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옷이 당신에게 잘 맞습니까
그 옷이 당신에게 잘 맞습니까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09.02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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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의 낙마로 대선지지율 2위에 올라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좌불안석’이다. 지지율 5%를 돌파한 이후 친정인 한나라당은 물론 범여권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대선정국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지만 손 전 지사로서는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지난해 손 전 지사는 안산 총학생회의 초청으로 우리학교를 방문한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 이미지와 맞지 않는 당신이 왜 한나라당에 있느냐”라는 질문에 손 전 지사는 “내가 한나라당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라고 답했다. 그 발언은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로부터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손 전 지사를 지지하고 안하고를 떠나 정당인으로서 소속 정당을 바꿔보고 싶다는 의지 자체가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오늘,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이 아닌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에 참여했다. 한나라당을 떠난 진위가 무엇이든지간에 현재 그가 한나라당 소속이 아님은 분명하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손 전 지사가 비 한나라당 인사들과 함께 한 시간이 꽤 오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칼라사진 속에 손 전 지사 혼자만이 흑백으로 그려진 느낌이다.

물론 한나라당 출신의 손 전 지사만이 어색한 것은 아니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에 면면을 보면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이 눈에 띤다. 진정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서고자 한다면 민심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는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언론에서는 그들을 대선예비후보로서 대우하고 있지만 함량미달의, 즉 대통령은 고사하고서라도 대선예비후보로도 어울리지 않는 후보들이 난립해있다. 그들이 토론하고 유세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어색한 느낌이다.

지금 우리는 상황에 알맞은 옷을 입고 있나.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9월 첫째 주에 오리털 파카를 걸치고 있지는 않나. 혹은 철지난 서태지 털모자를 뒤집어쓰고 이것이 최신 유행이라며 생떼를 부리고 있지는 않은가. 여름이 지났다고 해서 여름옷을 버리거나 아이를 임신해 작아져버린 스웨터를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은 비록 입을 수 없는 옷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다시 그 옷을 찾게 될 것이니 말이다.

내 나이, 성별, 그리고 기후나 상황에 맞춰 옷을 갈아입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상황에 맞는 옷을 입고 있는지 거울을 보자. 주위의 시선에 떠밀려, 혹은 유행에 휩쓸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색한 옷을 입고 있지 않은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다면 지금이라도 옷장을 열어 다른 옷으로 갈아입자.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앞으로 새로 살 수 있는 옷의 가치나 종류가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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