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07년, 그리고 허경영
다사다난했던 2007년, 그리고 허경영
  • 장형수 기자
  • 승인 2007.12.30
  • 호수 12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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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2007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마주했다. 이제는 지나간 일들에 대한 회한보다 앞으로 다가올 2008년을 위해 당찬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항상 듣는 식상한 말이지만, 세월 참 빠르다.

2007년은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해였다. 한미 FTA 타결을 시작으로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라는 비극도 있었고, 23명의 선교사 일행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돼 40일 만에 풀려나는 일도 있었다.

또한 ‘미술계의 신데렐라’였던 신정아 씨의 학력이 허위라는 사실이 드러나 우리 사회에 학력 검증 열풍을 몰고 왔다. 이는 청와대 변양균 정책실장과의 스캔들로 이어져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는 거대한 파문으로 반전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 삼성 그룹의 비자금 의혹이 폭로됐고, 연말에는 충남 태안 앞바다에 원유유출이라는 사상 최악의 환경오염사고가 벌어졌다. 아름다운 바다는 순식간에 ‘죽음의 바다’로 변했고 태안 주민들의 한숨과 주름은 더욱 깊어갔다. 하지만 희망적인 건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울한 사건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영화배우 전도연 씨는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김연아와 박태환이라는 자랑스러운 대한 건아들은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모두 피겨 스케이팅과 수영이라는 비인기 종목에서 거둔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또한 7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남북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2007년 하면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빼놓을 수 없다. 사상 최저의 투표율이라는 오명 아래 압도적인 표차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지만, 대선 이후 이명박 당선자보다 더 주목받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경제공화당의 허경영 후보다.

정치인 중 인터넷 검색순위 1위인 그는 UN본부 판문점으로 이전, 신혼부부에게 1억씩 제공 등 엉뚱한 공약을 내세우며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느 술자리에서도 ‘대세는 허경영’이라며 그를 ‘허본좌’로 칭했고 실제로도 그는 꽤 많은 표를 얻었다.

이번 대선은 유난히 네거티브 선거였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짜증만 나게 하는 선거였다. ‘허본좌’는 이번 선거판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유권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엉뚱 공약에 주목했던 이유도 실현가능성을 배제한, 그저 우리 피부에 와 닿는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2007년, 여러모로 힘든 한 해였다. ‘허본좌’에 열광했던 이유는 아마도 힘들었던 한 해의 마지막을 웃음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서는 아니었을까. 자칭 ‘아이큐 430의 천재’가 내세운 허무맹랑한 공약에 희망을 찾을 만큼 절박하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최악의 한 해였을지도 모르는 2007년의 씁쓸함을 뒤로 한 채 맞이하는 새해가 달갑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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