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가 되려면, 란체스터의 법칙을 기억하라
강자가 되려면, 란체스터의 법칙을 기억하라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12.02
  • 호수 12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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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불리해도 해볼만 하다?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내가 마린 3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저 멀리 상대의 마린 다섯 기를 발견하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기껏해야 2마리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내 유닛이 다 죽는다고 쳐도 상대의 피해도 커질 테고…

하지만 실제로 전투를 치르면 아군이 전멸할 때 상대는 기껏해야 한 마리 죽을까 말까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격에 맥없이 무릎을 꿇는다. 도대체 왜 내 예상과 이렇게까지 다른 결과가 나온 걸까.

흔히 ‘강자의 법칙’이라 불리는 란체스터의 법칙은 이러한 상황을 잘 설명한다. F.W. 란체스터는 영국 최초의 가솔린 엔진 자동차를 개발한 우수한 엔지니어였다. 1차대전의 조직적인 공중전 양상을 관찰하던 그는 전투에서 나타난 ‘힘의 과학’을 최초로 계량화했다. 전투기의 생환률 조사 작업을 통해 란체스터는 재래식 전쟁이 아닌 현대전에서 전투의 손실비율은 적군과 아군 전력의 제곱에 비례해 차이가 난다는 란체스터의 법칙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란체스터의 제1법칙: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
총과 대포가 도입되기 이전의 전투양상은 1:1의 형태로 전개되는 재래식 전투였다. 재래식 전투에서는 수많은 병사들이 집단적으로 전투를 벌이더라도 병사 개개인은 역시 근접해서 한 명씩을 상대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한 번에 한 명밖에 쏠 수 없는 활과 같은 무기 역시 재래식 전투의 무기로 볼 수 있다.

재래식 전투에 참가한 병사들은 한 번에 단 한 사람만 상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장에서 실제로 싸울 수 있는 병력은 한정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전술이나 사기와 같은 요소가 동일하다고 가정한다면 결국 실제로 동원되는 전투력은 병사들의 숫자에 무기의 성능을 곱한 값이 된다.

공격력=병사 수×무기 성능 
그러므로 병사의 수가 상대방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면, 무기의 성능이 상대의 두 배에 달하는 경우에 공격력이 동일해져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요인과 마찬가지로 무기의 성능(업그레이드)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피해량은 결국 병력의 차이와 비례한다. 그러므로 무기의 성능이 동일할 때, 상대와 전투가 벌어지면 상대방이 손해를 보는 만큼 내 병력도 죽게 된다. 이처럼 상대방을 공격할 때는 나 또한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식이다.

란체스터의 제2법칙: 상식을 넘어서는 법칙!
란체스터의 제2법칙은 이제까지의 상식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제1법칙이 칼과 활 등이 주역인 재래식 전투라면 제2법칙은 기관총이나 미사일 등의 확률무기를 사용한 그룹전 형태를 설명한다.

마린 3마리 대 상대의 마린 5마리의 전투를 떠올려 보자. 이전까지의 재래식 전투라면 내 마린은 전부 죽겠지만 상대의 마린도 두 마리가 남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확률 무기에 의해 전개되는 그룹전이 돼 양쪽 전력의 차이는 단순한 뺄셈이 아니라 제곱의 차이로 벌어진다. 어째서 그렇게 될까.
 
먼저 내 경우부터 살펴보자. 내 마린 ‘아인’이 상대의 마린 ‘알파’로부터 공격받을 확률은 1/3이다. 그리고 상대의 마린 ‘베타’ ‘찰리’ ‘브라보’ ‘오메가’가 ‘아인’을 공격할 확률 역시 똑같이 1/3이다. 그러므로 내가 상대에게 받는 공격량은 5/3이 된다. 그리고 이는 마린 ‘츠바이’와 ‘드라이’ 역시 마찬가지 확률로 공격받으므로 내 피해량은 5/3이 된다.

상대방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의 마린 '알파'가 내 마린 ‘아인’로부터 공격받을 확률은 1/5이다. 이는 마린 ‘츠바이’ ‘드라이’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마린 ‘알파’가 받게 되는 총 공격량은 3/5가 된다. 그리고 이는 마린 ‘베타’ 이하 4기 모두 동일하다.

따라서 내 마린 3기와 상대의 마린 5기가 전투를 벌였을 때의 손실량은 다음과 같다.
5/3:3/5
=25/15:9/15
=25:9

내 마린 3기와 상대의 5기가 싸우는 그룹전에서 피해율은 5(2):3(2)으로 나타난다. 이는 초기 전력인 3:5의 제곱의 역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그러므로 이 수치를 통해 상대방의 잔존병력을 예상하면 √(25-9)인 4명이 남는다. 아군은 전멸하지만 적은 고작 운 나쁜 마린 한 기만 잃는다는 뜻이다.

무기의 성능 역시 과거와 다르다. 1:1로 맞붙는 재래식 전투와 달리 확률무기가 사용되는 그룹전의 피해량은 제곱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내 병력이 상대의 절반이라면, 공격력이 네 배가 높아야지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약자에게는 여러 가지로 가망이 없는 전투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현대의 전투는 근접이 아닌 원거리 전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룹전에서는 아군의 모든 화력을 한 지점에 집중시키는 일점사가 가능하고 병력이 많을수록 시너지 효과가 높아진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체험하듯 이때의 효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란체스터의 법칙을 기억하라
우리의 주위에는 원리와 법칙들이 공기처럼 가득 차 있다. 수학의 법칙과 과학의 법칙, 사회학의 법칙들도 있다. 이러한 법칙들은 방향성도 없고 도덕적인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다만 그 법칙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 최선의 도구가 되어줄 뿐이다.

란체스터의 법칙은 ‘동일한 전장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싸운다면 현재의 약자는 절대 현재의 강자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사회라는 전장에서 싸우려는 그대. 그대는 지금 강자인가? 만일 아니라면, 일반적인 방법으론 이길 수 없다는 게 증명된 강자들을 어떻게 이길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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