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면 안돼”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면 안돼”
  • 전의건 기자
  • 승인 2008.07.30
  • 호수 12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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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법 위반’ 15년째 법적 투쟁중인 이산해 씨를 만나다

한손에 지팡이를 들고 다리를 절며 걸어온다. 이산해<서울시ㆍ금천구 61> 씨는 본지 기자를 만나자마자 입을 벌리며 빠진 치아들을 보여줬다. “고생했을 당시에, 이가 많이 빠져 잘 먹지도 못했거든. 나한테 사기를 친 그 사람들 때문에, 굶어죽을 뻔한 경우도 많았지”라며 자신의 과거를 털어놨다. 본지 2000년 6월 7일자에 실렸던 그의 사연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

피어오르는 불행의 싹
어린 시절을 유복하게 지낸 이 씨는 목회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꿈을 위해 유학까지 다녀왔다.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울증에 빠진 그의 처가 망치로 그의 머리를 쳤다. 다음날 그가 병원에 간 사이, 아내는 귀신이 보인다며 집에 불을 질러 경찰추산 7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처가 망치로 내 이마를 때려 13바늘이나 꿰맸지. 차녀는 뇌성마비고 막내는 심장병인데 막막하더라고. 거기에 불까지 나고, 사기마저 당하니 대사건이었지”

그 후 1992년 6월 23일 이웃인 통장 김 모씨가 건축업자 황 모씨와 함께 찾아와 수리도 할 겸 재건축을 권했다. 이 씨는 이에 동의했고 공사는 같은해 8월 24일부터 시작됐다. 황 모씨는 시공업자에게 날림공사를 지시했다. 건축업자는 공사를 하면서 이미 완성된 지하부터 세를 받으라 했다. 전세금은 공사비대금 명목으로 건축업자가 가져갔고, 통장도 ‘건축비공락’이라는 명목으로 천만원을 가져갔다. 별다른 수입이 없는 이 씨는 갈수록 돈에 쪼들리게 됐다.

들통난 사기 행각
공사가 부실공사인지라 거의 다 지어진 건물은 비가 오면 물이 새고 지하실 습기는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집은 ‘불법건축물’이 됐고, 건축업자가 준 건축허가서 등 관련 서류들은 모두 위조된 가짜였다.
본래 건축계약을 위해서는 건축주가 감리사를 선정하고, 감리자, 설계자의 도장이 필요하다. 이 씨가 황 모씨와 체결한 계약서에는 건축감리자 보조원 유 모씨, 건축감리자 손 모씨와 구청직원이 짜고 만든 위조문서이므로 적법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 건축허가서에는 구청장의 승인이 없었고, 감리자의 도장란에는 손 모씨가 아니라 오문이란 사람의 도장이 찍혀있었다.

고달픈 나홀로 투쟁
이산해 씨는 93년 건축업자 황 모씨와 통장을 횡령 및 사기사건으로 고소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 당시 검찰이 황 모씨의 진술서를 위주로 판단한 판결문이 그 후에 진행된 수십번의 고소ㆍ고발ㆍ재조사에서 적용돼 결국 모두 기각ㆍ각하되고 말았다.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이 씨는 행정정보공개법을 토대로 검사를 설득해 검찰 수사 문서를 100%공개 받았다.  “정보공개법을 공부해 관련 법조항을 근거로 검찰에 공개를 요구했으나 불허하기에, 사건 관계 검사를 찾아가서 멱살을 잡아가며 싸워 100% 공개 받았지요. 아마 수사문서를 100% 공개받은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제가 처음일겁니다”

진실을 위해 또 다시
자신에게 사기를 친 사람들이 원망스럽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이 씨는 “내가 목회자이니 만큼,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말라고 해요. 아마 그 사람들 어디서 잘 살고 있겠죠”라며 비교적 담담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The Triumph of the right over might, 힘에 대한 정의의 승리를 믿는다”며 올해 7월에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재수사를 신청했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그는 지금도 법적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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