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역할 대신한 비대위
언론사의 역할 대신한 비대위
  • 장형수 기자
  • 승인 2008.05.18
  • 호수 1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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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배움터의 학생 대표자는 누굽니까.

지난 6일에 있었던 비대위의 총학생회 항의방문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의 투표로 뽑은 학생 대표자와 수십여 명의 학생들을 이끌고 총학생회를 규탄하는 비대위의 모습에서 ‘모순’이라는 단어를 봤습니다.

서울배움터 학생 대표자는 당연히 총학생회장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요즘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비대위를 학생 대표자로 보는 학생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비대위의 행보가 학생들을 대변한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총학생회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비대위는 지난 3월말 한총련 대의원회 장소 대여와 관련해 총학생회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임시적인 조직입니다. 공식적인 조직도 아니고, 오프라인 활동으로 발전하긴 했지만 그 출발은 우리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었습니다.

구성인원도 많지 않고, 대부분 이번학기 혹은 올해 안에 학교를 떠나는 졸업반 학생들입니다. 아마 비대위도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다만, 학생들을 기만하는 총학생회의 태도에 참을 수 없었고, 바로잡기 위해 일어났는데 이제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갖가지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비대위의 행보는 언론사가 했어야 하는 부분들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총학생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학생들의 몫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학내 언론이 해야 하는 역할이기에 이번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한양대학보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청문회도 그렇기 때문에 주관을 맡았습니다. 아마 방송국도 비슷한 입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비대위 측에서 제기한 의혹들은 절대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부분들이었고, 허무맹랑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양대학보 창간 49주년입니다. 49년의 역사를 기록해오면서 이번 문제는 결코 누구에게도 영광스러운 역사는 아닐 겁니다. 총학과 학교는 물론이요, 한양대학보도 마찬가지겠지요. 신문에 행복한 소식들만 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비극적인 소식들만 담는 것도 상당히 불행한 일입니다.

창간 50주년의 장산곶매에는 어떤 내용이 실릴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개교 70주년을 걸맞은 자랑스러운 학교의 모습과 그 곁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멋진 학내 언론으로서의 모습이 담기길 바랍니다. 각종 의혹으로 얼룩진 총학생회의 모습이나 언론사의 역할을 누군가가 대신하게 하는 불명예스러운 모습은 여기까지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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