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같은 교류, ‘싸이질’하면
현실같은 교류, ‘싸이질’하면
  • 손수정 기자
  • 승인 2008.07.30
  • 호수 12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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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같은 교류, ‘싸이질’하면

몇 년 전만 해도 세이클럽이나 스카이러브와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는 새로운 만남을 찾는 누리꾼들로 성행했다. 지역도 다르고 나이도 다른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인터넷의 큰 매력으로 꼽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점점 미니홈피와 같은 개인적인 공간을 꾸미기에 더 열중하고 있다.

자유로운 공동의 장이 아닌 현실과 관계된 개인적인 인맥의 장인 싸이월드의 이용 회원 81%가 유행과 변화에 민감한 10대와 20대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만 봐도 이러한 변화를 더욱 분명하게 한다. 자유롭게 타인을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누리꾼들의 입맛을 자극할 수 없는 것이다.

2003년 인스턴트 메신저인 네이트온과 연동해 급격히 성장한 싸이월드는 흔히 ‘싸이’라 줄여 말한다. ‘싸이’는 사이버(cyber)를 뜻하지만 ‘사이’ 곧 ‘관계’라는 뜻으로 누리꾼의 현실상 인간관계를 인터넷에서도 관리할 수 있는 신개념 커뮤니티이다. 누리꾼들은 현실과 같은 복잡ㆍ미묘한 인간관계까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열광하고 있다.

 현실친구 더 친해지고
천 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용 유형을 조사한 결과 대인관계를 위한 용도로 하거나 사용하는 비율이 전체의 76.5%로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자인 대학생 중 인터넷에서 대인관계를 형성ㆍ유지하는 대인적 서비스를 사용하는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싸이월드에선 이런 활동이 ‘일촌맺기’로, 네이트온 에선 ‘친구추천’으로 볼 수 있다. 네이트온과 싸이월드의 연동으로 싸이월드에서의 ‘일촌’은 네이트온에선 ‘친구’가 된다.

특이한 점은 이런 ‘친구’나 ‘일촌’이 현실의 친구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일상의 친구를 인터넷상에서도 만나는가에 따라 일상의 친구관계 만족도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일상의 친구를 인터넷상에도 만나는 경우가 만나지 않는 경우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일상의 친구를 인터넷상에서 만나는 경우 친구관계에 더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구의 생일을 기억하지 않아도 네이트온이나 싸이월드만 켜면 친구의 생일을 알려줄 수 있다. 미처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경우 인터넷상에서 현금처럼 쓰이는 도토리를 선물하거나 ‘선물가게’에서 배경음악이나 스킨을 선물한다. 일촌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방명록을 남기거나 덧글을 남겼을 경우 바로 알려줘 빠르게 상대방에게 자신의반응을 보일 수 있다.

네이트온에서는 자신과 쪽지나 대화를 자주 주고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소홀했던 사람이나 더욱 친해진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일촌과 친구로 맺어진 관계는 대인관계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관계의 질까지 높아진다고 여긴다.

 대인관계 더 좁아지고
싸이월드 ‘파도타기’는 자신의 일촌과 일촌 관계인 다른 회원의 미니홈피에 방문하는 것을 뜻한다. 파도타기를 하다보면 전혀 모르는 사람의 미니홈피를 엿보기도 하지만 주로 홈페이지 관리자의 친분관계와 인기가 어떤지 판가름 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우효은<경상대ㆍ경제학부 08> 양은 “일상에서 새로운 타인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외모나 옷차림 혹은 단편적인 행동을 보고 나름의 가치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며 “이런 파도타기를 통해 모르는 사람의 은밀한 비밀까지 알 수 있어 이에 더욱 친근감을 느끼거나 다음에 현실에서 만나도 어색하지 않도록 얘기할 수 있는 공통된 주제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리 관계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점이면서 동시에 선택적 인간관계를 조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접근성이나 편리성이 뛰어난 매체의 특성상 관계를 맺고 끊는 일은 모두 개인의 선택이다. 다양한 관계를 보장하지만 그만큼 상대적으로 메시지 수신 거부만으로도 관계가 단절되는 약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네이트온의 ‘남몰래 들어가기 기능’은 일상관계에서 꺼려지는 사람이 온라인에 있을 때 이를 피하고 싶은 사람의 심리를 대변한다. 김현호<공학대ㆍ기계정보경영공학부 08> 군은 “일상에선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앞에서 내색을 할 수 없다”며 “그러나 남몰래 들어가기 기능으로 나의 존재를 감추고 있으면서 싫어하는 사람이 나갈 때까지 내 친구들에게만 쪽지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군은 남몰래 들어가기 기능을 현실에서의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방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정의했다. 이런 기능을 통해 누리꾼들은 더욱 ‘선별적’으로 친분을 유지하거나 차단 할 수 있다.

 자기표현 더 쉬워지고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흔히 ‘한 개인의 모든 것’이라 말한다. 미니홈피 메인에 자신의 감정에 따라 쓸쓸, 외로움, 즐거움, 기쁨 등으로 바꿔 자신의 그날의 기분을 방문자들에게 알린다. 이 외에도 배경음악과 스킨을 자신의 취향을 알리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미니홈피의 인기가 올라가는 동시에 디지털 카메라 시장도 급성장했다. 이 사실은 누리꾼들이 자신을 알리려는 욕구가 더욱 증가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미니홈피는 사진으로 대표된다. 휴대폰 문자와 같은 짧은 문장에 익숙한 현세대는 긴 문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사진은 자신을 더욱 적나라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보는 사람도 복잡한 글을 읽을 필요 없이 사진 한 장으로 이해하길 원한다. 이 때문에 미니홈피가 ‘보여주기’식으로 치중하는 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방문자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싸이월드를 두고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파도타기 등 여러 가지  싸이월드의 주력 서비스가 사생활 보호에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66.5%의 많은 회원들이 아직 자신을 찾으려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미니홈피를 차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이트온 대화명을 바꾸는 것은 간단하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의 하나이다. 나의 기분이 이렇다, 혹은 어떤 일이 있다는 것을 한 줄로 써놓는다. 즉 대화할 ‘꺼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김태환 <경상대ㆍ경제학부 07> 군은 “이를 곧이곧대로 이해하는 사람도 없다”며 “바쁘다는 표시를 해도 그것이 한가해 보이지 않기 위한 겉치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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