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넘어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즐거움
대학을 넘어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즐거움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11.19
  • 호수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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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글로벌본부 수출부 이계옥<행정학과 01>동문

전공이 행정학과인데, 일반적으로 고시나 공무원의 길을 선택하는 동기들과 달리 KT&G란 기업체의 취업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행정학과에 가면 다들 고시를 생각합니다. 우리 한양대 정도 되면 적어도 7급은 하려고 하죠. 아, 정말로 하향조정한 게 7급이에요. 그런데 다들 고시에 체질이 맞는 건 아니니까요. 저처럼 고시 생각을 해보다가 이게 내 길이 아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취업 생각을 합니다.

저는 처음엔 국정원을 생각했었어요. 국정원에 관심이 있었는데 시험을 보고, 떨어졌어요. 나름대로 영어 프리젠테이션도 굉장히 자신있었고, 또 태권도 3단 단증도 따 놓았습니다. 그래서 3개월 동안 준비했는데 3개월 정도로 될 시험이 아니더라고요. 영어 부분을 어필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상당히 무리였어요.

그런데 그러고 보면 사람에게는 다 인연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는 분 중에 한 분은 또 KT&G에 오고 싶어하신 분이 있었거든요, 국정원 면접 시험장이랑 KT&G 면접 시험장에서 그분과 두 번 만났는데, KT&G에 오고 싶어하셨던 그 분은 국정원에 합격했고, 국정원에 가고 싶어했던 저는 KT&G에 입사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람마다 인연이 닿는 기업이 있는 거죠. 물론 저 역시 KT&G가 제게 잘 맞는 기업이라 생각하고 여기서 근무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한 걸음 빨리 사회로 진출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사회진출을 빨리 하게 된 이유라… 어머님께서 편찮으셔서, 몸이 좀 안 좋으셔서 아무래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 경우를 말하자면… 칼복학, 칼졸업인가요. 저는 군대에 갈 때도 한 학기 휴학을 하지 않았습니다.

중간고사까지 보고 기말고사 바로 직전에 군대에 간 거죠. 수업 일수를 채우면 중간고사의 70~80%의 비율로 기말고사 성적을 대체할 수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제가 수강신청한 교수님들께 전부 찾아가서 그 규정을 말씀드렸죠. 감사하게도 다들 인정해 주셨습니다. 물론 70~80%인 탓에 성적은 좀 안 좋게 나왔지만.

그래도 취업을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토익도 만점 가까이 받아놨고, 또 학점을 철저히 잘 받아놨습니다. 평점평균도 4.0이 넘었고요. 이제 스펙으로는 어디에 내놔도 밀리진 않는다는 생각으로 기업체 지원을 준비했습니다.

어머님께서 편찮으시기도 했고 해서 제가 중요시한 것은 안정성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들을 찾아뵙고 상의를 했습니다. 공기업에 컨설팅이나 감사위원으로 계시는 유명한 행정학과 교수님들이 우리 학교엔 많습니다. 특히 최병대 교수님과 류재원 교수님께 조언을 많이 얻었습니다. 그분들께서는 안정성을 중요시하니 공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좋지만, 앞으로는 공기업 자체가 민영화가 많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아시다시피 공기업일 필요가 없는데 공기업으로 남아 있는 기업들도 꽤 있으니까요. 교수님께서는 10년, 20년 후를 보면 공기업도 상당히 민영화가 진행될 것이니만큼, 차라리 이미 성공적으로 민영화가 된 공기업들이 많으니 그런 방향으로 알아봐서 지원하는 게 어떠냐고 조언해 주셨죠.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하신다면

솔직히, 제가 잘한 게 하나도 없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계속 공부해 온 영어랑 학점 빼면 제가 준비를 따로 한 건 하나도 없어요. 남들은 다 하는 공모전 하나 준비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영어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기도 했지만 영어공부만큼은 열심히 했습니다. 특히 카투사에서 많이 배웠어요.

미군부대에 근무하면서 이건 어학연수보다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거기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나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지금도 미국에 돌아간 미군 친구들하고 연락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통화했어요. 그런데, 요즘 카투사 가기가 힘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웃음)

제대하고도 영어를 일부러 많이 쓰려고 노력했어요. 제 여자친구도 미국에서 5년 정도 살다 왔거든요. 그래서 둘이 얘기할 때도 일부러 영어로 얘기하기도 하고, 물론 사람들은 굉장히 재수없다는 듯 쳐다보긴 하지만요. (웃음)

이런 개인적인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우리나라는 영어를 의무교육으로 시키는데도 사람들이 영어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니까. 그만큼 대학에 와선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동아리 같은 경우도 저는 영어회화 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제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토익을 잘하지만, 토익 잘한다고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니란 겁니다. 그러니 토익점수는 기업 필터링에서 걸러지지 않을 정도로 준비하시고, 기업에서도 나중에 영어 면접으로 이 사람의 영어 실력을 구분하니까 영어 면접을 더욱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사가 다 그런 것 같아요. 기업도 자기와 인연이 닿는 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정말 여러 번 떨어졌습니다.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기도 했고요. 그래도 자기에게 인연이 있는 회사가 있으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인생을 길게 놓고 봤을 때, 직장 선택을 정말 잘 해야 합니다. 단지 지금 눈앞에 닥쳐온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아무데나 들어가 놓고 보면, 정말 나중에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실제로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는데, 단지 쪽팔리니까. 그리고 부모님께 미안하니까 불합리한 선택을 내리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2~3년 정도를 투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투자를 통해 자기가 평생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직장을 선택해야지, 눈앞의 리스크를 피해서 남들도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시점에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아, 뭐… 목표나 인생 플랜이라고 하면, 좀 거창한데요. (웃음) KT&G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장담은 못하는데, 그래도 KT&G에서 계속 있고 싶습니다. 정말 회사를 다닌다면 이만한 회사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좋고, 회사도 기업으로써 구성원에게 해줄 수 있는 걸 다 해주고. 특히, 주말엔 근무를 거의 안 한다는 사실이 엄청난 매력이랄까요. (웃음) 

전 지금 글로벌 부서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이 정말 재미있어서 앞으로도 글로벌 부서에 관한 일을 계속해서 해나가고 싶은데, 인사이동은 제 소망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일단은 희망사항이지요.

거창한 목표를 이야기하자면 글로벌 본부장이 되고 싶다는 것. 글로벌 부서에서 제가 담당하는 시장은 아시아-태평양입니다. 물론 지금은 메인이 아니라 어시스턴트입니다. 제대로 업무 담당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신입으로 배우고 있는 입장이니까요. 물론 지금 맡아서 하고 있는 것도 있긴 있지만, 그래도 앞으로 ‘내공’이 쌓이면 한 시장을 맡고 싶어요

 아, 하나 이상이면 더 좋겠죠? 그 시장들을 제대로 담당하면서 유지하고, 또 개척하고 싶습니다. 러시아나 터키 법인 등, 앞으로도 계속 시장이 확대되고 투자는 늘어날 테니까 기회는 많습니다. 지금도 터키로 출장을 많이 가고 있습니다. 물론 항상 변동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앞으로 어느 시장을 맡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장 담당자로써 하나의 영역을 책임지고 맡아서 일하는 지역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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