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 반전을 생각한다
국군의 날, 반전을 생각한다
  • 취재부
  • 승인 2005.10.02
  • 호수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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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은 국군의 날이었다. 지금이야 국군의 날이 공휴일이 아니지만 예전엔 공휴일로 지정돼 쉬는 날이었다. 그날은 어김없이 텔레비전을 통해 늠름하고 자랑스러운 자세로 행진하는 국군 아저씨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굴 가득 자긍심으로 가득한 모습으로 포부 당당하게 행진했다. 어린 날의 국군의 모습 항상 그렇게 늠름하고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지금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이라크 아이들도 군인의 모습을 이렇게 기억할 수 있을까. ‘매번 학교에서 집에 갈 때마다 하느님께 제발 집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 이라크의 13살 소년 아브라힘이 우리나라 어린이에게 보낸 편지다. ‘이라크에 있는 군인들은 어린이들 따윈 신경 쓰지 않아. 우린 군인들이 무서워’ 이것은 이라크 어린이 나그함이 보내온 편지 내용이다. 이라크 아이들에겐 군인은 늠름하고 자랑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형제, 부모를 빼앗아 간 적일 것이다. 군인들의 모습만 보여도 두려움에 떨고, 무서워 피하고 있을 것이다.

이라크의 전 국토는 전쟁터가 됐고, 수많은 이라크 민중들이 숨졌다. 우리나라 국군도 아르빌을 지키며 이라크 민중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평화재건부대라고 하지만 자이툰 부대의 총부리는 항상 이라크 민중들에게 향해 있는 것이다. 평화재건이라는 미명하에 평화를 적으로 두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전쟁을 멈출 것을 요구했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역 광장에 1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자이툰 부대파병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전 세계의 민중들이 명분 없는 전쟁, 이유 없는 죽음에 반대하고 있다. 전 세계의 시민들이 더 이상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전쟁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역에 모인 시민들은 전쟁국가의 국민이기를 거부한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이라크에 있지도 않은 불법 대량살상 무기를 찾아내기 위해 시작된 전쟁이 벌써 3년 동안 지속됐다. 평화 재건을 위해서 전후 복구사업 진행을 위해서 이라크 아르빌에 자이툰 부대가 파병된 지도 2년이 됐다. 이만큼의 시간은 흘렀지만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도 못했고, 평화를 재건하지도 못했다.

미국 부시행정부는 ‘정보조작에 의한 이라크 침략’으로 비판받았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가능하지도 않은 이라크 민주주의와 재건을 주장하며 이라크를 장기점령하고 있어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의 자이툰 부대가 미국의 부시 행정부를 돕기 위해 이라크에 더 이상 머무를 필요가 없다.

전 세계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더 이상의 전쟁을 반대하고 이라크 전쟁을 즉각 중단하자고 하는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들의 목소리에 미국정부도 한국정부도 귀를 기울려야 한다. 지금 당장 자이툰 부대는 완전 철수해야 한다. 미군도 마찬가지다. 평화가 총 끝에서 나오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이라크 아이들에게 나쁜 군인의 기억만을 남겨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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