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는 현대인의 스페셜리즘이다
오타쿠는 현대인의 스페셜리즘이다
  • 김규범 수습기자
  • 승인 2008.06.04
  • 호수 12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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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에 대한 편견 버리고 전문성에 주목해야

사람들은 오타쿠를 사회로부터 단절된 채,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미소녀를 좋아하는 남성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본래 오타쿠는 어떤 것을 광적으로 좋아해서 마니아 이상으로 지식을 쌓고 있는 사람으로 전문성과 창의성을 지닌 사람이다. 이런 이유로 오타쿠들의 전문성을 높게 평가하고 이들의 능력을 활용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오타쿠 문화는 전후 일본이 처한 시대상황으로부터 형성됐다.

1948년 2차 대전 이후 일본에서 일어난 베이비 붐 세대인 단괴세대는 오로지 일밖에 몰랐던 세대였다. 갑작스런 인구수의 증가로 경쟁자의 증가와 패전한 조국을 재건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원인이었다.

이런 단괴세대들은 다음세대인 자녀들과 의사소통을 원활히 이루지 못했다. 이 자녀들이 바로 신인류라 불리는 세대이다. 이들은 부모세대인 단괴세대와의 소통단절로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집단주의적 문화도 오타쿠 문화의 큰 요인이었다. 밖으로 개성을 드러내면 이지매를 당하는 사회분위기에서 개성을 표출할 공간은 자신만의 세계였다. 그래서 이들은 개성을 나타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가상세계로 탈출했다. 1960년에 이케다 하야토 수상이 내세운 소득배증정책이 그 일환이다. 국가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자 국민의 소득은 증가했고 생계에 대한 걱정이 없어진 신인류 세대는 점점 더 자신의 세계에 몰두했고 오타쿠 문화는 더욱더 발전했다.

이런 사회적 요인으로 탄생한 오타쿠는 기존의 팬이나 마니아와 차별화된 전문성과 창의성을 보인다. 어떤 대상을 좋아한다는 점은 이 셋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오타쿠는 단순히 한 분야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팬이나 마니아를 뛰어넘어, 전문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새로운 창작물을 생산한다.

이미 오타쿠의 능력은 그 뛰어남을 인정받고 있다. 에디슨, 스티븐잡스, 골프선수 최경주, 그리고 우리나라의 많은 게이머들 모두들 오타쿠이자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새로운 문화를 만든 사람들이다.

황상민<연세대ㆍ심리학과> 교수는 “오타쿠는 엽기적이고 이상하다는 편견을 버리고, 그들이 특정 대상에 몰입하고 규범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새롭게 창조하는 디지털 시대의 힘인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미래 사이버 세계가 발전할 수 있는 힘이 오타쿠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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