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PPL사용 시청자들에게 불쾌감 줘
과도한 PPL사용 시청자들에게 불쾌감 줘
  • 이지훈 수습기자
  • 승인 2005.10.09
  • 호수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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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상업논리로 지탱되지 않아
영화 '말아톤'에서 등장한 PPL.
얼마 전 막을 내린 SBS 드라마 ‘루루공주’의 여주인공 김정은이 자신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나친 간접광고(PPL)로 인해 줄거리와 캐릭터까지 매회 바뀌어 몰입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루루공주’에 등장한 PPL(Product Placement)은 무려 20개에 달했는데, 우리학교 김찬원<법대·법 05>은 “드라마를 보는 건지 장편 광고를 보는 건지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영화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등은 과도한 PPL로 많은 지적을 받았다.

PPL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 자사의 제품을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시청자들이 무의식 중에 이를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최초의 PPL은 단순히 영화의 소품 담당자가 소품을 구해서 비치하는 것이었으나 영화 ‘ET’ 에서 M&M사의 캔디가 영화 소품으로 사용됐는데, 영화의 성공으로 65%의 세일즈 성장을 이뤄 본격적으로 광고의 한 형태로 발전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PPL은 영화 ‘쉬리’에서 포카리스웨트와 삼성헬기가 등장한 것이 효시다. 이후 리얼리티를 살려주는 PPL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PPL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웅진코웨이는 자사의 주방가구 브랜드 ‘뷔셀’이 드라마 ‘불량주부’의 인기에 힘입어 방송 이후 판매량이 3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PPL의 증가는 드라마의 제작여건에도 기인한다. 최근 드라마의 외주제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외주 프로덕션의 경우 제작비의 절반이상을 협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은 PPL의 과도한 사용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고주는 경쟁적으로 PPL에 뛰어들고, 제작사는 이를 수용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극의 리얼리티를 살려주는 역할을 하면서 광고효과도 내는 PPL은 제작자, 광고주, 시청자 모두에게 WIN-WIN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루루공주의 경우처럼 이것이 과도해질시 드라마나 영화의 질을 현격하게 떨어뜨려 광고주에게 손해를 제작자에게 고통을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지나친 PPL은 오히려 광고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PPL의 효과는 시청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상품을 인식하도록 만드는데 있는데, 지나친 PPL의 사용은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에서 등장한 PPL
한편 현행 방송심의규정은 ‘방송은 (중략)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ㆍ구성해서는 안된다’(제47조 1항)고 규정, PPL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그러나 이어진 조항에 ‘특정상품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 심의기구에 재량을 부여했다. 이런 모순된 규정 탓에 ‘원칙은 금지, 실제로는 눈치껏’이라는 실정이 관행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PPL 관련법이 체계적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미국의 대표적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를 보면 직접 제품명을 말하면서 드러내놓고 PPL을 하고 있다. 미국의 사례가 모범답안이 될 수는 없지만 우리도 모호한 현행법을 고쳐서 PPL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해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할 것은 문화는 상업논리로 지배되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다. 그 속에서 관련법의 현실화와 제작관행의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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