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사관후보생(ROTC) 프로그램
학군사관후보생(ROTC) 프로그램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10.01
  • 호수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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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은 마음 속에, 두 눈은 세계를 바라보는 한양의 사자

학군사관후보생 47기, 3학년 중대장
황상현<사회대ㆍ행정학과 05> 후보생

일반 사병으로 복무하거나 카투사를 선택하는 많은 학우분들과 달리, 특별히 학군사관후보생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군대는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겁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일반 사병으로 전역한 선배님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전 평범한 병사로 갔다 오게 되면 조금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보다는 리더십도 기르고 싶었고, 또 장교로 가게 되면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소대장이란 경력과 능력이 있어 사회생활을 할 때도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2학년 때 지원하려 마음먹었을  당시  제 성적은 평균이었습니다. 그런데 후보생 선발기준에서는 체력이 제일 커요. 그래서 체력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겨울방학부터 4월 시험 때까지 집에서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열심히 운동을 했습니다. 덕분에 체력점수가 좋게 나와서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군에서 장교로 복무한다는 자부심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남들과 똑같은 길로 간다는 것도 싫었고요, 게다가 리더십도 생기고, 현실적으로는 돈도 됩니다. 물론 그건 부수적인 거라고 생각하니까 정확히 한달에 얼마를 받는지는 잘 모릅니다만, 그래도 처음에 학군단을 지원할 때 월급이 ‘상당히’ 고려되긴 했습니다.

본격적인 학군단 후보생 생활이 시작되면, 학업과 학군단을 병행하기 힘들지 않습니까. 더구나 3학년 중대장이기도 한데요

동계 기초훈련을 마치고 3학년이 돼 입단(저희는 신고식이라고 합니다)을 하게 되면 1~2학년 동안 학교에만 다녔다 보니 학군단과 학업 양쪽 모두를 병행하는 데 적응하기가 힘들어요. 대학생활과 학군단 생활의 경계에서 사람들이 줄타기를 하는 거죠.

처음 적응할 때는 저나 동기들이나 힘들다는 걸 정말 많이 느끼지만, 한 학기씩 선배들의 지도를 받고 군사ㆍ예절 등을 공부하다 보면 학군단 생활도 잘 하고 대학생활도 잘 하는 법을 찾게 됩니다. 처음엔 몸이 하난데 어떻게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생각에 학군단 생활에 치중하겠다, 대학생활에 치중하겠다. 는 식으로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후보생들이 하나둘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군사에 관한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은  군사문화만 접하는데 반해 학군단 출신 장교는 대학의 문화도 접하기 때문에 군에 가서는 융통성이 생길 수 있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군사관후보생들은 3학년과 4학년이 합쳐서 한 개 대대를 구성합니다. 따라서 학년별로 중대가 하나씩 있게 됩니다. 중대장의 임기는 한 학기입니다. 전 2학기 때 중대장이 됐으니 이번 학기 동안 3학년 후보생들을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후보생으로서, 앞에서 리드해가는 사람에게 이끌려 나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쉬운 일일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 후보생들은 다릅니다만, 일반적으로 상황이 수동적이 되고 나면 내가 어떻게 해야겠다란 생각보다는 리더가 이렇게 하니까 따라가면 되겠다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리더는, 중대장은 결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지요. 다른 후보생들의 앞에 서보니 사람들을 컨트롤하는 것도 배워야겠고, 이래저래 배울 게 많지만 지금의 경험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특히 저희는 학년이 높다거나 계급이 높은 상황도 아니라 동기들을 이끌어나가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중대장이 돼보니 더 힘듭니다.  덕분에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훨씬 더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급도 그렇고 학군단복도 그렇고, 저희는 일반 학생과는 많이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 역시 대학생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저희 같은 후보생들이 생활하는 기준에 대한 운영방침에 대해서도 군대기준을 적용해야하지만, 우리학교에 계신 단장님이나 상사님들께서는 대학문화를 많이 이해해주는 분들이십니다. 대학공부나 동아리활동에 있어서도 반대하고 제한하기보다는 장교 후보생으로서 품위를 잊지만 말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믿어 주시기 때문에 대학생활을 하면서 더욱더 품위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수업시간에 졸지도 않게 됩니다.

학군단이란 사실이 가장 자랑스럽게 느껴질 때가 언제였습니까

학군단이란 거대한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다는 것을 실감할 때입니다. 저희는 대부분 학군단복을 입고 다닙니다. 그러다보면 사회에 계시는 학군단 출신 선배님들께서, 먼저 말을 걸어주십니다.

그분들은 학교가 어디냐고 물어봐주시고 수고한다고, 나중에 근처에 오면 밥 한번 사주겠다시며 명함도 건네주십니다. 학교란 작은 울타리를 넘어 학군단이었다는 전우애로 이런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자랑스럽습니다.

저도 학군단 선배님들께 학군단은 사회적 네트워크가 많기 때문에 너희가 선배님들을 찾아가면 정말 너희를 잘 챙겨주실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실제로 제가 걸어갈 때 까마득한 선배님들이 먼저 알아봐 주시면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또 얘기하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학군단은 대학이지만 또한 군대입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대학생에겐 상당히 낯선 환경이죠. 다들 처음 들어왔을 땐 미흡함을 느낍니다. 군대 예절들, 예컨대 상관을 대하는 예절이나, 선배를 대하는 예절 등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힘들었지만 그런 부분들이 하나 둘 적응이 되고 난 저 자신을 돌아보면서 지금은 미숙함을 넘어서 한 사람으로 갖춰진 저 자신의 모습을 찾았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일반 학우들을 보면서, 머리카락을 자유롭게 기르는 학우들을 보면서 갈등이 드는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저희는 대부분 학군단복을 착용합니다만 항상 그런 건 아니잖습니까. 어쩌다 평상복을 입게 되면 짧게 깎은 머리때문에 아무래도 대학생 같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저라고 어디 놀러가서 잘 놀고 싶은데 마음이 없겠습니까만, 자기 자신의 처신에 대한 제약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단복을 입고 어디 술 취해서 기어다닐 순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처음엔 갈등을 많이 했습니다. 아, 내가 괜히 이걸 해서 놀고 싶은 것도 마음껏 못 노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상황들이 제 몸가짐을 딱 잡히게 해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가 포기한 것 때문에 제 선택을 후회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험을 해온 선배로써, 내년 상반기에 학군단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어디까지나 개인의 희망입니다만, 새로 들어올 07학번 새내기들은 능동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의 권유나 주변의 지인들이 권유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평범한 것이 아닌 특별한 것을 경험하고 리더십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 지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1학년 때 학점관리도 하고, 또 나름대로 운동도 하면서 체력관리도 하고 그래야겠지만  특별한 준비라고 할 만큼 1,2학년 때부터 준비할만한 사항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죠.

학군단이라는 것은 마음가짐, 정신자세가 중요한 곳입니다. 왜냐면 저희는 소대장으로 군대에 가야 하는 사람들, 수십 명의 소대원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기본적으로 장교로 임관하기 위해서는 당적을 가질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정치적인 사상도 가질 수 없고요. 자칫 잘못하다간 군대에서 소대원들의 교육에 악영향을 미쳐 전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소대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소대원들의 생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저희는 너무나 많이 봐왔으니까요.

그래서 1~2학년 때 자유분방하게 여러 사상을 접하고 여러 가지 의견을 이야기하던 후보생들도 3,4학년이 되면 명확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갖게 됩니다. 직접 소대원들을 지휘하고 인도하는 데 가장 필요하고 적합한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 거죠. 때문에 학군단을 지원함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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