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에게 외면 받는 지역축제
주민들에게 외면 받는 지역축제
  • 소환욱 객원기자
  • 승인 2005.10.09
  • 호수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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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색깔 없는 지역축제 양산

지난 3일 발생한 상주 자전거축제 대형참사는 지역축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동시에 제기된 사건이었다. 첫째는 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의 안전불감증과 안일한 대처, 둘째는 사건 수사가 지속 될 수록 나타나는 주최측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간의 부정행위, 마지막으로는 자전거축제 자체에 제기된 문제다. 당시 자전거축제의 일부 행사는 예상 인원의 10%만이 참여하는 등 자전거축제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하지만 축제와 관련 없는 인기가수 초청 공연에는 2만명의 인파가 몰렸고, 상주시도 축제 예산의 3분의 1을 여기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전국에서 다양한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주민간의 결속력을 강화하며 대외적으로 지역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지역축제가 전국 곳곳을 수놓고 있다.

지방자치제 이후 축제의 수는 급격하게 늘었다. 문화관광부에 신고된 지역축제만해도 전국적으로 6백97개에 이른다. 전국에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가 2백50개인 것을 감안하면 지자체마다 평균 5개씩의 축제를 치른 꼴이 된다.

문제는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와 풍습 등을 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축제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차체마다 경쟁적으로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한데다 먹거리 중심의 축제들만 양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충무공 이순신 축제다. 이는 경남 통영, 거제, 남해, 전남 여수 등 충무공의 전승지가 있는 7개 지역에서 모두 주최하고 있다. 또 경남 창원에서는 4월에만 2개의 진달래 축제가 각기 다른 주최로 열리고 있어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

농산물 축제를 비롯해 각종 미인대회와 철쭉제, 단풍제 등 시기와 주제가 겹치는 소위 ‘이벤트성 축제’들도 문제다. 이러한 축제는 자치단체장들의 치적 홍보와 자연스럽게 접목시킬 수 있는 기회여서 정치적 성격의 각종 전시성 행사들 또한 남발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충북 단양에서는 자치단체장이 단양군모범운전자회 체육대회 행사 경비 명목으로 5백만원을 무통장 입금한 사실이 드러나 경고 조치를 받은 일이 있었다.

이처럼 판박이성 축제들의 양산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 3일 경기도에서 열린 한 고인돌 축제에서 만난 관광객 김선용(자영업 45세)씨는 “지방자치화 정착 이후 각종 축제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며 “실제로 여러 축제들을 다녀보면 대부분 가수공연, 지역특산물 판매 등 일률적으로 똑같아서 그 지역만의 즐길거리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 지방자치단체 과장급 공무원은 “지역 축제의 대부분이 비슷한 내용으로 상징성, 차별성, 대표성이 약하고 특정 한 기간에 집중돼 관광객은 물론 현지 주민들의 관심조차 제대로 끌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축제의 내용을 개선해야하며 관 주도에서 주민 주도형으로 전환하고 수익개념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군위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역축제를 열지 않은 지자체다. 군은 축제비용 대신 마을 진입로 포장과 상수도 시설 확충 등 주민들의 복지와 직결된 사업을 해결하는데 투자함으로써 예산 사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축제의 효율적인 운영과 과감한 통폐합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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