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된 가치관과 편협한 역사관의 역사교과서
편향된 가치관과 편협한 역사관의 역사교과서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6.04
  • 호수 1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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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교과서포럼이라는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은 이른바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라는 책을 만들어 내놨고, 대한상공회의소는 현행 국사교과서를 검토한 내용을 정부에 보내 수정을 요구했다. 그리고 교육과학부장관은 현행 국사교과서가 좌편향적이라면서 이미 교과서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 ‘교과서포럼’이란 단체를 만들고 현행 교과서에 대한 비판을 시작해왔는데, 최근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들의 영향력은 정부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부 보수 언론은 이들의 역사관을 대중들에게 확산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관은 어떤 것일까. 이는 최근 ‘교과서포럼’이 만든 이른바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에서 잘 나타난다. 이 책은 책머리에서 ‘민족’보다는 ‘개인’을 주체로 한 역사를 쓰겠으며, 인간의 본성인 ‘자유’와 ‘이기심’이 역사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역사를 쓰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한 개인이 어떤 역사관을 가질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교과서를 어떤 역사관 위에서 쓸 것인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물론 ‘민족’만을 앞세우는 역사관도 문제가 있겠지만, ‘개인’만을 앞세우는 역사관이 과연 교과서 집필에 적합할지 의문이다.

역사교육의 목표가 건전한 역사관을 가진 시민을 양성하는 데 있다고 한다면, ‘개인’과 ‘공동체’를 함께 고려하는 균형잡힌 역사관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또 인간의 역사발전에는 인간의 ‘이기심’ 못지않게 ‘이성’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이 책의 필자들이야말로 편향된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편향된 가치관은 이 책의 필자들이 ‘시장경제, 자본주의경제’를 지나치게 이상시하면서 모든 역사적 사실을 이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 쓰는 편협한 역사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경제를 지향한 개화파는 높이 평가하지만, 평등한 사회를 지향한 동학농민봉기는 낮게 평가한다.

또 식민지시기에 대한 역사에 대해서도 ‘민족’이 아닌 ‘시장경제, 자본주의의 발전’을 기준으로 역사를 서술한다. 예를 들어 일제가 전쟁 수행, 쌀의 수송, 지하자원의 수송을 위해 건설한 철도나 항만 등에 대해, 이러한 일제의 목적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식민지 한국에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활성화했다”고만 쓰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도 교육시설, 의료시설, 도시의 발전 등을 들면서 식민지시기가 ‘근대화’ ‘문명화’의 시기였음을 이 책은 강조한다. 반면에 이 책은 민족운동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간략하게 다루면서 민족운동 세력 간의 갈등을 강조하고 있고, 김구의 한인애국단 활동을 ‘테러활동’이라 지칭하는 등 폄하하고 있다.

이 책은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을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이승만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체제의 기틀’을 세운 이로 평가한다. 그리고 박정희의 5.16쿠데타는 ‘근대화혁명의 출발점’으로 평가한다.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평가기준 역시 근대화와 시장경제인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편향된 가치관과 편협한 역사관 위에서 쓰인 책이다. 따라서 이러한 책을 기준으로 새로운 역사책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자라나는 학생들을 모두 편향된 가치관과 편협한 역사관을 가진 학생들로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박찬승 교수<인문대ㆍ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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