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메아리
희망의 메아리
  • 장형수 기자
  • 승인 2008.04.01
  • 호수 12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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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무 말 없이 걸었습니다. 이들의 외침이 어쩌면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점점 연례행사로 변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3.28 전국대학생 공동행동의 날로 시청광장에 모인 많은 대학생들의 모습이 안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대학 등록금 동결”
“등록금 상한제 실현”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 규탄”

모두 우리들에게 절실한 문제들입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시청광장으로 모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이런 외침이 정부와 대학에 제대로 전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어쩌면 공허한 메아리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전국대학생 공동행동의 날은 고질적인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이번 집회는 경찰 측의 ‘체포 전담조’ 투입 논란까지 일었습니다. 새 정부의 불법 집회 엄정 대처 방침에 따라, 법질서 확립 차원을 위해서랍니다. 정작 대학생들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든 장본인은 정부인데도 불구하고, 불법 집회로 치부해버리는 모순.심지어 현장에는 집회 참가자보다 경찰이 더 많았습니다. 교통체증을 야기했던 것도 학생들이라기보다 경찰들이었습니다.

5시간여 만에 큰 충돌 없이 전형적인 평화집회로 마무리됐지만, 과잉대응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모순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집회 참가자들과 대치한 경찰들도 대학생입니다. 그들도 등록금으로 똑같이 고민하고, 그들의 부모님도 고생하시는 건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정작 정부와 여당은 깜깜 무소식입니다.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향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대화와 타협’은 먼 나라 얘기인 것 같습니다. 대화조차 거부하는 정부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인지도 모릅니다.

교육이라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하는데,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요. 대학에 합격해도 돈을 못내 입학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지금의 대학은 의무 교육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등록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긴 사실상 어렵습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밖에 없단 얘깁니다.

집회에 미래의 대학생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부당함을 느끼는 건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직 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쉼 없이 달려오는 친구들에게 희망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대학이라는 곳엔 꿈이 있다고. 아무 걱정 없이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된다고. 대학은 그런 곳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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