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성장하는 젊은 모험가들을 주목하다
거침없이 성장하는 젊은 모험가들을 주목하다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11.26
  • 호수 12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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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잡지 「CRACKER YOUR WARDROBE」를 만드는 삼총사

1. NM 미디어의 ‘Cracker Your Wardrobe’는 어떤 잡지이고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장석종(이하 장): Cracker는 스트리트 패션을 전문으로 다루는 패션 무가지에요. 아마 이런 스트리트 패션 무가지는 Cracker가 국내 최초로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cracker는 매달 캐나다, 독일, 스웨덴, 스페인을 비롯해 13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파트너들이 보내오는 각국의 생생한 스트리트 패션을 지면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압구정, 홍대 등 우리나라의 패션의 중심지에 책이 배포되고 있고, 외국으로도 책이 보내지고 있어요.

다음 달엔 'Cracker' 아르헨티나 판이 발간돼요. 우리가 아르헨티나 파트너들에게 cracker의 로고나 형식 등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서 라이센스를 주었어요. 그래서 그들이 아르헨티나 판을 독자적으로 내는 거애요. ‘보그 코리아’나 ‘GQ 코리아’처럼 ‘크래커 아르헨티나’ 판이 나와요. 국내에서 만드는 잡지 중에 외국으로 라이센스를 주는 잡지는 저희 말곤 없을 거에요.             

신지혁(이하 신): 예전엔 디자이너들이 만든 작품을 일반인들이 받아들였는데, 이젠 일반인들이 개성 있게 입고 다니는 것에서 디자이너들이 오히려 모티브를 따서 만들어낸 복장이 다시 유행하기도 합니다. 스트리트 패션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잡지 아이디어는 편집장이 갖고 왔습니다. 스트리트 패션을 다루는 잡지를 한국에서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며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고, 시장 상황과 맞고 발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는 이걸 선택한 겁니다.

올해 6월 말쯤이었을 겁니다. 원래 편집장과 저는 교수님이 추천한 공모전에 같이 나갔다가 전국에서 2위를 하면서 친해졌었습니다. 그래서 둘이서 이 잡지를 만들기 위해 두문불출하다 아무래도 포토그래퍼도 필요하고, 또 의지할 만한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저랑 같이 7년 동안 보헤미안 밴드를 해왔던 우리 사장님에게 얘기했더니 흔쾌히 승낙해서 7월 경에 멤버가 갖춰진 겁니다.

이희석(이하 이): 회사 이름은 NM 미디어입니다. 회사 이름은 한양부페에서 지었어요. No Money Media라고요? 이름 짓느라고 고생 많이 했는데, 정말… 6월달에 아이디어 내고, 7월 달에 팀 결성하고 나서 모이자마자 브레인스토밍을 장난 아니게 많이 했습니다. 셋이서 방향을 잡아야 되니까. 무가지로 할지 유가지로 할지, 외국 파트너 선정은 어떻게 할지 등. 어떻게 보면 잡지가 준비할 게 없어 보이는데도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컨셉이다 보니까 석 달 정도를 제대로 논의한거죠.

2. NM Media,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듯한데

이: 어려움 같은 건, 말 그대로 하나하나가 다 어려웠지요. 우리가 처음에 잡지를 만들자고 시작하긴 했지만 솔직히 잡지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예 뭘 해야 할지 몰랐었습니다. 거기서 학교 사람들 도움도 받고, 또 지인들 도움도 받고 해서 이제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우리가 처음에 시작할 때는 정말 어떤 자금을 갖고 시작한 게 아닙니다. 각자 아르바이트도 하고, 막노동도 하며 돈을 벌어서 만든 잡지에요. 말 그대로 사비를 털어서 시작했죠. 이런 스트리트 패션 무가지 자체가 새로운 컨셉이다 보니까, 시장이 어떻게 형성이 됐는지 검증이 안 됐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발행부수를 조금씩 늘리면서 배포도 조금씩 확대하고 있는 단계고요. 그래도 이젠 상황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냥 보는 사람들은 'Cracker'를 처음 보시겠지만 이쪽 업계에선 이미 다 알 정도로 빨리 퍼졌으니까.

신: 뭐, 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어떻게 알고 왔는지. 세계적인 명품기업인 ‘LVMH’에서도 연락이 와선, ‘우리가 한국 스트리트 패션시장에 대해 조사하는데, 런던에서 추천을 받아서 알게 됐으니 자료를 좀 보내 달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우리 스트리트 시장 전반에 대한 것과 우리 잡지에 대한 걸 보내 달라 길래 자료를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신: 현재 'Cracker'의 잡지 구성은 같이 토론하고 방향을 잡지만, 전반적인 아이디어와 구성은 다 편집장이 맡고, 사진 촬영과 회사 관리는 사장님이 하시고, 전 광고와 영업, 기획 쪽을 맡고 있습니다. 또 해외의 파트너십을 적절하게 활용을 했죠. 지금은 외국 파트너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저희도 편해지고 잡지 자체의 핵심 역량을 구축한 거죠. 그래도 처음엔 해외에 지인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메일을 수백 통 보냈습니다.

이: 패션업계에 있는 사람들이든 뭐든, 정말 뒤질 수 있는 건 다 뒤져가지고 협력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근 한 달 동안 메일을 몇 백 통을 보냈어요.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는 외국에서 먼저 ‘나 어느 나라 사람인데, 여기에 참여하고 싶으니 내 사진 한번 봐달라’고 연락이 옵니다.

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이런 컨셉의 잡지가 없어요. 이런 컨텐츠는 비슷한 게 있어도 글로벌하게 가는 건 없어요. 국내 패션이나 좀 보여주고 말지 외국 파트너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전 세계에 있는 스트리트 패션을 동시다발적으로 한 번에 보여주는 잡지는 어디에도 없죠. 저희가 이런 흐름을 만들어서 외국에 있는 분들에게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니까 다들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잡지는 모방하기 쉬워요. 저작권 문제를 떠나더라도 컨셉이나 구성은 충분히 모방이 된단 말이에요. 하지만 저희의 핵심 역량은 외국 파트너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는 겁니다. 저희 파트너들은 이미 각국에서 대중에게 검증이 된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이미 저희와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우리와 비슷한 컨셉으로 시도한다면 저희보다 후발 주자가 되고, 분야도 중첩되겠죠. 네트워크를 형성할 만한 분들이 이미 저희와 작업하고 있기 때문에요.

이: 근데 정말 힘들었어요. 우리가 9월에 창간호 준비할 때는 정말 카메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구 카메라를 빌렸는데 그게 니콘이었어요. 사진을 제가 찍는데 전 니콘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거든요. 거기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장비는 캐논 렌즈였어요.

바디도 없고 렌즈하나 달랑. 그래서 그 렌즈를 활용할 수도 없는 거고. 또 사진을 찍다 보면 알겠지만 밖에 나가서 촬영하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일이 일어나고 그래요. 그런데 카메라가 손에 익지 않으니 찍기가 힘든 거애요. 그래서 9월호 사진을 보면 핀이 나간 사진도 있고 그렇습니다.

장: 또 창간호 보면 표지가,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여기가 생활대 옥상이에요. 소품은 생활대 소파 갖다놓고 아는 누나 데려다 모델 시키고, 아는 누나 데려다 스타일링 시키고,  창간호 표지가 비판도 많이 받고 그랬어요. 사진 자체만 놓고 보면 괜찮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표지랑 내용이랑 매치가 전혀 안 되니까. 그래서 제가 2호부터는 정신을 좀 차려서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이렇게 나가고 있는 거애요.

이: 창간호 때는, 책이 나오기 전에 다른 업체들과 미팅을 해야되는데, 책이 없으니 보여줄 게 없잖아요.  보여줄 게 없잖아요 그래서 책 대신 컴퓨터에 PDF 파일 만들어놓은걸 갖고 미팅을 했는데 그때도 반응은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장: 보시다시피 사진이 일반적이지 않고 특이하니까. 창간호가 나오고서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그래도 처음이도 보니 아마추어 냄새가 난다는 얘기를 좀 들었죠. 사실 인쇄를 언제 해봤어야 알지. 모르면 고생한다는 게 딱 맞다니까요. 솔직히 인쇄도 우리학교에 아는 선배의 아버님이 인쇄소를 오래 하셔서 그분 노하우를 빌려 우리가 직접 한 거거든요. 그래서 2호부터는 좀 정신 차려서 종이도 바꾸고 레이아웃도 바꾸고 손을 많이 봤죠.

신: 인쇄 끝난 다음에 배부하는 것도 정말 힘듭니다. 메이저 잡지들은 엔젤리너스 커피 전문점 같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갖다주면 알아서 각 지점들로 뿌려줍니다.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는 그게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일단 본사에 전화해서 설득을 하죠.

그래서 ‘한번 해 봐라’는 듯한 뉘앙스만 풍기면 무조건 ‘예, 감사합니다’하고 전화 끊고는 각 매장에 전부 전화를 돌리는 거에요. 점장들과 통화해서 ‘그럼 한번 줘 보세요’하면 저희가 배송비까지 전부 부담해서 넣어드리죠. 또 일반 샵 같은 데는 잡지가 나오면 차를 끌고 직접 가서 몇백권씩 일일히 갖다주고 그러죠. 

이: 진짜 ‘Cracker'를 출간하면서 느낀 건, 사회에 발을 내디딘 이상 우리들끼리 취미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정말 만만치 않아요. 밖에서 보면 패션잡지 만든다고 그러면 멋있어 보이잖아요. 그런데 진짜 안에선 초라하고 피 튀기는 경쟁입니다.

장: 이제 3개월 해보고 이 바닥에 한 30년 있던 사람들이 말하는 것 같아.(웃음)

3. NM Media, 3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달려왔는데, 앞으로의 목표는 어떤가

이: 사실 매달 목표가 있습니다. 창간호는 일단 잡지를 내자는 게 목표였고,(웃음) 두번째는 잡지의 품질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높여보자고 생각했죠. 11월에는 우리가 이제껏 돈을 쏟아붓는 입장이었으니까 이젠 돈을 좀 벌어보자고 목표를 정했죠. 사실 목표는 매달 달성하고 있어요. 아마 내년 목표는 확실한 안정과 수입이겠죠.

장: ‘루이비통’하면 명품의 대명사인 것처럼 'Cracker'가 스트리트 패션의 대명사가 됐으면 합니다. 지금은 조금 위태위태하긴 하지만 (웃음)

이: 위태위태는 아니고, 지금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에요. 우린 지금 부수를 계속 늘려가고 품질을 높이거나 페이지를 늘리고 있거든요. 저희는 광고수입을 전부 그런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어요. 계속 성장하는 거니까 돈은 계속해서 들어갑니다. 수익이 생기면 전부 투자하니까 어떻게 보면 위태위태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회사는 계속 커지는 거죠.

장: 우리끼리 나눠먹는 건 없어요. 우리 이익은 전부 0원이에요. 전부 재투자하는 거에요.

신: 저희는 무가지이기 때문에 잡지로서 살아남으려면 광고 수익을 거둬야 해요. 광고 수익을 많이 받으려면 매체가 파워가 있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최소 3~4만부 이상을 찍어야 합니다. 또 잡지가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광고수익을 얻으려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을 버텨 줘야지 광고에서 수익이 생기는 겁니다. 저희는 아직이죠.

이: 그래서 지금은 저희의 현실을 직시합니다. 명함에서도 그래요. 우리 나름대로 직책은 사장이고 대표이사라 해도 명함은 절대 그렇게 안 뽑습니다. 밖에 나가서 괜히 건방지게 보일필요 없으니까요. 우리는 업계에서 풋사과들인데, 사장 명함 달고 있으면 건방져 보이니까.

그래도 뭐, 목표는 각자 나름대로 다를 수 있지만 전 회사가 됐든 잡지가 됐든, 정말 글로벌화하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일단 첫발로 아르헨티나에 'Cracker 아르헨티나‘가 나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GQ나 보그처럼 세상 누구나 다 알아주는 그런 ’Cracker'를 만드는 게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4. NM Media를 설립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즐거워 보인다. 한양대학교의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 즐거워 보인다라… 조금 있으면 즐거워질 것 같은데 지금은…

장: 요즘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다달이 지나면서 혼자 감당하기 벅찬 부분이 점점 늘어나고 있거든요. 형들도 마찬가지일 거애요. 혼자서 감당 못하는 부분이 늘어가는 건.

신: 우리는 업무가 말단이면서 직책은 제일 위인 상황입니다. 봉투 붙이고 배달하는 역할도 다 해야 하는데, 그런 것 말고도 각자의 파트에서 계획도 짜고 아이디어도 내야 하니까 지금은 좀 힘들죠…

이: 그리고 솔직히 딱히 할 얘기가 별로 없는 게, 사람들이 정말 취업이 하고 싶어한다면 열심히 해서 취업하는 게 좋으니까요.

장: 다들 뜻이 있고 길이 있을 텐데, 그분들에 대해 우리가 뭐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건방지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도 아직 더 가야 할 길이 많으니까. 젊으니까요.

이: 젊지는 않다니까. (웃음) 저는 학교에 굉장히 오래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다들 자기 일을 열심히 해서 바로바로 취업하잖아요. 그런데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은 대학생 때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학교 다닐 때 하고 싶은 일을 그게 뭐든 자유롭게 해봤으면 좋겠어요.

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게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별 생각 없이 ‘야 이거 할래’해서 했던 게 결국 절 여기까지 끌고 온 원동력이었으니까.

장: 얼마 전에 제가 생활대 후배들한테 강의하러 나갔었는데, 그때 후배들한테 학교를 너무 열심히 달라고 다니지 말라고 그랬어요. 학교 빠지란 뜻이 아니라, 수업은 정말 충실히 하되 학교에서 애들끼리 맨날 몰려다니지 말라는 뜻이에요. 매일 몰려서 술 먹으러 다니는 거. 이유 없이 핑계거리 만들어서 술 먹고, 맨날 똑같은 멤버끼리 또 술 먹으면서 똑같이 하고 다니는 게 정말 시간 낭비잖아요.

차라리 자기계발의 시간이라고 말하면 어떨지 몰라도 자기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진짜 그 시간에 뭘 하고 싶고, 뭘 어떻게 해야 되겠는지를 고민하는 게 좋지. 무조건 남들이 하는 대로 쫓아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기는 뭔가 남들과 다른 걸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남들과 똑같이 학교를 다니면서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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