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로스쿨 도입
불안한 로스쿨 도입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09.16
  • 호수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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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유치에 나선 각 대학들이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 도입을 앞두고 저마다의 이유를 내세워 유치를 자신하고 있는 상태다. 일부 대학에서는 그야말로 ‘다 걸기’식의 유치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수년간 대학사회의 최대현안이었던 로스쿨은 설립인가가 난 이후에도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각 학교 법대가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로스쿨 유치에 실패할 경우의 후유증은 감당하기 어려운 짐으로 다가올 것이다. 얼마 전 일부 대학이 로스쿨 유치에 필요한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경쟁대학의 교원을 임용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또 정원을 조절하고 우수 교원임용에 많은 정성을 들였던 만큼 로스쿨 유치 실패는 법대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로스쿨 유치에 성공한 대학들도 당분간은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법안의 국회통과과정에서 수정되고 보완된 점이 많아 본래의 취지에 어긋난 방향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입학정원을 두고 교육부와 대학 간의 의견이 맞지 않는 것도 우려스럽다.

특히 세계수준의 법학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했지만 대학 간 소모적인 경쟁 속에서 취지가 많이 어긋나고 있다. 로스쿨 유치는 국내 대학들 간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법조인들을 양성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그러나 이번 로스쿨 유치전의 전반적인 흐름은 국내대학간의 로스쿨 유치 경쟁으로만 진행되는 느낌이다.

로스쿨 유치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수치’다. 교원 1인당 학생 수, 현장경력이 있는 교원의 수 등 객관적인 수치로 비교할 수 있는 항목들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나와 있다. 또 법대건물설비 등도 고려대상이다. 이미 국내대학들의 재정규모는 널리 알려져 있다. 기반이 튼튼한 서울지역 몇몇 사립대들을 제외하면 로스쿨 유치전에서 이미 마이너스 점수를 안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같은 ‘불공정경쟁’을 보완하기 위해 고려되고 있는 지역할당제역시 완전치 못하다. 국내 대학들의 사정을 고려하는 것은 좋지만 로스쿨이 목적으로 삼아야 할 것은 국제경쟁력이다. 국제경쟁력에서 앞서나갈 수 없다면 지방대학 안배라는 좋은 취지마저 퇴색될 우려가 있다. 재정이 넉넉지 못하기 때문에 유치만 해놓고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대선을 앞둔 국내 정세 역시 불안요소다. 온 국민의 관심이 대선에 쏠려있고, 신정아씨 파문 등 정계가 혼란한 상황에서 막바지 로스쿨 사업이 얼마나 심도 있게 논의되고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어쨌든 로스쿨은 도입될 것이며 법학전문 인력들이 양성될 것이다. 앞으로 경영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등 역시 문을 열고 본격적인 인재양성에 나선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경제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실에서 밤을 새고 있다. 또 인문학의 미래를 걱정하는 석학들이 모여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사회가 법관, CEO, 의사로만 넘쳐나서는 안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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