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국민 개개인의 다원주의 인정해야
지도자 국민 개개인의 다원주의 인정해야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3.03
  • 호수 1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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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철학가의 사상으로 본 지도자상

플라톤(427~347 B.C.)은 그의 저작 <국가>에서 한 나라의 불행을 종식시키기 위해 정치권력과 철학이 한데로 합쳐져야 한다는 이른바 哲人王 사상을 주장한다. 왕이 철학자가 되거나 철학자가 왕이 돼야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왕이 철학자가 되는 일은 기대하기 힘드니 철학자가 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권력의 철학적 사용을 의미한다. 정치권력은 국가의 질서를 확립ㆍ유지ㆍ발전시키고 정의구현을 가능하게 한다. 문제는 질서ㆍ정의를 어떻게 규정 하냐이다.

플라톤에 따르면 한 사회에서 각자가 자기의 일을 하는 것이 정의다. 정치지도자는 특정계층이나 집단이 아닌 전체국민을 대상으로 각자가 자기의 일을 하는 정의사회를 이뤄야 한다. 플라톤은 “국민을 지배하려는 자는 일반적으로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자기의 정치신념에 따라 정치 하려한다.

그런 자가 권력을 잡으면 분쟁이 그치지 않을 것이니 정치지도자-철인왕은 지배가 아닌 교육으로 국민 각자에게 알맞은 바를 올바로 선택, 실행할 수 있게끔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그 일이 국민의 일원으로서 철인왕의 자기일이며 그의 정치적 의무이기도하다. 어떻게 그러한 것이 가능할까.

여기에서 철학이 개입한다. 플라톤에 따르면 개인의 행위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다. 행위가 발생하기 이전에 목적이 설정돼야한다. 우리는 행위를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하려하기 때문이다. 각 개인이 설정하는 자기행위의 목적은 내용면에서 다양하다.

그럼에도 그러한 목적들에는 하나의 공통된 점이 있으니 이는 바로 모든 목적들은 좋음(善) 이라는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다. 행위의 목적을 설정할 때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자기에게 좋은 것 내지는 자기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한다. 목적이란 추구하는 바 인데 내게 좋지 않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이 순간 설정한 내 행위의 목적이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내게 실제로 좋을지 확실히 판단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진학ㆍ취업 등 인생의 긴 항로에서 우리는 잘못 설정된 목적으로 얼마나 방황했던가. 이는 바로 좋음에 대한 참된 앎의 결여에 기인한다. 철인왕은 좋음에 대한 이론ㆍ실천적 앎을 가지고 자기를 주장하며 타인과 관계한다.

지도자로서 그의 역할은 교육을 통해 국민 각자가 자기에게 좋은 것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데 있다. 플라톤이 말하는 교육이란 특정지식의 주입이 아니고 가상으로부터 실상으로 영혼을 전환하여 교육받는 자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현실정치에 끼어들 여지는 없다. 오로지 우리 모두의 관심사인 좋음의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철인왕은 차별 없이 국민전체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좋음은 인간행위의 구조적 필연성과 맞아 들어가면서 사회의 내적질서 확립에 기여하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사회에는 다양하고 상이한 가치들이 공존한다. 정치지도자는 그러한 가치들의 공존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한다. 플라톤이 남녀?개인?능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원주의시대에서 통일된 사회질서를 이루려 했듯이.

임성환<한양대ㆍ철학과> 박사

※다음 호에는 김선욱<숭실대ㆍ철학과>교수가 한나 아렌트의 사상에 바라본 지도자상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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