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닦고 과일 먹기
이 닦고 과일 먹기
  • 양정열 기자
  • 승인 2008.03.09
  • 호수 12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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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두 개의 체감이 있다. 첫째는 신체적 접촉이요, 두 번째는 맛이다. 이번에는 맛에 관한 기자실험실을 준비했다. 이를 닦은 후에 먹는 귤은 항상 강한 신맛이다. 신맛도 달콤한 맛보다 떫은 맛을 동반한다. 유독 과일을 먹을 때, 특히 귤과 사과가 그렇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양치를 하고도 과일을 달게 먹을 수는 없을까.

맛의 변이는 칫솔질 아닌 치약 때문
우선 맛이 변하는 이유는 치약 때문인가 칫솔질 때문인가 실험을 해봤다. 먼저 치약 없이 이를 닦고 귤을 먹어봤다. 치아, 잇몸, 혀를 닦거나 치아와 잇몸만 치솔질한 뒤 귤 맛의 차이를 살펴봤다. 혀를 닦은 경우 귤의 신맛을 좀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신맛을 좀 더 느낄 수 있었을 뿐 평소 이를 닦은 후에 느낀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두 번째, 치약을 혀 전체에 골고루 묻히면서 약 2분 정도 입을 행구고 귤을 먹어봤다. 결과는 이를 닦은 후 귤을 먹을 때와 맛이 흡사했다. 결국 맛의 변이는 치약 때문인 것이다.

치약의 향료가 혀를 짧은 시간 마비시켜
한성환<자연대ㆍ화학과> 교수는 “치약을 묻혀 칫솔질을 하면 칫솔의 향이 너무 강해 다른 향이 들어오더라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치약을 만드는 이동제<애경2080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치약의 향 성분인 멘솔 등이 혀를 자극해 미각이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이유를 말했다. 

서우석<CJ 라이온> 수석연구원은 “치약에 기포제인 계면활성제가 맛을 느끼는 혀의 미뢰에 화학적 작용을 일으켜 혀가 일시적으로 정상이 아닌 상태로 만든다”며 “이를 오렌지effect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치솟질은 혀를 마비시키고, 후에 과일을 먹는 사람은 과일 알갱이를 맛이 아닌 촉각으로 느껴 떫은 맛을 느끼는 것이다.

닦은 후 물로 혀를 칫솔질 할 것
그렇다면 이를 닦고 어떻게 하면 귤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우선 15분 정도 기다리면 된다. 15분 정도 기다리면 향료가 입안의 침에 녹아들어 과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 다음엔 이를 닦은 후 맹물로 혓바닥을 닦는 것이다. 칫솔질을 통해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닦아내도 5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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