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이유같지 않은 이유
관행, 이유같지 않은 이유
  • 장형수 기자
  • 승인 2008.05.25
  • 호수 127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익숙함이란 참 무섭습니다. 무엇이든지 익숙해지면 어느덧 당연하다고 느끼는 때가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매너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이런 익숙함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관행이라는 건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지만 유독 우리 사회에서는 좋지 않은 의미가 강한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관행이라고 하면 ‘흔히 불법은 아니지만 용인되는 것’, 혹은 ‘통용되는 행위이지만 외부에 알려지면 도덕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 등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관행은 누가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많습니다.

물론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다 보면 필요한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관행이 문제되는 이유는 행위자가 특별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관행은 의식과 관련된 문제라 사실상 법으로도 규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행이 갖고 있는 힘의 논리적인 근거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관행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는데, 사회에서 법으로 제한할 수 없는 영역을 대신하는 기능과 기득권을 보호하는 기능입니다. 대부분 두 번째 기능이 외부로 드러났을 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데 내부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자칫 부패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고주의는 일정한 틀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관행입니다.

모든 사람의 관점에서 정당화되지 못하는 관행은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겁니다. 또한 언제나 그랬듯, 나쁜 관행은 악순환의 성격을 갖기 마련이구요.관행이라는 것이 오랜 세월 동안 역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집권층에 대해서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신이 근처에 있기 때문에 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게 됩니다. 여기에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기득권의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죠. 최근에 불거진 총학생회의 운영이나 졸업앨범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도 ‘관행’이라는 단어를 피해가긴 어려울 듯싶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라는 건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그저 과거에 그렇게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게 한다는, 고민 없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내보이는 것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자기개혁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관행으로 변해야 합니다. 마치 연고주의가 생명인 지금의 열광적인 프로야구처럼 말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