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사람들 삶의 터전
지하철, 사람들 삶의 터전
  • 유광석 기자
  • 승인 2008.04.14
  • 호수 1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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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앞-한양대 사이의 사람들을 만나다

우리나라에 지하철이 최초로 생긴 것은 1974년 8월 15일,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이다.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지하철의 확대 역시 가속화됐다. 개통한지 34년, 지하철 노선은 거미줄처럼 구석구석 서울 시내로 뻗어나갔다. 현재는 1호선부터 8호선까지, 뿐만 아니라 인천선ㆍ분당선ㆍ중앙선이 개통됐으며, 오는 2010년에는 신안산선이 개통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발전할수록 지하철 역시 그 흐름과 함께 하고 있다.

지하철은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그 사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생활공간이다. 사람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지하철이 개통한지 34년 만에 완전하게 우리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게 됐다. 그래서일까, 언젠가부터 지하철은 서민의 삶을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우리학교 안산배움터 한대앞역에서 서울배움터인 한양대역까지 지하철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지하철
지하철에는 하루 종일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한다. 아침시간대의 주인공 회사원에서부터 밤늦은 막차의 주인공 취객까지, 전철 안에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있다. 이르다면 이르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인 오전 8시. 무료신문을 나눠주는 사람, 회사원으로 보이는 검은색 양복의 물결, 일찍 놀이공원에라도 가는 것처럼 보이는 꼬마아이들 등. 이른 시간의 한대앞역은 각양각색의 주인공들로 붐볐다.

전철안의 풍경 역시 다양하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선지 자리에 앉아 잠을 자고 있는 사람, 신문을 읽는 사람, 음악을 들으며 하릴없이 창 밖을 보는 사람, 전자기기에서 동영상을 보는 사람 등 사람들은 각양각색으로 전철 안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전철 안에서 만난 이성근<안산시ㆍ상록구 51> 씨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이 씨는 근 20년간 매일 아침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을 해 왔다고 한다. 전철을 탈 때마다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하는 이 씨는 “오랜 기간 동안 전철을 타 왔더니 출근시간의 복잡함은 생활이 된지 오래”라며 미소짓는다.

지하철 안의 주인공은 비단 목적지로 떠나기 위해 타는 사람 뿐 만이 아니다. 지하철 안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 종종 보인다. 지하철 내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우산을 들고 나타나며, 더운 날엔 조그만 선풍기를 판다. 4호선의 금정역ㆍ사당역 이후부터 자주 볼 수 있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 중 홈 쇼핑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설득력이 뛰어난 사람도 있다. 그들의 말만 듣고 있으면, 솔깃 하는 물건들도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품질은 보장되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만난 한 판매원은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온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많이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며 이야기를 마친 후 또 다른 전철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양대역에서 한대앞역으로종점인 오이도역이 가까워질수록 지하철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체로 나이가 들어보이는 그들은 사람들이 다 읽고 사물대에 올려놓은 신문들을 모은다. 어떤 사람은 가방에, 부부로 보이는 듯한 노인은 아예 포대를 갖고 다니며 신문을 모으고 있었다.

아마 신문을 팔아 돈을 버는 것 같았다.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그분들을 찾아가 간신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신문을 모아도 만 원을 벌기가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 유인대<안산시ㆍ단원구 76> 씨는 “몇 년전만 해도 신문을 수거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신문수거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이 일마저도 경쟁이 붙어 벌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하철에서도 단속을 해 이 일을 하는 것 마저 쉽지가 않다고 한다.

변하고 있는 지하철 풍경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지하철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이 최근 들어 펼쳐지고 있다. 전철 안에서 책과 신문으로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전자기기가 발달하면서 점차 첨단기기를 이용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 게임을 하는 모습은 이미 예전부터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DMB폰으로 방송을 보거나 조그만 게임기로 게임을 하는 등의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다. 전연경<서울시ㆍ용산구 27>씨는 “출ㆍ퇴근시간에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낼 때 예전에는 멍하니 서있던 적이 많았다”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까워 무료함을 달래려고 게임기를 장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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