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통일이 겨례통일의 시작
언어통일이 겨례통일의 시작
  • 주재연 객원기자
  • 승인 2005.10.02
  • 호수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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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없음네다’ 우리나라 언론관계자들이 북측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이는 남한말로 ‘괜찮습니다’라는 뜻으로 북측의 언어들이 남측 사람들에게는 큰 흥미거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남과 북의 언어의 차이를 언제까지나 흥미거리로만 여길 수는 없다. 남과 북의 화해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이질화된 언어를 잇기 위한 남북 공동 ‘겨레말큰사전’편찬 사업이 시작된다.

겨레말큰사전은 1989년 방북한 문익환 목사가 김일성 주석을 만나 ‘통일국어 대사전’의 공동편찬을 제의해 합의한지 16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남과 북은 지난 2월 금강산에서 남북공동편찬위원회 결성식 및 1차 공동회의를 갖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 지난 8·15 통일대축전 당시 최종합의문을 발표했다.

겨레말큰사전은 그 시작만으로도 의의가 있지만 아직 해결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60년간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던 남북의 언어를 하나로 묶는 작업이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서로의 언어 차이를 인정하고 양보, 타협한다고는 하지만 두음법칙 등 합의가 어려운 어휘들도 수없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남측에서 낙원, 내일이라고 발음하는 단어들을 북측에서는 락원, 래일이라고 발음하는 것 등이다. 또한 사이시옷 사용 문제도 걸림돌이다(표 참조). 60년간 고착돼온 언어생활을 변화시키는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남측에 유입된 외래어나 북측의 이념 어휘들도 합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는 큰사전에 수록할 단어를 선정하는데 있어서도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화 흐름에 발맞춰 겨레말큰사전은 전자사전으로도 동시 편찬된다. 과학기술분야 등 전문용어가 많은 분야는 백과사전적인 설명 방식을 적용하고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말을 영역별로 기재하게 된다. 또 방언, 민속어휘, 신조어 등 광범위한 분야의 문헌자료와 생활현장에서 어휘조사사업을 실시, 민족 고유의 어휘표현을 완벽히 구현할 계획이다.

겨레말큰사전 조남호<국립국어원·언어정책부>편찬위원은 이번 편찬 사업은 “남북이 공동으로 언어통일을 실현하는데 의의가 있다”며 “언어의 통일이 겨레의 통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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