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식품으로 자리매김한 우리 김치
우주인 식품으로 자리매김한 우리 김치
  • 김민수 기자
  • 승인 2008.04.14
  • 호수 1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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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식품으로 개발된 김치, 세계우주식품 자리 노려볼 만
특별한 양념 없이 소금으로 간을 맞췄던 김치가 임진왜란으로 전래된 고추를 양념으로 맞아들인 것 이상의 전기를 맞이했다. 김치가 러시아 우주국 산하 의생물연구소가 실시한 인증절차인 예비시험, 저장시험, 최종시험을 통과해 우주로 가게 됐다. 세계화에 성공한 김치가 세계를 넘어 우주에 진출한 것이다.

김치는 우주식품으로서 적당한 식품이다. 김치는 특유의 자극적이고 매운 맛 때문에 무중력 상태에서 맛을 느끼는 감도가 30% 떨어진 우주인들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지상에서 받은 관능평가에서 우주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식품들도 우주에 가면 맛이 느껴지지 않거나 전혀 다른 맛이 나는 경우가 많다.

김치는 세계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인증 받은 식품으로 영양가가 매우 높다. 배추에는 우주인의 장운동을 도와줄 섬유질이 풍부하고 양념에는 마늘, 젓갈 등 많은 재료가 포함돼 있다. 김치는 건조식품이 60%인 우주식단으로 스트레스 받는 우주인들의 입맛을 돋워주고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에 적합하다.   

전력이 부족한 ISS모듈엔 냉장고가 없어 과일과 채소류를 장기간 저장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우주인의 과일과 채소류 섭취의 기회는 일 년에 2~3회 운행하는 우주화물선이 도착한 며칠간만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발효식품인 김치는 우주인에게 지속적인 비타민과 섬유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

우주김치는 저장성을 더 높이기 위해 살균처리 된다. 흔히 ‘익었다’고 말하는 김치의 발효는 젖산균에 의해 이뤄진다. 그런데 김치의 발효가 정점에 이르면 김치에서 가스가 방출되면서 담고 있는 용기를 부풀게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김치는 제조과정에서 살균처리 됐다.

우주김치의 살균방법은 한국식품연구원이 개발한 볶은 김치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김치 두 개가 서로 다르다. 볶은 김치는 섭씨 120도 이상의 고온에서 높은 압력을 가한 가열살균의 공정을 거쳤다.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우주김치는 젖산균을 포함한 김치 속 세균들이 강력한 감마선을 조사받고 사멸되는 공정을 거쳤다.

김성수<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부 신문에서 우주김치에 살균작업을 하는 이유를 젖산균이 우주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라 보도했는데 이는 잘못”이라며 “국제우주정거장 모듈은 젖산균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방사선을 차단해주기 때문에 우주김치의 살균은 저장성 향상에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식품연구원의 볶은 김치는 각종 부재료와 조미료를 배합해 식용유로 볶아 만들어져서 약간 달짝지근하고 고소하다. 외국인이 꺼려하는 생김치의 발효취가 많이 감소한 특징도 있다. 반면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우주김치는 우주에서 느끼는 맛의 감도를 알아보기 위해 맵고 자극적으로 만들었다.

지난 12일 국제우주정거장이 모스크바 상공을 지나며 모스크바 우주관제센터(MCC)와 교신하는 10분 동안 전 세계인이 우주김치를 비롯한 한국 우주식품의 품평회를 지켜봤다. 우주식품으로 인정된 김치가 세계우주식품에 등재되기 위해선 우주만찬에서 내린 우주인들의 평가가 중요하다.

우주김치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 세계우주식품위원에 상정돼 세계우주식품으로서 등재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우주김치가 세계우주식품이 되면 한국우주인이 탑승하지 않아도 다양한 국가의 우주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우주식품으로 자리 잡게 된다. 우주김치를 개발한 관계자들은 우주만찬에서 우주인들이 보인 반응을 마음 졸이며 들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 연구원은 “우주만찬에서 받은 평가뿐만 아니라 이소연 씨가 적어 온 우주식품에 대한 자신과 외국 우주인들의 반응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 우주식품을 개선해 세계우주식품위원회에 상정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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