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총학생회 선거, 다르지만 닮은꼴
대선과 총학생회 선거, 다르지만 닮은꼴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11.12
  • 호수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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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이전총재의 출마로 그 동안 지속돼온 이명박 대 반 이명박의 대선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또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정당정치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당내 경선이라는 민주적 합의과정을 무시함으로써 정당정치의 기반은 또 다시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8일부터 26일간 서울지역 7개 대학 학보사 주관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의 43.1%가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당이 제 기능을 못해서’를 꼽았다. 이전총재의 출마는 이 같은 설문결과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또 ‘유능한 정치지도자가 없어서’라고 답한 의견이 27.9%나 되는 것도 정치에서 정치인이 정당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당의 정책, 이념, 공헌보다 개인의 인지도, 출신지역이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학생들의 선택에 있어서 말이다.

원내에 진입해있는 정당 중 가장 오래된 정당은 한나라당으로 1997년, 이전총재가 대선용으로 창당했다. 가장 맏형이지만 그 나이가 불과 10살밖에 안 된다. 제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은 2007 대선용으로 급조됐으며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도 역사가 짧다. 100년 정당을 표방한 열린우리당도 불과 5년을 버티지 못했다.

정당의 역사가 짧다는 것은 정당 구성이 정책, 이념 등으로 이어질 수 없음을 반증한다. 인기 있는 정치거물의 대선승리를 위해 정당을 급조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헤쳐모여식 이합집산만 있었다는 것이다. 이전총재의 출마는 이 같은 구조를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전총재가 신한국당 시절 김영삼 대통령에 반기를 들어 만든 정당이다. 자신의 손으로 세운 정당의 대선후보를 부정하고 대선에 출마한 것은 정당중심의 정치기반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다.

민주당 경선에 불복해 탈당한 경험이 있는 이인제 후보가 다시 민주당 후보로 등장했다.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손학규 전 지사가 견원지간이나 다름없는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후보등록을 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정당은 정책을 통해 국가발전을 도모하는 집단이 아니라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합집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책이 아니라 지역주의, 색깔론 등으로 대통령, 국회의원을 뽑아 국내정치를 어떻게 망쳐놓았는가.

우리학교 안산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어떠한 정책으로 학생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단순히 학생회관 5층의 주인이 되고 싶어 출마한 후보는 없는가. 총학생회는 권력집단이 아니다. 학생들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고 신념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존재한다.

총학생회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없고 정책도 미진한 후보는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할 자격조차 없다. 또한 이미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후배들로 하여금 총학생회를 차지하고 각종 사업에서 상업적 이득을 취하는 비운동권의 고질적 병패는 정치권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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