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기는
소~심하기는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3.09
  • 호수 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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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기는...”

나도 모르게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럴 땐 항상 오싹해지면서 한기가 심장 깊숙이 와 박힌다. 마른 침을 삼키며 다시 한 번 모니터를 쳐다봤다. 인원수란에 6명이라는 숫자가 깜빡이고 있었다. 아침부터 7명밖에 되지 않아 학과장실에 들러 폐강기준을 알아 본 터라 6명이란 숫자가 더욱 심장에 비수로 와 닿았다.

탄식이 절로 나왔다. 순간 지난 겨울방학 동안 꼬박꼬박 나와 강의 준비했던 기억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직은 법대에서 영어강좌를 개설하는 것이 시기상조인가? 수강신청인원 6명이라는 숫자는 내게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의문을 던져 주었고, 결국 지난 금요일(2월 22일)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대학시절에 나도 영어를 별로 환영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땅에 태어나 내 나라 언어만 제대로 공부하면 되지 남의 나라 언어는 왜 애써 공부해’란 오기가 있었다.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것은 과거 한문을 배우면서 한글을 멸시했던 사대주의와 무엇이 다르며, 일제 하 일본어를 할 줄 안다며 으스대던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고 자기를 정당화했다.

결국 나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뤄야만 했다. 미국 유학 시 강의를 따라 잡기 위해 카세트로 녹음해 반복청취하기를 수없이 했고, 로펌에서 변호사업무를 할 땐 시도 때도 없이 외국 고객들이 하는 영어에 마음고생 꽤나 했다. 지금도 영어로 진행되는 학회나 자문회의에 참석해 영어불구자의 뼈아픔을 수없이 후회했다.

우리 학생들에게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일찍 영어 공용의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도록 도와주고 싶었는데 내 소망은 6명이라는 숫자 앞에 산산조각 나는 기분이었다.

이제 올 봄에도 우리 대학은 4천여 명의 새내기들을 받아들여 새로운 시대를 담당할 인재로 키워 낼 것이다. 내가 28년 전 그러했던 것처럼 새내기들은 저마다의 꿈을 찾아 대학생활을 준비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은 명심해 주길 바란다. 학회일로 대만 증권거래소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대만 증권거래소에서 섭외한 한국어 통역인의 한국어 실력이 시원찮아 결국은 영어로 의사소통한 다음에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비즈니스 거래가 영어 의사소통으로 결정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미국을 좋아하든 말든 우리는 바야흐로 영어로 정보가 교환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한국의 IT천재들이 영어장벽에 막혀 실력한번 펴 보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새내기나 재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무한경쟁의 세계에 내버려졌을 때 영어로 교환되는 정보를 얼마나 따라 잡을 수 있는가가 생존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영어정복의 도전을 회피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내 가슴에 담아 둔 여러분을 향한 충고 한마디는 ‘과연 내가 영어강좌를 제대로 수강해 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을 떨쳐 버리라는 것이다. 대학은 여러분에게 도전하는 아름다움을 제공하고 정작 여러분이 주인공이 되었을 때 역경에 흔들리지 말라는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다시 한 번 너와 나 모두에게 “소~심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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