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귀국과 민주주의
김경준 귀국과 민주주의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11.26
  • 호수 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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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의 귀국으로 제17대 대선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반 이명박 전선은 김씨의 ‘한 방’에 다 걸었고 한나라당은 ‘이것만 막으면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김씨의 귀국을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은 분명하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선을 불과 23일 앞둔 현재의 상황은 김씨와 이명박 후보가 어떤 사이였느냐, 이 후보가 BBK 사건에 얼마나 관여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BBK 사건 외에는 별다른 변수가 보이지 않는다. 정동영 후보는 반발이 거센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사실상 포기했다.

단일화가 지지율 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담을 껴안으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 TV토론에 사활을 걸었던 문국현 후보도 영향력이 큰 지상파 방송 출연에 제동이 걸렸다. 좀체 오르지 않는 지지율에 고민하고 있는 것은 이회창 후보 등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이러다보니 대선을 바라보는 모든 눈이 김씨에게 쏠려있는 상황이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너도나도 자신 있게 다짐했던 정책승부는 사라진지 오래다. 미디어의 관심 역시 후보들의 정책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이제 모든 관심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을 지망하는 한 사람으로서 치명적으로 ‘부도덕한 행위’를 저질렀느냐 아니냐에 쏠려있다.

이명박 후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면 낙마할 것이고 큰 문제가 없다면 당선할 것이다. 각종 설문조사 결과는 ‘BBK 사건과 관계없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후보에 웃어주고 있다. 웬만큼 강한 것으로는 견고한 이 후보 지지율을 건드릴 수조차 없다는 이야기다.

김씨가 공항과 검찰청사 앞에서 보여준 태도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겠다. 각 언론은 김씨의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석하느라 바쁘다. 한 사람의 웃음이 대선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대한민국 정치기반은 약하고 저급한 수준에 있다. 김씨의 귀국으로 제17대 대선은 흡사 ‘처음부터 다시’ 분위기다.

지금까지 대선정국에 영향을 줬던 수많은 이슈들과 후보가 되기까지의 각고의 노력들, 유권자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약속했던 공약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시간낭비에 국가적 재원, 인력낭비가 아닐 수 없다.
11월이면 열리는 총학생회 선거의 모습은 어떤가. 제도권 선거에서 좋은 것은 벤치마킹하고 나쁜 것은 버려야할 학생 선거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의 무관심이 1차적인 이유이긴 하겠지만 본격적인 정책대결은 찾아보기 어렵다. 후보자들이 비슷한 공약들을 가지고 나오거나 아예 후보가 출마하지 않아 단선으로 치러지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학내여론을 살펴봐도 누가 운동권이고 누가 비운동권이라는 정보와 선택의 판단기준 외에 다른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운동권은 운동권임을 감추고 비운동권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공약을 내세운다. 비운동권은 수년째 “적어도 우리는 한총련은 아니다”는 지겨운 구호만 반복하고 있다.

선거와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신성한 제도이며 행위다. 그 민주주의는 전 국민이 수십 년간 피 흘려 쟁취한 보물이다. 민주주의의 산물인 선출권력자들의 ‘어떻게든 되고 보자’는 그릇된 사고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해보자. 올바른 결과를 가져와야 할 몫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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