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석이 말하는 배우, 학생 그리고 스물 하나
장근석이 말하는 배우, 학생 그리고 스물 하나
  • 류효정 기자
  • 승인 2007.11.05
  • 호수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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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난 배우 장근석이 아니라 학생 장근석이니까”

 동기들은 빅뱅을 좋아한다. 학교에서 스친 연예인에게 사인을 받을까 말까 고민을 한다. 나는 빅뱅은 아예 모르오, 연예인은 가까이서 보았지만 사인을 받는 것은 머쓱하다. 그런 나에게 장근석을 인터뷰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래서 일까. 나는 영화「즐거운 인생」의 배우 장근석 보다, 학생이자 스물 한 살의 그에게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처음 보는 학교 학생과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이 특별할 그에게 “나 너랑 동갑이야”라고 말하며 친구처럼 반말 인터뷰를 하려고 결심했다.

9월 약속을 10월로 바꾸는 등 세 번이나 나를 바람 맞추자 점차 ‘무릎 팍 도사가 되겠노라’는 마음이 들고 말았다. 반말 인터뷰가 필요해졌다.

장근석<예술학부ㆍ연극영화과 06> 군은 “전 존댓말이 더 편해요, 하지만 반말 하는 느낌으로 인터뷰를 편하게 해요”라고 말했다. 사실 반말하자고 말하면 색다르다며 좋아할 줄 알았는데, 막상 이런 반응이 나오자 내가 신선한 인터뷰를 위해 숨긴 커다란 비밀을 밝힐 기회도 잃었다. 반말과 존댓말을 교묘히 섞은 인터뷰를 마치고, 고백한다. “근석아, 사실 나 너보다 한 살 많아.”


#1 즐거운 인생, 요즘 즐거운 배우

아마 즐거운 인생 때문이겠지, 요즘 들어 부쩍 장근석이란 이름이 많이 들려. 앞으로 장근석하면 어떤 이미지였으면 좋겠어?

뭔가 설정하고, 계산하고 이미지를 추구하고 싶지는 않아. 난 말이지 20년이 지나도 순수한 열정 그리고 노력하는 그 모습이고 싶을 뿐. 이미지를 설정하는 것은 메니지먼트겠지.

그럼 작품이나 캐릭터를 선정할 때, 가장 고려하는 점이 뭐야?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생각해.

할 수 없는 게 뭔데?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지. 지금 찍고 있는 홍길동의 ‘창이’는 내가 너무 해보고 싶었던 인물이거든. 1월부터 하루도 쉬지 못했으면서도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어. 사실 배우에겐 다작은 배우를 소모시키기도 하거든.

아 그렇구나(긁적긁적)
쉬운 말로 하자면 몸과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인물을 표현 범위가 달라. 체력적ㆍ감정적으로 힘이 들면 인물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지. 물론 할 수 있다, 없다를 단정 짓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힘들 땐 캐릭터 자체를 표현하는데 겁나거나 두려울 때도 있어.

필모그래피를 봤더니, 누군가의 첫사랑, 어린 시절 같은 것들이 더 많아. 사람들도 이런 것들을 더 많이 기억하는 편이고. 벗어나려 노력한 필모그래피는 뭐야?
인물과 인물, 작품과 작품 사이엔 사이 기간이 있잖아. 그 기간 동안 충분히 인간 장근석으로 돌아오려는 시간을 보내다보면 의식적으로 벗어나려하지 않아도, 금새 나로 돌아와. 그럼 또 난 다른 인물을 그려나가기 위한 충전을 한거지.

 

#2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06학번

학교생활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소문 하나, 하석진 봤다는 사람은 많은데 왜 너 봤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까?
나 열심히 다니는데. 노천에서 동기들이랑 자장면도 시켜먹고, 수업시간에 발표도 정말 열심히 하는데.

정말? 난 너가 “학교식당에서 밥 안 먹는데요” 라고 대답할까봐 걱정 했어.
나에겐 1학년 1학기의 삶 자체가 너무 소중했어. 나도 학생이잖아. 이 나이 때 다른 친구들이 해보는 거는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우선 수업 전에 한양플라자에서 커피 한 잔 먹고, 생활대 식당에서 밥 먹고, 수업 끝나고 또 커피 한 잔. 이게 학교에서 동선이야.

나 생활과학대야, 그렇게 돌아다니는데 왜 널 못봤지?
내가 걸어 다니질 않아서 그런가봐.

거기 있었구만, 못 만나는 가장 큰 이유가
(웃음) 하하

소문 둘, 학교 선배 중에 너가 아래위로 겨자색옷 입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진짜 입었어?
그런 적 정말 없는데.

패션이 평범하지 않아서 생긴 오해인가
학교에서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긴 하지만, 패션은 평범하게 입고 싶지 않아. 알록달록한 옷 좋아하고, 그렇게 입고 다니지. 패션에 관심도 많고, 지금 아니면 언제 입어보겠냐는 생각으로 입지, 자신감 있게.

소문 셋, 학교 수업 열심히 듣는 거야?
그러려고 노력해.

연극영화과 오고 싶었나?
처음엔 아니었어. 어린 시절부터 일을 해왔는데, 내가 굳이 연극영화과를 들어갈 필요가 있냐는 오만한 생각을 했지. 다른 과를 지원을 했다가 낙방을 받고 뮤지컬을 하게 됐었는데, 무대 위에서 나는 너무 작아져 버리더라. 처음부터 다시 배우자고 마음 바꿨지.

사회로 나가면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다르다는 이야기들 많이 하잖아. 연극영화과 학생으로 영화를 봤잖아, 네가 느끼기엔 어때?
그 둘 사이의 갭은 사실 엄청 커. 학교에서는 1더하기 1이 2라고 가르친다면, 현장에서는 1이나 3이 되기도 해. 그걸 현장에서 얼마나 지혜롭게 적용시키느냐가 배운 사람의 능력이겠지. 지식이 아닌 지혜가 필요하기에 아마도 사람들이 다르다고 표현하는 것 같아. 현장에서 그저 어깨 넘어 배운다면, 학교에서는 체계적인 배움을 얻을 수가 있고 교양수업 등 다른 수업을 통해 다양한 지식도 더 쌓을 수 있지. 학교에서 배우는 건 꼭 지식만이 아니잖아.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움이지.

교양에서 다른 과 친구를 만나기도 하거든, 너도 교양에서 만난 친구 있어?
없어. 친구 많이 만나고 싶은데 먼저 다가와주면 내가 마음을 열수 있을 텐데 나도 친구들도 마음의 장벽 이라는 게 있어서 다가가기 힘드네. 나 할 땐 열심히 하고, 놀 땐 열심히 노는 거 좋아하거든. 클럽을 가거나 이럴 때는 ‘저 한양대생인데’ 하고 다가오면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고 반갑고 그러는데 말이지.

그럼 과 동기들하고는 잘 지내는 거야?
그럼, 좋은 인연을 이어갈 사람들이지. 밥도 사주고.

하긴 버는 친구니까 밥도 사야겠다.
꼭 그런 이유는 아니지만, 그러려고 노력해. ‘내가 다 쏘마’ 이런 건 아니지만, 커피 같은 거  마시잖아.

평범하고 싶다지만 아무래도 연예인에서 떨어지긴 힘들잖아. 연예인 학생으로 마이너스는 뭐야?
동갑내기 배우 문근영이 수업에서 잠을 자다 찍혀서 화제가 되더라. 난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데. 물론 잔다는 게 바람직한 일은 절대 아니지. 근데 젊은 나이에 술 한 잔 마셔서 잠을 잘 수도 있잖아. 원래 그러면 안 돼지. 하지만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얼레 설레 다니다가 그냥 졸업하겠지 하고 보는 시선들. 한양대학교 다니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도 그냥 학생인데 라는 생각도 들어. 근데 그런 거 극복하는 것도 되게 쉽다. 그냥 당당하게 자는 거야. 나는 그땐 배우 장근석이 아니라 학생 장근석이니까. 그래도 지각은 너무 죄송해. 교수님께서 열변을 토하시면서 강의를 하시는데 딱 들어가면 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교수님의 시선도 내 쪽으로 향해. 그럴 때면 너무 미안해서 고개를 푹 숙이게 되더라.

지각 하는 건 스케줄 때문인가?


아니, 아침잠이 많아.

뭐야 늦잠 때문인거야?
아침잠도 많고, 지하철도 막히고, 차도 막히고.

지하철 안타고 다니잖아
아 차도 막히면서 지하철도 막히고, 지하철이 막히면서 차도 막히고. (웃음)

 

#3. A형 남자 그리고 스물 하나

인물 조사 할 때, 너 싸이 파도 탔다. 꽤 도움이 되던 걸. 싸이월드 열심히 하던데?
열심히? 나 되게 설레설레 해. (메니저 힐끗 보며 ‘그치’라는 눈빛) 처음엔 혼자 다 비공개로 했는데, 일촌들이 한 둘씩 늘어나고 일촌들이 그냥 전체 공개하지 그러냐고 그러기에 공개 한 번 해본거야. 이렇게 많이 들어올 줄은. 기자분들도 이제는 거기서 사진도 퍼가 시더라.

아무도 안 들어오면 또 할 맛은 안날껄?
우리 초등학교 때 쓴 일기에 ‘오늘 누가 사탕을 줘서 좋았다’라고 쓴거 지금 읽으면 웃기잖아. 10년 후에 싸이를 봤을 때, 아 그때의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이런 감정을 느꼈구나 하고 추억할 수 있겠지. 보물상자 같은 곳.

난 싸이 닫았어. 잠시 숨고 싶어서. 넌 특히나 배우라는 직업 상 더 드러나는 일이 더 많을 텐데 숨고 싶을 땐 어떻게 해?
나도 숨고 싶을 때 있지. 나 요즘 특히 가족, 친구, 일, 학교 등 모든 일에서 갖가지 스트레스가 마구 몰려오는 시기인거 같아. 이럴 땐 밤에 혼자 차 끌고 나와서 사진 찍고, 음악 듣고 이렇게 풀려고 노력해.

그건 연예인이라 갖는 감정일 수도 있겠지만, 채워지지 않아 불안한 20대들이 가지는 스트레스라고 볼 수도 있어. 그런 고민들 친구들에게 털어놓는 편이야?
나 A형이야. 게다가 외아들이거든. 혼자 많이 생각하려고해. 힘든 무언가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서 부담 주는건 싫어. 내가 힘든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나랑 친한 사람들에게는 티가 나지. 뭐가 힘드냐고 물어보면, 술 한 잔 씩 먹으면서 풀고 그렇지 뭐.

아무리 휴학해도 너 내년에 3학년이다. 어떤 선배가 되고 싶어?
(머뭇머뭇) 나 한 번도 선배였던 적이 없는데. 2학년이지만 1학년을 마주해본 적이 없었고, 촬영장에서는 늘 막내였으니까.

나 1학년이야. 선배네 뭐.
난 잔소리와 잡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 어디로 가라고 말하는 선배보다는 어디로 가도록 이끌어주는 그런 선배. 후배와 선배가 서로를 보완해가는 모습은 이상적인 선후배 상이겠지.

스물 한 살이라는 나이, 가치관 확립보단 확장을 해나가는 나이잖아. 너를 넓혀가는 방법은?
뭐래도 다양한 경험. 연기는 말이지. 내가 보지 못한, 느끼지 못한, 생각하지 못한 인물의 삶을 경험해. 사실 스물 하나가 바라보는 것은 한계라는 것이 있잖아. 난 그를 연기하면서 내 자신이 확장되고 있다는 걸 느껴. 또 사진을 찍는 일. 눈으로 보는 것과 프레임으로 들어오는 것이 차이, 한 방향의 시선으로만 보이던 것들이 다른 생각으로 확장될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사람들과의 대화.

우리는 사람하고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잖아. 너와 관계하는 사람들 중 너에게 제일 영향력 있는 사람은 누구야?
바로 나 자신. 나의 자신감, 나의 열정, 내가 절대 잃지 않고 싶은 순수함. 물론 나를 이끌어 주시는 분들 너무 많지만 스물 하나가 되면서 달라진 점들이 있다면 나만의 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 다른 누구의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나의 영역을 만들어 가는 일. 부모님의, 친구의, 사람들의 내 모습이 아닌 나만의 나 말이야. 이런 것들을 지켜주려면 난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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