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더욱 강해지려면
삼성이 더욱 강해지려면
  • 한양대학보
  • 승인 2007.11.19
  • 호수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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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말년은 쓸쓸해보였다. 아들들의 경영권 승계다툼 ‘왕자의 난’을 지켜보며 ‘왕회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거대 권력자가 사라지면 그 자리를 노리는 숨은 권력자들 간의 암투는 필연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그런 경우를 수도 없이 반복해왔다.

현대 일가는 ‘왕자의 난’ 이후, 꼭 이 일 때문은 아니었지만 소중한 핏줄을 한 명 잃었다. 권력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일들은 모두 다 겪은 셈이다. 그래도 정씨 형제들이 현대그룹을 나눠서 잘 운영하고 있으니 비온 뒤에 땅이 굳어졌다 할 수 있겠다.

현대 분할 이후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더욱 곤고히 하고 있는 삼성은 어떠한가. 경영권을 승계할 아들이 하나밖에 없어 일단 ‘왕자의 난’은 피해갈 것 같다. 이미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발행 사건 등 경영권 승계 작업 역시 현재로선 큰 무리가 없는 듯하다. 현재로선 말이다.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의 삼성비자금 폭로 이후 삼성문제는 정확히 30일 남은 대선정국과 교묘하게 맞물리고 있다. 재벌 사장까지 지내면서 친기업적 성향을 견지해온 이명박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반면, 권영길·문국현·정동영 세 후보는 ‘삼자연대’를 통한 삼성비자금 문제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입을 모으고 있다. 어쨌든 삼성문제가 이번 대선의 주요이슈 중 하나로 부각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 동안 대한민국 사회에서 삼성은 성역이었다. 아니 지금도 성역이다. 삼성 비자금 폭로이후 여론은 놀랍게도 김용철 변호사가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 김 변호사는 정신적,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고 삼성은 국가 경제의 큰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일부 보수언론과 친기업적 성향의 경제신문들은 급기야 삼성 비자금과 아무런 관련 없는 김 변호사 명의 노래방 불법영업사건을 문제 삼고 있다. 조선·중앙·동아를 비롯해 서울경제·한국경제 등은 지난 15,16일 양일간 이 문제를 일제히 보도하면서 ‘문제 있는 김 변호사의 잘못된 문제제기’라는 식의 전형적인 물 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재벌비리 사건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다.

삼성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발생할 수 있는 행위가 있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겠다는 법치국가의 정당한 법적 행위에 ‘국가 경제를 위해’라는 말로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삼성이 더욱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은 정당한 방법으로 경제적 부를 더 많이 축적하는 일이다. 경영권 승계과정 역시 편법적이고 쉬운 방법으로는 불가하다. 이재용 전무가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을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 경영권 승계과정은 어렵고 혹독해야 한다.

그리고 철저히 능력검증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이 전무를 더 강하게 만드는 일이고 나아가 삼성을 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외형적으로는 강하고 내부적으로는 온갖 부패로 썩어가는 삼성의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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