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홍기 휘날리며…
오성홍기 휘날리며…
  • 김민수 기자
  • 승인 2008.05.18
  • 호수 1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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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과격한 민족주의, 그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의 과격한 민족주의 성향은 왜 나타나는가. 지난달 27일 발생한 올림픽 공원 사태를 두고 격앙된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인들의 민족주의 성향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공산주의는 민족이 배제된 이념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민족주의가 나타난다. 이런 역설적인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중국식 공산주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인들은 음양의 조화에 입각해 영토와 문화가 통일된 영역을 이뤄야 한다는 깊은 역사적 관념을 갖고 있다. 그들의 전통 관념에서 통일은 이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분열은 난세이며 불합리한 것이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중국대륙은 통일과 분열이 반복된다.

한 제국과 같은 통일왕조는 대륙이 중화문화권으로 통일돼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가 번영한 시기다. 반면 춘추전국시대나 이민족의 통치, 소수민족의 분리ㆍ독립 등은 자연스러움에 역행하는 난세다. 이런 성향 때문에 중국인들은 공산주의도 통합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공산주의 노선이 그들의 전통 관념과 부합하지 않을 경우 ‘중국식 공산주의’라는 이름으로 중국 상황에 맞게 재해석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공산주의를 민족의 배제가 아니라 오히려 민족통합이라는 전제 위에서 추구한다. 중국 당국이 대만의 분리ㆍ독립 움직임에 올림픽도 반납하겠다며 과잉반응을 보였던 것이나 티베트 독립 시위를 강경 진압한 이유도 통합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19세기 까지 중국에는 외교부가 존재하지 않았다. 조공국들과의 관계는 인사와 의전을 보는 예부에서 담당했으며 서양과의 관계는 황실 구성원의 업무를 보는 내무부에서 담당했다. 러시아 ㆍ티베트ㆍ위구르 같은 변방 부족은 군사적 통제기능을 가진 특수기구인 이번원에서 다뤘다.

올림픽공원 사태에서 보여준 친(親)중국 시위대의 과격행위는 중화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중국 중심으로 한 세계관이 뿌리 깊이 박힌 그들로서는 충분한 자질과 전통을 가진 중화민족의 의사결정에 대한 간섭이 못마땅한 것이다.

서양과의 외교업무를 ‘오랑캐의 업무’라고 부르는 등 세상을 중화민족과 오랑캐로 규정한 화이관이 1840년 아편전쟁 이후로 해체되고 서양열강과 일본에게 받은 피해의식도 중국의 과격한 민족주의의 한 원인이다.
올림픽공원 사태가 일어난 원인을 중국인이 한국을 무시하기 때문 아니냐는 격앙된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중국인이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저명한 중국통인 황효순<중국경제통상교육위원회> 교수는 “중국인이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은 학력ㆍ지위ㆍ연령ㆍ지역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협조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적대감이 크진 않지만 한국을 경쟁상대로 여기지는 않는 것 같고 경쟁관계에 놓이더라도 자신 있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또 “중국은 분명히 패권주의의 길로 나갈 것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화사상이라는 전통적 이념을 활용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갖고 있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를 숙지해 침착한 대응을 해 그들의 영역에 우리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고도의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우리의 자세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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