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를 가진 한양인들에게
승용차를 가진 한양인들에게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5.18
  • 호수 1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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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계절의 여왕 5월이 왔다. 1년 중 가장 싱그럽고 마음의 창을 활짝 열게 해주는 계절. 전국의 대학을 온통 축제로 들뜨게 하는 신록계절이다. 캠퍼스를 풋풋한 웃음소리로 장식하고, 어설픈 복장과 세련되지 못한 동작으로 08학번 새내기들임을 짐작케 하는 이들이 캠퍼스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그들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던 여유 있는 시선들은 눈길을 돌리는 순간, 바로 첨단을 좇는 빠른 세태의 흐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대표적 전자기기인 휴대폰의 생존주기 하나만 봐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가 움직이는 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빠른 것들이 많다. 일용할 식량을 철가방 속에 넣고 다니는 오토바이, 수업에 늦을까 헉헉대며 달려가는 지각생, 고교동문회에 가기위해 선배에 이끌려 허겁지겁 가고있는 새내기들. 또한 우리들 사이를 바쁘게 질주하는 승용차 등등.

언젠가부터 우리의 캠퍼스에는 수업환경 및 시설투자를 통한 대학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넓어지고 높아진 초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편리한 공간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캠퍼스의 젊음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휴식공간 및 녹지공간을 빼앗아갔다.

우리는 이 캠퍼스에서 대학문화를 배우고 즐기기는커녕 사람과 차가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 캠퍼스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곳은 도로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곳은 사람들, 즉 학생과 교직원이 보호받아야하는 공간이다.

몇 백 명에 불과한 사람들의 주차공간을 위해 하루에도 수만 명이 활보하는 대학캠퍼스의 통행권을 제한 한다는 것이 과연 적합한 것인지 우리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그리고 아름답고 젊음이 넘치는 싱싱한 캠퍼스를 학생과 교직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이제는 아름다운 한양대학교 캠퍼스 건설을 위해 사람이 주인인 캠퍼스를 위해, 차 없는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대학당국과 학생, 교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대학은 서울, 안산캠퍼스 각각 1개씩 지하철역명을 갖고 있는 전국유일의 대학이다. 이 얼마나 훌륭한 환경인가? 아침마다 애지문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을 보면 심장 깊은 곳에서 박동 쳐 나오는 뜨거운 피를 연상케 한다. 한양의 동맥이 바로 그들인 것이다.

한번 상상해보자. 대학원 주차장에는 분수대가 공업센터 앞 주차장에는 녹지에는 수영장이 만들어져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하며 체육관 주변 주차장에는 쉼터 위에 넝쿨이 타고 올라가 만든 그늘 아래서 책 읽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사범대 주변 주차장에는 꽃밭이 생긴다면 건물로 뒤덮인 캠퍼스에 금방이라도 시냇물이 흐를 것 같지 않은가. 특히 본관 앞은 서울시청 앞처럼 잔디를 조성하여 야외 수업도 즐기며 공강시간에 단잠도 즐길 수 있는 그런 푸른 잔디 광장을 갖고 싶지 않은가.

승용차를 가진 한양인들이여, 여러분이 건강을 위해 그리고 대학을 위해 10분씩만 걸어준다면 이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될 수 있다. 모두 같이 꿈을 꿉시다.

송 창 근 위원장 <노동조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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