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강의평가 결과 일방적 공개 문제 있다
동국대 강의평가 결과 일방적 공개 문제 있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3.03
  • 호수 126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국대가 최근 교수들의 강의평가 결과를 일방적으로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동국대 교수회는 평가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는 강의평가 결과를 무조건 공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이지만, 대학본부측은 학생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특정교수 강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올바른 강좌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공개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교육시장에서 대학이란 학생은 고객이고 강의는 상품이다, 고객이 더 나은 상품을 고르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동국대 오영교 총장의 발언을 두둔하면서 교수평가제, 나아가 교원평가제 또한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일부 교육계에서는 강의평가 점수 전면 공개가 학생들의 수업선택권보장이냐 교수들의 명예보호이냐 갈림길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파문의 핵심은, 학생들의 알권리보장이나 수업선택권보장과는 사실 거리가 멀다. 교수협의회가 문제로 삼는 것은 결과 공개 시 “교수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고, 그래서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교수들의 참여 속에서 이뤄지는 공개라면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대학을 비롯해 각 대학에서 실시되는 강의평가방식은 대동소이하다. 또한 평가하는 주체인 학생이나 평가 받는 대상인 교수나 지금의 평가방식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학생들은 교수들의 강의내용과 방식을 알 권리가 있고, 이를 통해 수업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교수 또한 강의평가가 결코 명예와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강의는 평가돼야 하고, 그 결과는 공개돼야 한다는 것은 대학구성원들 모두가 공감한다.

문제는 평가와 공개의 절차다. 동국대 본부 측이 말하는 알권리 보호와 수업선택권 보장을 위해 평가결과를 인터넷에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걸핏하면 알권리를 들먹인다. 학생들은 평가점수에 대해 알권리가 있고, 교수들은 평가결과 공개에 대해 알권리가 없단 말인가.

또 다른 문제는 “태곳적 강의노트로 강의 내용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는 오영교 총장의 비아냥거리는 태도다. 그런 태곳적 노트로 강의하는 교수가 얼마나 되고, 또 설령 있다고 해도 그런 교수에게 수강하는 학생 역시 문제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

교수와 학생을 판매자와 수요자로, 강의를 상품으로만 보는 그의 천민 자본주의적 발상이 과연 대학 총장에게 어울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지금의 대학교육에서 아카데미즘이 사라졌다고 해도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