구려, 발해 등 우리의 역사가 남아 있는 연해주에서 한민족의 발자취를 따라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민족간 문화교류의 현장을 체험했습니다. 6박 7일 동안 이어진 일정 중 블라디보스톡 시내 탐방을 기사로 담았습니다.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는 길  PM 12:00
창밖은 어둡습니다. 버스의 시계는 12시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자루비노를 출발해 우둘투둘한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시작한지 어언 4시간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전에 휴게소에 들리면서 잠이 다 깬 터라 더 답답합니다. 처음 러시아에 도착했을 때 봤던 넓은 벌판에 대한 탄성은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더 달렸습니다. ‘땅덩어리 하난 정말 엄청나게 넓구나’ 라는 생각이 들 무렵 창 밖에 여러 가지 건물이 보입니다. 차 안은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도착했구나’ 하지만 차는 더 달렸습니다.  새벽 두시가 조금 넘은 시간 드디어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밤이 깊은 시간이지만 식당 주인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줬습니다. 낮에 먹은 중식이 모두 입맛에 맞지 않았기에, 그리고 5시간을 넘게 달려왔기에 우리는 순식간에 음식을 비웠습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다시 버스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돌아가는데 중형차 한 대에 탄 러시아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 그랬다면 그냥 무시했을 터지만 우리와는 다른 형태의 얼굴, 어두운 시간, 해외라는 점 때문에 괜히 신경이 쓰입니다.

자루비노를 출발한지 다섯 시간하고도 반이 지나갈 무렵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은 새벽 3시. 보통 호텔이 1층에 로비가 있는 것과 달리 이 호텔은 7층에 로비가 있습니다. 방에 들어가니 블라디보스톡 앞 바다가 훤히 보입니다. 밤이라서 그런지 바다는 검은 수평선 밖에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 비둘기를 잡은 채로 미소짓는 한 소년

블라디보스톡 전철역 AM 7:00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어떤 음식이 나올까 기대하고 들어간 식당에는 소시지와 빵, 요플레, 시리얼 등 평소에 먹던 한국 아침밥상과는 다른 종류의 음식들이 즐비하게 있었습니다. 한국을 떠난 지 이제 막 3일째이지만, 벌써부터 얼큰한 감자탕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오전에는 블라디보스톡 전철역과 그리고 혁명광장을 돌아다녔습니다. 블라디보스톡 전철역에 있는 기념품점 한쪽 벽에 우리나라 홍보 판이 붙어있습니다. ‘Korea Sparkling’. 홍보 판에는 갓을 쓴 흰 수염의 할아버지가 핸드폰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에게는 신기한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왠지 억지 설정이라는 느낌에 괜스레 머쓱해집니다. 역은 우리나라의 기차역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륙횡단열차로 보이는 기차 안에는 침대와 온갖 짐이 쌓여있습니다. 러시아 대륙을 횡단할 생각을 하면, 지난밤이 떠오릅니다. 블라디보스톡 역은 영화 「태풍」의 촬영장소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나온 곳을 직접 와본 신기함에 이리저리 둘러보니 다른 학생들이 태풍에 나오는 스틸컷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다들 영화에서 본 모습과 겹치니 느낌이 다른가 봅니다. 자신이 장동건이라는 말에 울컥 하기는 했지만요.

▲ 수십마리의 비둘기 사이에 둘러쌓인 사람들

블라디보스톡 역에서 중앙광장으로 걸어갔습니다. 광장엔 수십 마리의 비둘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위협을 해도 날아가지 않는 모습은 한국 비둘기와 다를 게 없는 모습입니다. 그 중 한 마리는 결국 아이의 손에 잡히기까지 하네요.

블라디보스톡 전망대 PM 1:00
점심을 먹은 후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갔습니다. 가이드의 “딱 한 대 있는 케이블카”라는 말에 큰 기대를 했습니다. 케이블카라는 이야기에 대롱대롱 매달린 케이블카를 생각하며 긴장했지만, 하지만 막상 본 케이블카는 ‘케이블카’라기 보다는 ‘기울어진 전철’에 더 가까웠습니다. 전망대에서 본 모습은 기자가 사는 인천에서 봤던 항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면이 있다면 배의 수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일까요.

전망대에선 이제 막 결혼한 커플이 웨딩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에선 결혼을 하면 시내 명소를 돌며 웨딩촬영을 한다고 합니다. 몇몇 학생들이 신부와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신부보다는 신부의 친구들이 더 적극적으로 사진 찍자고 하네요. 마치 우리나라 결혼식에서 신랑ㆍ신부의 친구들이 더 잘 빼입는 것과 같은 모습이 겹쳐 웃음이 나왔습니다. 나라는 다르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가 봅니다.

▲ 결혼한 것으로 보이는 커플이 카메라를 보며 웃음짓고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잠수함 박물관을 거쳐 향토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1층엔 역사와 동물 전시를, 2층에는 혁명시대의 역사를 3층은 회화전시 코너로 이뤄져 있습니다. 출구로 나가기 바로 마지막 방에서는 러시아 현지 사람들과 같이 민속춤을 췄습니다. 춤이 끝나고 현지사람들이 잘 가라는 노래를 불러 줬습니다. 목소리로만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영화 「원스」가 머릿속에 스쳐갑니다.

아무르 해변가 PM 6:00
거리의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무르 해변가로 이동했습니다. 해변에는 아직 선선한 기운이 남아있었습니다. 해변가는 우리나라의 월미도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 해변의 다른 모습을 기대한 기자로서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해변을 거닐다 밤에 먹을 야식으로 곰새우를 샀습니다. (밤에 야식으로 먹었는데 냄새가 방에 배여 나중에 고생하기도 했지요.)

▲ 나란히 정렬돼 있는 러시아 인형‘마트로시카'

해변가를 뒤로 하고 러시아 정교회에 잠시 들른 뒤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음식점은 북한음식점인 ‘평양관’입니다. 이곳에서 밥을 먹는 도중 점원 분들이 노래방 기기에 맞춰 「휘파람」, 「반갑습니다」, 「다시 만나요」 등을 불러줬습니다. 북한 분들이 노래를 해준다는 점에서 반갑기도 했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게 됐습니다. 마치 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사치관광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평양관에서 밥을 먹고 다시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열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아직도 밖엔 해가 떠 있습니다. 말로만 듣던 백야입니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8시라고 생각하니 적응이 됩니다. 시차에 고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같이 온 사람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서로서로 모여 술잔을 기울입니다.

하늘은 어느새 칠흑처럼 어두워졌습니다. 바다는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처럼 검은 수평선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 신혼부부들이 웨딩촬영지로 애용한다는 곳
▲ 러시아 정교회의 웅장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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