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의 문
왕십리의 문
  • 양정열 기자
  • 승인 2008.03.16
  • 호수 12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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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설 때, 학교로 등교할 때, 학교를 마치고 나올 때, 약속장소에 들어갈 때, 그리고 그곳을 떠날 때, 그때마다 우리는 항상 문을 지나간다. 학교주변 왕십리의 문. 이번 주제는 왕십리의 문이다.
학교 후문을 나서면 수많은 상점이 있다. 음식점?편의점?주점?보석상?문구점 등등 상점 종류도 여러 가지이다. 이들 상점을 들어서는 문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기자가 직접 돌아다녀보고, 상점 주인을 만났다. 그리고 상점별로 문의 공통점을 찾아봤다.

99% 유리문, 1% 옆으로 여는 문
왕십리 상점들의 문은 대부분 유리문이었다. 그것도 일괄적으로 거의 비슷한 문이었다. 특히 새로 생긴 상점일수록 현관 벽 모두 유리구조였다. 알밥을 파는 ‘ㄴ’식당 주인은 “유리문을 그렇게 의식하고 선택한 것은 아니다”며 “그렇지만 유리문이 좀 더 깨끗하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실제 유리문이 많은 것은 왕십리 후문 쪽에 음식점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에 미는 유리문이 아닌 옆으로 여는 문도 있다. 여는 문으로 돼있는 ‘ㅈ’주점 주인은 “주점자체가 원래 이런 분위기를 의도해 고풍스런 여는 문으로 했다”고 밝혔다. 시장에 위치한 보쌈을 파는 음식집도 옆으로 여는 음식점이었다. 그 음식점 주인은 “유리 미는 문으로 하면 문을 밀고당기는 공간만큼 비워둬야 한다”며 “내부가 그렇게 넓지 않아 이런 배치를 선택했다”고 옆으로 미는 문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반을 가리는 유리문
유리문들 사이에도 차이점이 있었다. 음식점ㆍ주점ㆍ편의점ㆍ문구점들은 바닥부터 허리정도까지 유리문의 부분을 부착물로 가린다. 특히 음식점 같은 겨우 입구에서 보이는 전면을 스티커 같은 것으로 유리벽과 유리문의 4분의 1을 가린다. 왜 그런 것일까. 해물탕을 파는 ‘ㅎ’음식점 주인은 “밥 먹으러 오는데 발을 보일 수 없지않느냐”며 “바깥에서는 음식과 먹는 모습만 보이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음식점들은 대부분 자신의 간판색과 비슷한 색상을 유리문과 벽을 가리는데 사용했다.

가림 없는 유리문
반면에 가림 없는 유리문도 있었다. 왕십리 근처에 보석상이 3곳 있는데 이들 모두 유리문과 벽 모두 아무것도 가리지 않았다. 그 이유를 보석상 주인은 “보석을 파는데 지나가는 사람의 이목을 끌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서점과 옷가게 또한 유리문과 유리벽에 어떠한 부착물도 없이 서점은 책을, 옷가게 옷을 전시 홍보했다.

문을 보면 그 가게가 어느 정도 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오래된 상점일수록 문의 소재는 나무이고, 깨끗하지 못하다. 문은 이미 출입구가 아닌 홍보의 수단이 되어있었다. 문은 옛날 보다 현란해지고 보이고 싶은 부분만 보이려는 도구가 돼버렸다. 이게 이번 기자실험실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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