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를 교수라 부르지 못하고…
교수를 교수라 부르지 못하고…
  • 유광석 기자
  • 승인 2008.05.25
  • 호수 127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조리와 모순 속 비정규직 교수들의 외로운 외침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각 단대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 교수에게 감사의 표시를 전하는 행사를 열었다. 스승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노래 「스승의 은혜」가 대부분의 단대 곳곳에서 울려 퍼질 무렵, 어느 단대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복도에서 그 노래를 들어야 했던 비정규직 강사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비정규직 교수’의 현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불평등과 관련한 대표적 사례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있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종사자의 경우 같은 성격의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정규직 종사자의 50% 정도 지급되는 실정이다.

 이 문제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학 강사의 경우, 전임교수의 1/4 수준 임금을 받으며, 연구실이 없어 독립적인 연구조차 진행하기 힘들다. 심지어 전공과 상관없는 강의를 맡아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차별을 단지 비정규직 강사라는 이유만으로 참아내야 하는 것이 오늘날 ‘비정규직 강사’들의 현실이다.

또한 비정규직 교수들은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교수로 불릴 수 없는 처지에 빠져 있다. 대학에서 교원의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은 사람이 대학 교육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전임교수와 달리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학에서 강의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대학은 시간강사라는 제도로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학생들의 수업에 영향 미친다
비정규직 강사들은 한 대학의 강의만으로는 기초적인 생계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학기 중에는 이 대학 저 대학으로 보따리 장사처럼 다녀야 하고 방학 중에는 수입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다른 돈벌이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이 과정 중 강의준비에 철저할 수 없다는 한계가 학생들의 수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대학의 본질은 연구와 소통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연구공간마저 거부당하고 있다. 그나마 공강시간마저도 강의준비에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우영<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학생들이 소통하기를 원해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없기에 포기하고 마는 실태는 대학 기능의 포기이며 학생들에게는 학습권의 침해다”고 말했다.

교원의 대우를 받게 되면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강의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게 된다. 또한 시간강사들도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요구받지만 현실은 꽉 막혀 있다.  

강사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이러한 불평등 구조 속에 비정규직 강사들은 왜 목소리를 내지 못할까.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강사들은 쉽게 해고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지난 1월 대법원은 대학이 학생지도나 학문연구를 허용하지 않고 강의만 전담하는 교원을 임용하는 것은 헌법으로 보장된 교원 지위를 침해해 허용될 수 없다는 판결을 냈다. 이처럼 대학 강사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수업을 하는 출강 대학이 서로 다르고, 같은 대학에 나가더라도 강의시간이 각양각색이기에 서로 얼굴을 보기 힘들다.

 자연스레 상호 교류할 시간과 장소에 한계가 생기는 것이다. 다른 어느 직업군보다 비정규직 교수의 경우 소위 ‘계급의식’을 공유하기 힘든 점도 있다. 성장환경이나 출신배경이 다를 뿐 아니라 현재의 생활에서도 동일한 그룹으로 범주화하기엔 경제적 기반이 다양하고 서로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간강사로 출발하는 시점이 다른 어느 직업보다 늦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동애<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ㆍ교원법적지위쟁취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최소 박사과정을 마치거나 박사학위를 딴 후에나 교수가 될 수 있다” 며 “이렇게 늦게 교수가 될 경우 다른 직업을 모색할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교수의 외로운 외침
김 위원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임 교수와 비정규직 강사의 시급을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임교수와 비정규직 강사 간의 임금 격차는 적게는 1/4, 많게는 그 이상이다. 비정규직 강사의 시급을 동일하게 해 최저생활을 보장받는다면 생활에 있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강사들의 안정화를 위해 교원 지위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 문제는 비정규직 강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의 문제”라며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국회에 이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행동해야 한다. 학생들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