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
한양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
  • 유광석, 서정훈, 이채린 기자
  • 승인 2008.05.18
  • 호수 1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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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배움터의 아침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컴컴한 하늘이 점점 푸른빛을 띄어갈 시간. 학교에서는 아침을 맞이하는 움직임으로 소리없이 분주하다. 학생들이 아직 잠을 자고 있을 때, 학교에선 이미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학생들의 아침을 열어주는 그들을 만나봤다.

AM 5:00
우리학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백남학술정보관. 시험기간이 끝난 시점에도 학구열에  불타는 학생들로 인해 열람실의 불은 켜져 있다. 오전 5시에 맞춰 학술정보관의 문을 여는 경비원 박명준<서울시ㆍ중랑구 55>씨를 만났다. 이른 아침부터 학술정보관을 관리해 눈에는 피곤함이 보였지만, 목소리는 생생했다. 건물 안이 답답할 때마다 밖에 나가서 새벽의 상쾌한 공기를 마신다고. 높은 곳에 위치한 만큼 그 상쾌함도 다르단다.

박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새벽부터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이 하나둘 씩 보이기 시작했다. 박씨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놀랍다. “밤새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시험기간에도 많긴 하지만 평소에도 상당히 많죠”라며 “역시 한양대라는 이름에 걸맞는 학생들이 있는 것 같아요”하며 미소짓는다. 그가 보여준 열람실의 CCTV에는 만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수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AM 6:00
6시를 넘어서자, 지하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하철이 운행되면서 애지문에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애지문 앞 한양플라자에는 밤새 버려진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곳에서는 쓰레기들을 치우는 파란색 옷을 입은 청소부 아주머니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플라자 주변에 쌓여있는 쓰레기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청소를 하는 채영자<서울시ㆍ성동구 54>씨는 “학교를 깨끗이 치우러 왔기 때문에 일에 대해 큰 어려움은 없다”며 일에 대한 열의를 나타낸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어려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채씨는 “변을 보고 물을 안내리는 경우도 많다. 지성인들이라는 대학생들이 이런 행동을 보일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변기 여기저기에 묻어있는 구토 흔적,막혀서 역류하는 변기 등은 아주머니들이 가장 꺼려지는 모습이다. 청소부 아주머니들은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자신들이 겪는 어려움들을 학생들이 꼭 좀 알아줬으면 한다고 부탁의 말을 전했다.

AM7:00
학생회관 6층에 위치한 한양 중식당. 배식은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되지만 새벽 6시 40분부터 그 곳에 불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한양 중식당을 직접 경영하는 제진모<서울시·은평구 62> 사장과 이양원<서울시·동대문구 51> 실장이 바로 그들이다. 정상 출근 시간은 8시 인데 왜 이렇게 빨리 나오시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 “학생들에게 좋은 음식을 주기 위해서죠”

한양 중식당의 식재료들은 제사장이 직접 새벽 도매시장에서 사 오는 거란다. 식당에서 나오는 반찬들 모두 직접 만드는 것이라고. 영업을 위한 준비를 끝내면 몸은 녹초가 된다. 그러나 식당은 그 때부터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두 사람에겐 정말 쉴 틈이 없다.

‘혹시 힘들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을 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그들은 배식을 위해 아침부터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학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 피곤마저 사라진다고 말하던 그들. 그들의 열정과 배려가 있어 오늘도 우리는 한양 중식당에서 싼 가격으로 마음껏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AM8:00
학생들이 등교하기 시작하는 시간인 오전 8시. 서울배움터에서 아침시간에 가장 붐비는 곳은 정문보다도 애지문일 것이다. 지하철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드나드는 애지문. 아침부터 애지문을 지키는 경비원을 만나봤다.

오전 8시의 학교는 조금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의 쫓기던 듯한 걸음과 마음을 한 박자 늦추고 찬찬히 학교를 바라보았다. 간간히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고 애지문 앞엔 언제나 그렇듯 경비원이 애지문을 지키고 있었다. 경비원 문옥석<>씨는 이른 아침이지만 학생들을 맞기 위한 준비로 이맘때가 가장 바쁘다고 한다. 24시간 근무라는 이야기에 힘들진 않냐고 물으니 “매일 하는 일인데 뭐. 학생들 보면 기분 좋지 뭐” 라며 웃는다. 그래서 그런지 바쁘게 일하는 모습에서 기분 좋은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애지문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전단지를 받는 학생은 많지 않다. 학생들이 버리는 전단지를 처리하는 것도 일이라고 한다. 혹시 그런 과정에서 학생과의 마찰은 없나 궁금해졌다. 그저 “자식 같은 학생들인데 뭐” 하며 웃을 뿐이다. 그런 모습에서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부끄럽다며 대화를 꺼려 하던 문씨는 한쪽으로 자리를 옮겨 애지문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애지문 앞을 지나칠 때마다 그 말씀들이 떠오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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