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납시다
우리 만납시다
  • 장형수 기자
  • 승인 2008.04.14
  • 호수 1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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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서툰 누군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고백하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다양한 답변들이 나오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마도 ‘직접 만나서 얘기하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을 고백하는데 있어 문자로, 심지어 전화로도 하지 말라는 이유는 진심과 용기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눈과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단지 글자로, 음성으로만 마음을 전하기엔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일방적인 의사소통의 한계라고나 할까요.

문자라는 의사소통은 간편하지만, 상당히 잔인한 면이 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툭 던져놓고 상대방의 말은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자는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직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할 뿐입니다.

오해의 소지도 다분합니다. ‘싫어.’와 ‘싫어ㅋㅋ’는 분명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어떻게 글자를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천차만별이 되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의도와 다르게 전달될 수도 있겠지요.  

문자보다야 쌍방향적이지만, 전화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계의 힘을 빌리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기계로 연결하고 있다는 것은 언제든지 일방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공간에 있지 않다는 점도 좋은 의사소통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학교가 한총련과 관련해서 교내ㆍ외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 총학은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한총련 대의원회를 유치해 논란을 빚었고,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에 맞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주요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총학 측은 아무런 대응도 없이 깜깜 무소식입니다. 지난 8일 비상대책위원회 측에서 준비했던 공청회 자리에도 총학생회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갈등 해결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만나서 대화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학생들 앞에 나서지 않고 시간을 끌며 잊혀지기를 바라는 행동들은 정치권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선출한 학생 대표가 학생들에게 규탄 받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자유게시판이나 대자보를 통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일방적인 의사소통은 자기 얘기만 할 뿐입니다.           

우리 만나서 얘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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