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대 오른쪽
왼쪽 대 오른쪽
  • 양정열 기자
  • 승인 2008.03.24
  • 호수 12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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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과 왼쪽. 좌우는 문화와 행동 결정의 기준이 돼왔다. “뜨거운 물을 트는 수도꼭지는 어디일까”라는 사소한 질문에서 기자 실험실을 시작한다. 이번 주제는 왼쪽과 오른쪽이다.

이유 모르는 정답
지나가는 우리학교 10명의 학생에게 물어봤다. 질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질문은 “뜨거운 물을 트는 수도꼭지는 어느 쪽일까요”였고 두 번째 질문은 “답은 왼쪽인데, 왜 왼쪽일까요”이다. 결과는 10명 모두 왼쪽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 질문에 신기영<경영대·경영학과 04> 군 외 6명은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다”며 “막상 생각하려 하니 어려운 문제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지석<경영대·경영학부 06> 군 외 2명은 두 번째 질문에 “주로 사용하는 손이 오른손이고 평소 뜨거운 물보다는 찬물을 많이 쓰다 보니 자연스레 오른손이 가는 오른쪽이 찬물, 왼쪽이 뜨거운 물이 된 것 같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들었다.  모두가 현상은 알지만 일부만 이런 현상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10명 모두 “질문을 받고서야 생각을 해봤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예는 무엇이 있고 이유는 왜 일까.

방향과 사회의 통념
우리사회에서 통행은 좌측통행이 원칙이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 받아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운전 좌석은 왼쪽, 주행은 오른쪽이다. 기록에 의하면 그 근거는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4세기 초 교황은 로마로 향하는 순례자들의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일반인들에게 좌측통행을 선포한다. 그 후 중세 사람들은 혼잡한 인파 가운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좌측으로 걸어다니게 됐다. 그 덕분에 차량의 전신인 마차는 좌측으로 걷는 행인을 피해 우측통행이 보편화 됐다.

이때 왼쪽 뒷 켠에 앉아 있는 마부는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마차와 충돌하지 않도록 가장 똑똑한 말을 왼쪽 앞부분에 배치하였다고 한다. 나중에 가장 영리한 말의 자리가 지금의 운전대로 바뀌게 된다. 이후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어느 나라의 영향권에 속하느냐에 따라 운전대의 위치가 좌우됐고, 우리나라 교통체계는 유럽 체계로 정착됐다.

중국 남부의 대도시인 광저우의 경우 왼쪽운전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오른쪽에 운전대가 있는 차량도 적지 않다. 이유인 즉, 중국은 왼쪽 운전대를 원칙으로 하나,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에서 많은 차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광저우의 교통 사고량은 다른 도시와 큰 차이가 없다.

방향의 가치는 중립적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10명의 우리학교 학생 중 신 군은 “집에서는 뜨거운 물이 오른쪽인데 학교나 다른 곳은 왼쪽인 것 같다”며 “집에서 물을 많이 쓰다 보니 오히려 오른쪽이 더 편하다”고 발했다. 즉 오른쪽, 왼쪽의 익숙함은 생활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옛 우리 조상이 받든 중국의 한(漢)민족 개념에서 좌양남, 우음여이다. 혼인 시 왼쪽은 남자, 오른쪽은 여자가 입장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왼쪽을 홀대하고, 오른쪽을 신성한 것으로 여긴다. 저우에서는 교통사고율이 운전자 좌석 방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리고 신 군은 “뜨거운 물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불편함을 없다”고 말한다. 광저우의 교통과 신 군의 경우를 고려하면 방향에 대한 가치는 중립적이다. 이것이 이번 기자실험실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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