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사람을 만나는 직업’
기자는 ‘사람을 만나는 직업’
  • 정혜인 기자
  • 승인 2008.05.18
  • 호수 1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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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 역사의 흔적을 거닐다

김진명의 소설「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그에게 인생의 꿈을 꾸게 해준 책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읽은 그 책으로 인해 막연한 동경으로 기자를 꿈꾸게 됐고 그 소년은 자라서 그때의 동경을 현실로 만들었다. 
학창시절의 꿈을 실제 자신의 직업으로 삼은 이가 얼마나 될까. 작년 2월에 서울경제신문 기자로 입사한지 만 1년이 넘은 김현상<경영대ㆍ경영학부 98> 동인이 바로 그다. “기자라는 직업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마감이 끝나면 그때의 보람과 쾌감 덕분에 언제 그렇게 힘들었는지 기억도 안나요”하며 미소 짓는 그는 영락없는 기자였다.

“기자를 꿈꾼다면 학보사를 두드려 보세요”
대학교 1학년 때 학보사에 들어와 1년 반 정도 학생 기자를 했던 김 동인은 자꾸 “학보사 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라 이렇게 인터뷰 하는 것이 창피하다”며 웃는다. 그래도 지난주에도 동기들을 만났다며 학보사가 대학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학보사를 하면서 많이 고민 했어요. 내 생활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할지도 고민이었고 제가 대학 다닐 때가 학생운동의 말미여서 그에 따라 학보사의 방향이 어디로 가야할지도 고민이었죠” 그래도 그는 고민할 수 있는 것이 대학생의 특권이라며 즐기라고 말한다.

“후배들이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자신에 대한 것부터 사회에 대해서 까지 골고루. 그런 고민거리를 제시하는 것이 학보사의 또 다른 책임인 것 같아요“학생들이 읽고 싶어 하는 신문을 만드는 것만큼 학생들이 읽어야만 하는 주제를 제시하는 것이 학보의 책임중 하나다.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어렵겠지만 김 동인은 “그래도 고민을 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후배에게 조언을 해준다.

김 동인에게 학보사 기자의 경험은 지금 그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학보사 기자가 실제로 기자가 되는 것에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는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르겠지만 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신문을 만드는 건 학보는 일주일 단위로 나뉘지만 일간지는 그 일정이 하루에 다 이뤄진다는 것만 다르지 대체로 비슷하거든요” 라며 그는 일간지 기자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학보사의 경험을 꼭 해보라고 권한다.

‘취재원과의 관계’는 풀리지 않는 숙제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이냐고 생각하는지 묻자 예상외의 답변이 나온다. 글을 쓰는 능력이나, 취재할 때의 능숙함, 획기적인 아이템 등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과의 관계’다. “기자라는게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잖아요. 사람을 통해 이야기를 듣고 취재하기 때문에 취재원과의 관계는 중요한 만큼 어려워요. 그래서 술 잘 마시는 것도 기자에게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 같아요(웃음)”

그에게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해결하고 고민해야 할 숙제다. 가깝게 지내는 것도 멀리하는 것도 안 되는 그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가 그에겐 풀리지 않는 숙제다.그래도 취재원도 기자도 모두 사람이니까 진심으로 대하면 통할 것이라 믿는다. 스스로도 너무 이상적인 답변인 것 같긴 해도 그는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기자라는 직업이 사람 뒤통수를 쳐야할 때도 있고 어제까지 밥도 같이 먹은 취재원에게 곤혹스러운 질문을 해야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관계가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넓은 시야로 세상 보기를
“학점보단 다른 가치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김 동인은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아쉬움을 표한다. 학점과 자격증에 연연하는 젊음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그는 후배들에게 바라는 점을 하나씩 이야기했다.

“자신의 전공 외에 다른 곳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전공을 소홀히 해선 안 되겠지만 다양한 분야에 시선을 돌려야 사고의 폭이 넓어지거든요”란 그도 대학생활 때 교양강의를 비롯해 신문방송학과 전공수업까지 자신의 관심분야는 청강을 해서라도 꼭 들었다.

학교에서 듣는 수업만큼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는 것도 그가 학생들에게 권하는 대학생만의 특권이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 여행은 그중 최고의 혜택이 아닐까. “마음 편히 여행을 다니는 건 대학생만이 할 수 있어요. 여행을 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소설을 읽고 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그 소년은 지금 그 꿈을 이뤘다. 어렸을 때의 꿈을 지금의 일상으로 만든 그를 보며 아무리 힘든 ‘마감’이라 할지라도 그는 충분히 즐길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기사가 처음 1면에 실렸던 그때의 그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미소 짓는 김 동인에게서 누구보단 멋진 기자의 모습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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