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기획을 위해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기획을 위해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11.05
  • 호수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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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극장 공연기획팀 박진완<불어불문학과 92> 팀장

“관객과 함께하지 못하는 공연은 단지 연습일 뿐입니다”

“정말 공연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자기 시간을 투자해

행동으로 옮겨 진짜 관심이 있다는 걸 증명하세요”

공연 ‘난타’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인 정동극장은 최근 ‘전통예술의 대중화·세계화·명품화’란 목표를 가지고 도심 속의 휴식공간을 넘어 세계 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이런 정동극장의 모든 공연 기획과 마케팅의 총괄업무를 담당해 극장 고유의 색채를 빛내는 박진완(공연기획팀 팀장) 동문을 만나봤다.

공연기획자의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생각해 보니 필연이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첫 번째 의도는 순수하지 않았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 연극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니던 불어불문학과에 원어연극학회가 있었지요. 거기 들어가게 됐는데, 솔직히 여자 선배님들이 예뻐서 ‘아, 저기 들어가면 좋겠다’는 의도로 가입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선배님들이 하라면 하고, 또 사주면 먹고(웃음) 하는 가벼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군대에 다녀오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학회에서 제가 제일 선배인 거에요. 그래서 얼떨결에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그래도 일단 맡은 이상 의무감이 생기잖아요. 부담감도 생기고, 또 공연도 무대에 올려야 하고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과 더불어 배울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하니까요. 그때부터 열심히 하는 척 했던 것 같아요(웃음) 할 수 있는 걸 가르쳐 주고, 저도 많이 모자랐지만 후배들을 이끌고 같이 연극을 연습하고, 또 발성 연습도 하고, 나중엔 주연배우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제가 갑작스럽게 무대에 올라가게 되는 상황도 벌어졌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제가 이 분야로 나갈 줄은 몰랐어요. 그 당시엔 그저 눈앞에 있는 현실이 중요했던 거에요.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잘해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도 연극을 통해 작아졌던 학회를 조금 활성화시켜 놓고 떠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 때, 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했었어요. 물론 전 프랑스어를 전공으로 석사까지 마쳤기 때문에 그때까지도 공연이 제 동반자가 될 거란 생각은 없었죠. 그래도 유학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학문·기술·예술 분야든 간에 1~2년 만에 성취를 이루는 건 없잖아요. 어떤 분야에서 실력이 꽃을 피우기 위해선 5년이 걸릴 수도 있고 10년이 걸릴 수도 있지요. 저는 물론 공부가 좋아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공부가 생명을 얻지 못하고 있는 거에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누군가에게 줘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너무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자기 만족은 될 수 있겠죠.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 그런데 그게 과연 살아있는 학문일까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정말 살아있는 지식으로 살아있기 위해서는 자기 만족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남들한테 제가 배우고 한 부분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제가 하고 싶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베풀 수 있는 그런 분야를 다시 한 번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하면 열심히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아시는 분이 정동극장에 한번 지원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씀을 하셔서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 입사해서 일하게 된 거죠. 정말 저도 하나의 전환점으로써 지원했던 거였죠. 그런데 지원하고 일하면서는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정말 너무나 운이 좋게도, ‘아, 내가 찾던 게 바로 이거였구나’란 걸 깨닫게 된 거죠.

공연기획자의 삶에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제일 보람이 있었던 것 순간이라, 얼마 전에 가나하고 토고에서 공연을 했어요. 국가 행사 때문에 정동극장에서 공연팀이 거기까지 나가서 공연을 했었죠. 거기서 정말 너무나 뜨거운 관객의 호응을 받았어요. 그리고 제가 봐도 너무나 완벽한 공연이었습니다.

공연단들이, 그래서 관객들의 호응과 저희들의 호응이 매치가 돼 출연자들은 출연자들대로 박수 받으면서 감격해서 울고, 동행하신 극장장님도 뒤에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 흘리시고, 관객들도 뜨겁게 울었습니다. 지켜보는 저도 정말 가슴이 뜨거웠고요. 이런 기분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로 모릅니다.

공연장이라는 게 우리들끼리 공연을 올리고, 또 우리들끼리 잘했다고 박수를 친다면 그건 연습실이죠. 공연이란 건 관객과, 공연을 볼 수 있는 장소(무대)와, 실제로 공연하는 출연진, 그리고 보조하는 스탭과 마케팅 기획 등이 합쳐졌을 때 비로소 이뤄지는 겁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관객들이죠. 관객이 없이 저희들끼리 발표할 수는 있지만 그건 공연이라기보다 연습이고,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공연으로 가기 위한 시도 단계지 공연이라고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공연이란 건 관객과 같이 호흡할 때, 관객의 호흡을 통해 공연으로서 생명이 탄생하는 겁니다. 그러니 공연을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객들이 공연에 대해 만족할 때 가장 기분이 고양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근본적인 거에요. 공연장이잖아요.

스타들이나 출연자들은 무대에서 박수를 받는 게 사랑받는 거잖아요. 그 자체로 감동이니까. 공연기획자는 그런 관객과 출연자들을 보면서, 정말 관객들이 공연에 푹 빠진 채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출연자들도 무대에서 연기에 몰입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환희를 느껴요. 그건 정말로… 이 일을 계속하는 건 그 맛이죠. 정말 그것 때문에 계속 기획하고, 조사하고 또 공연하는 거에요.

공연기획자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공연기획자가 되고 싶다면 일단 공연을 많이 보세요. 책을 많이 읽으면 자기도 모르게 대화의 질이 달라지는 것처럼, 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더 깊이 있게 생각을 할 수 있고, 더 날카롭게 바라볼 수 있거든요. 작품에 대해 더 깊이 다가가기 위해서라도 보다 많은 공연을 접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공연에 정말 관심이 있다면 그걸 행동으로 증명하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학교는 아마추어의 세계지만 사회는 프로의 세계에요. 그렇기 때문에 프로의 세계에 대한 각오를 드러내 보여야 합니다. 공연에 대한 관심을 마음속으로 간직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프로 무대에서 활동하고 싶다면 프로의 문을 두드리라는 뜻입니다.  지금 당장. 각 공연장이나 공연 기획사라든가, 아르바이트가 됐든 자원봉사가 됐든 정말로 가서 경험을 쌓아가라는 거죠.

사실 저도 그렇게 하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비록 제가 그러진 못했지만, 제가 필요한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에요. 프로 무대에서는 그래요. 정말 공연이란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보다 먼저 움직이지 않았겠어요? 자기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자기 관심을 증명한 사람. 이런 사람을 선택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게다가 한두 명의 정예를 뽑는 이 분야의 업무 특성상 훨씬 더 그렇습니다. 나중으로 미뤄둘 순 있지만 더 힘들어질 겁니다. 그러니까 진짜 관심이 있으면 한 걸음 먼저 움직이세요.

고민할 거라는 건 잘 압니다. 그래도 해결되는 건 없어요. 일단 부딪치세요. 그게 가장 확실하면서 쉬운 방법입니다. 막상 그렇게 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죠. 관심이 있으면 드러내세요. 내가 정말 공연을 좋아하고, 공연을 사랑한다면 두려울 게 뭐가 있을까요, 내가 좋아해서 하는 건데. 내가 정말로 관심있는 건가, 그리고 정말 이 분야를 사랑하는 건가를 생각해 보고. 다른 사람보다 먼저 그리로 가는 겁니다. 그러는 게 나중에 졸업하고 준비를 어렵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운 방법이니까요.

앞으로의 목표를 알고 싶다.

앞으로의 꿈이라… 원대하다면 원대하고 작다면 작을 수 있는 목표입니다. 전 지금 8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불어를 비롯해 여러 개의 외국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이나 다른 것이 다행히 힘이 돼 승진도 굉장히 빠른 편으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도 배울 게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 분야에서는 누구나 알아주는 사람, 누구나 전문가로 인정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스스로 더 많은 걸 깨달으면서 정말 한 사람의 능력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저 혼자 가진 능력은 능력이라기보다 스스로의 학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단 누군가와 협동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을 때의 그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배운 바를 이쪽에서 관심 있는 동료들과 후배들, 그리고 관심 있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저를 통해 그 사람들은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좋은 계기를 찾아서 저보다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잖아요. 그렇게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제 꿈입니다. 어려운 얘기기도 한데, 전문성과 인격을 갖춘 인간, 그것이 제 꿈이고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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