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감정과 인터넷의 결합이 집단행동 유발한다
분노의 감정과 인터넷의 결합이 집단행동 유발한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08.06.04
  • 호수 127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에서 일어난 분노표출이 오프라인 촛불집회 이끌어내

사회운동 분야의 연구는 1980년 대 중반 이후 운동 행위자들이 의미를 동원하는 작업에 주목했다. 행위자들은 집합행동 창출에 필요한 의미를 생산하고 유지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집합행동이 동원하는 의미는 일반적으로 사회운동 조직의 활동을 촉진하고 정당화하며 문제를 야기한 대상을 정하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과 행동을 촉구하면서 구성된다.

집합행동의 의미구성 과정에서 합의동원과 행동동원이 이뤄진다. 합의동원은 행위자들의  운동조직이 지지를 얻고 잠재적인 지지자들을 확보하는 과정이고 행동동원은 행동할 의사가 있는 행위자들에게 목표와 방법을 제시해 의식을 행동에 옮기는 과정이다. 합의동원은 행동동원에 앞서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합의동원을 위해서는 가치증폭과 신념증폭이 중요하다. 가치증폭은 잠재적인 지지층 사이에서 중요하게 인식되는 가치를 규정하고 이상화하며 고양시키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이슈는 구성원에게 중요한 가치로 인식될 필요가 있는데 서구 운동단체들은 정의, 주권, 표현의 자유, 가족, 평화 등을 강조해왔다.

신념증폭도 합의동원에 중요한 요소다. 신념증폭은 행위자들과 잠재적 지지자들에게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고 의미 있다는 신념을 증폭시키는 것을 말한다. 문제의 심각성, 책임소재 규탄과 적대감 고취, 집합행동의 효율성과 타당성 등이 신념의 대상이다.

가치와 신념이 증폭되기 위해서는 집합행동이 동원하는 의미가 일관성이 있고 주창자가 신뢰성을 가져야 하며 경험적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촛불집회와 같이 최근 나타나는 집합행동은 일차적으로 비대면적인 공간인 온라인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주창자의 신뢰성 보다는 의미의 일관성과 경험적 신뢰성이 중요하다.

온라인 공간에서 집합행동에 대한 합의를 효율적으로 동원하는 요인으로 ‘분노’의 감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감정은 부정의한 상황에 대해 분노가 내제되고 표출되더라도 한순간에 사라진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개인의 분노가 텍스트로 저장되고 가시성을 띠기 때문에 공격성을 갖고 널리 유통된다.

특히 분노의 감정은 인터넷과 결합해 큰 파급력을 가진다. 인터넷 공간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시ㆍ공간의 장벽이 없으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분노의 감정은 밀도 있게 표출될 경우 다양한 온라인 활동을 유발하고 나아가 오프라인 집합행동을 촉발하는 분위기까지 형성할 수 있다.

온라인과 분노가 결합해 집합행동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김경미<사회발전연구소> 교수의 논문에서 잘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2년 6월 13일 여중생 두 명이 미군의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을 두고 이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11월 20~22일 미군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이 내려지면서부터 주요 온라인 공론장에서 관련 게시글이 급증하고 27일 새벽에 여중생 추모 촛불집회가 제안되면서 누리꾼의 의사소통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사람들의 고조되던 분노는 한 공중파 방송이 26일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의 필요성을 조명한 프로그램이 나가고 정부가 무죄판결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내보내자 ‘직접 나서야 한다’는 강한 공감대로 형성된다.
이런 과정은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한미 FTA체결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조항을 두고 일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방침을 발표하자 사람들의 분노가 치솟고 온라인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는데 한 공중파 방송사가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또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의지를 재차 천명하면서 불평등 조약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연일 촛불집회가 일어나게 됐다.
한일 월드컵에서 보여준 응집력이 경험적 신뢰성으로 작용해 여중생 촛불집회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해보면 분노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과 더불어 촛불집회 성사를 대서특필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형태가 촛불집회가 성황을 이루게 한 중요한 요인으로 볼 수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