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가르치며 배웠던 추억
상해, 가르치며 배웠던 추억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09.16
  • 호수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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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펼치는 사랑의 실천

중국 봉사활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05년 연변에서 진행한 봉사활동에 참석했었습니다. 3학년 여름이었습니다. 저는 가정형편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제 돈 내고 외국에 나가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지원하는 기회가 있기에 놓치지 않고 간 겁니다. 그런데 그때 좋은 추억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정말 다시 한 번 가고 싶어서 신청했습니다. 신청할 때 전 힘이 좋으니 거기 가서 짐이란 짐은 제가 다 나르겠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잘 봐주셔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요.

4학년 2학기엔 누구를 막론하고 다들 취업하느라 바쁘죠. 친구들은 저더러 봉사하면 봉급 나오냐고까지 말합니다만 그건 녀석들이 봉사를 가본 적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 느낌을 몰라서, 남는 게 더 많다는 걸 몰라서 하는 말이죠.

상해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팀장으로서의 경험은 어떠셨습니까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죽을 뻔 했습니다. 팀 내 최고령자로서 팀원들이 대부분 남자인 가운데, 전 서로 다양한 특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그런데, 아직 어린 06학번 친구들이 이야기할 때 불쑥불쑥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는 등 넘치는 열정과 아이디어를 조율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또 어디나 그렇듯이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임승차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커졌습니다. 나중엔 평소에 별로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도 ‘그 주제에 무슨 아이디어냐’고 반발하기까지 하니까요. 그걸 조율하는 게 어려웠지요.

게다가 상해는 온도가 40도가 넘고 습도도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서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요. 서로 닿기만 해도 불쾌지수가 팍 솟아오르는 와중에 팀원들을 하나로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죠. 그래서 운영진과 임원진 사람들에게 서로서로 칭찬하라고, 우리가 마음까지 움직일 순 없으니까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우린 하나로 뭉칠 수 있었지요. 그래도 그렇게 하느라 몸무게가 10kg나 빠졌습니다.

상해 교육봉사 활동을 하면서 경험했던 감동적인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10kg나 빠졌다고 말씀드렸죠. 새벽 6시부터 12시까지 공적인 행사가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새벽 1시까지는 중국측 선생님들과 미팅이 이어졌고요. 그렇게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때때로 중국 학생들이 저마다 쪽지에 어색한 한국어로 ‘힘들어 보이는데, 힘내세요’라든가 아니면 단어만 알 수 있는 문장을 적어 보내주는데, 그렇게 정말 진심이 담긴 쪽지를 받을 때 피로가 풀립니다.

매일 미팅 때마다 우리 팀 중 누군가는 격려 쪽지를 받아왔어요. 모두들 그걸 돌려 읽으면서 어색한 문장을 넘어 진심을 울리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정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소중해요. 그렇게 맺어진 사람들과 마지막 발표회 때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울면서 나누었던 시간들은 정말 소중한 추억입니다. 지금도 계속 메일을 주고받고 연락하고 지냅니다.

봉사활동 경험을 통해 본인이 변한 것이 있다면

연변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지만. 상사병에 걸렸습니다.
넉넉잡아 한 달 정도는 그 캠퍼스에서 보낸 나날들, 그 하늘의 별들, 그리고 그 친구들의 웃음이 계속 보고 싶었습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봉사활동 기간 동안만큼 열심히 살아온 적이 없었어요. 살도 10kg이나 빠지면서 다들 보기에 죽을 것처럼 보였어도 마음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정말 상사병이에요, 보고 싶고 가고 싶고…

그리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한테 배우던 중국 학생들, 중국어 잘 하고, 한국어 배우고, 게다가 영어도 능숙하게 해서 한국어 막히면 영어로 말하던 그 친구들이. 저희들과 수업 끝나면 전부 도서관 가서 공부했어요. 물론 거기는 문화시설이 조금 열악해 놀 만한 게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놀고 싶은 마음이라고 달랐겠습니까? 그런데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 직접 보고 왔으니 저도 자연히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저는 체대생입니다. 봉사라는 끈을 놓으면 노는 길, 나쁜 길로 빠질 수 있는 배경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걸 잡지 않기 위해서 고개를 돌려서 바라본 길이 바로 봉사입니다. 이번이 마지막 학기고 중요한 4학년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번에 진행하는 교육청 멘토링 프로그램에 지원했습니다.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맡은 중학생들은 조~금 거친 친구들입니다. 마치 제 옛날 모습을 보는 것처럼요. 직접 공부시키는 게 아니라, 아 정말 해야겠구나 하는 느낌을 그 아이들에게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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