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 공정무역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 공정무역
  • 유광석 기자
  • 승인 2008.04.06
  • 호수 12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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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 커피가 소개된 지 100년이 넘었다.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커피 잔으로 300잔, 국민 한사람이 평균 하루에 0.8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커피프린스」가 인기를 끌며 커피와 관련된 직업이 인기를 끄는 등 1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커피는 우리나라에서 친숙한 차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한잔에 5천원을 넘나드는 유명 커피가 팔리는 동안 제3세계의 커피 농민들은 하루에 1달러를 벌기 위해 어렵게 일을 하고 있었다.

▲불공정무역
불공정무역이란 노동의 착취와 환경의 파괴를 통해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무역방식을 말한다. 자본에 의해 가난한 제 3세계 국가가 착취당하는 형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은 공정무역이 아닌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필리핀의 네그로스 섬과 함께 공정무역을 해온 박정귀<두레생협연합>과장은 “네그로스의 경우 그들이 생산하는 생산품이 국외로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하지만 수출의 문은 막혀있고, 생산품이 팔리더라도 저가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작년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 더 칠드런’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초콜릿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농장에는 수천만 명의 9~12세 아동들이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불공정무역은 이윤을 극대화 할 뿐 노동자들의 인권ㆍ인간적인 생활의 유지ㆍ환경과 관련된 부분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불공정무역의 국가들은 대부분 적도를 기준으로 남쪽 나라들이다. 2002년도 국제 적도 농업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보리코스트ㆍ가나ㆍ나이지리아ㆍ카메룬의 약 천5백여 개의 카카오 농가에서 약 28만4천명의 9살에서 12살 사이의 아이들이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 아래에서 카카오를 따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벌채에 쓰이는 큰 칼을 이용한다든지 특별한 보호 장구 없이 살충제 등을 살포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GDP가 낮으면서도 국가 내에서 빈부격차가 큰 나라역시 불공정무역의 피해를 보고 있다. 태국ㆍ네팔ㆍ인도네시아ㆍ필리핀ㆍ팔레스타인 등이다. 특히 태국의 경우 수도인 방콕과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 이외의 지역들은 모두 불공정 거래로 인해 소외당하고 있다.

▲공정무역
공정무역의 사전적 의미는 선진국의 소비자, 유통업자가 제3세계의 농산물, 수공예품 등을 직접 수입해 수입한 물품을 판매해주고 이익을 ‘제대로’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다국적 대기업을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하는 것이다.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자는 제 값을 받고 물건을 팔아 경제적 자립을 하며,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소비는 제 3세계 생산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공정무역의 대표적인 품목은 커피ㆍ초콜릿ㆍ바나나ㆍ의류 등이 있다. 이러한 공정무역은 자신의 소비행위가 노동자 권익까지 보호한다는 점에서 ‘착한 무역’ ‘착한 소비’ ‘아름다운 거래’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정무역은 미국과 서유럽 국가에서 1950~60년대 생겨났다. 1946년 미국의 시민단체인 ‘텐사우전 빌리지’가 푸에르토리코의 바느질 제품을 취급한 게 시초다. 현재는 세계 공정무역인증기구(FLO)를 포함해 세계 200여 개 NGO와 기업들이 공정무역에 참여하고 있다.

FLO에 따르면 2007년 공정무역 거래 품목은 초콜릿ㆍ바나나ㆍ꽃 등 농산품과 의류ㆍ축구공 등 공산품을 포함해 모두 3천여 종이며, 거래액은 22억 달러(약 2조6백80억원) 규모로 2005년에 비해 40% 늘었다.
공정무역이 세계 무역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 수준이지만 그 혜택은 제3세계 노동자 700만 명에게 돌아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 무역 거래액의 1%만 돼도 1억2천800만 명이 극심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정무역
우리나라의 경우는 2003년부터 시작했다. 초기에는 사람들의 인식이 적어 활성화가 되지는 않았으나 최근 언론이나 사람들 사이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며 활성화 되고 있다.
일례로 오는 5월 10일에는 여성환경연대 및 공정무역 관련 단체와 업체들이 주도하는 ‘세계공정무역의날’ 서울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처럼 점차 공정무역과 관련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공정무역의 한국적 인증제 및 한국적인 공정무역 운동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아름다운가게ㆍYMCA전국연맹ㆍ두레생협연합ㆍ한국생협연대ㆍ(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ㆍ한국공정무역연합 등에서 공정무역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두레생협연합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1년간 설탕 한 봉지를 살 때마다 모은 교류기금 1천4백만원으로 2006년에 ‘생산성 향상과 여성참여 증진을 위한 프로젝트(네그로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두레생협의 박 과장은 “학생들이 공정무역과 불공정무역의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안타깝다”며 “실질적인 사회적 운동으로서의 제안인 이 운동을 학생들이 많이 알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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