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할 수밖에 없는 언론의 운명
무책임할 수밖에 없는 언론의 운명
  • 장형수 기자
  • 승인 2008.06.04
  • 호수 12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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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맘때쯤 되면 당신의 입가에 맴도는 말이 있다. 아, 시간 참 빠르다. 벌써 1학기가 끝나가는구나.

식상하지만 이 말은 정말 그렇게 느끼기도, 혹은 아무 의미 없이 습관적으로 되뇌기도 하는 말이다.
10대와 20대의 차이를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학창시절엔 지겹게도 안 가더니 20대에 들어서자마자 급속도로 빨라졌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은 점점 빨라진다. 우여곡절 끝에 한양대학보도 어느 덧 이번 학기 마지막 신문을 맞이했다. 쉼 없이 달려온 터라 숨도 많이 찬다.

무엇보다도 2008년 1학기는 유난히 많은 일이 있었다. 덕분에 기자들은 고생을 좀 했지만, 작년에 비해 아이템의 부재로 고민하는 일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들의 입장으로선 솔직히 조용한 평화보다야 시끄러운 혼란이 단연 좋다.

언론의 역할, 그리고 좀 더 나아가 대학언론의 역할을 생각해본다. 가만 보면, 언론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면이 있다.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비판만 일삼는 태도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언론은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자는 전문가가 아니라 소위 잡지식이라고 할 수 있는, 다방면을 두루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쭙잖게 대안을 제시한답시고 나서는 것은 오히려 경계할 일이다.

기자가 아무리 취재를 열심히 해도 평생 한 분야에 매달려온 전문가나 교수를 따라간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대학생 기자라면 오죽하겠는가.언론이란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했거나, 혹은 누군가 감추려는 일을 들춰내는 것으로 족하다. 다수보다는 소수를 대변해야 하며, 모두가 주목하는 상황의 또 다른 이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해서도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위험성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해결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렵다. 이럴 땐 ‘무책임한’ 기자가 됐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언론에게 있어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영원한 숙제다.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풀어서는 안 되는 역설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한 학기동안 한양대학보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다음 학기엔 보다 나은 신문으로 찾아올 것을 약속드린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우리 기자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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