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의 흐름을 느껴라
세계 영화의 흐름을 느껴라
  • 나선익 수습기자
  • 승인 2005.09.25
  • 호수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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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쓰리 타임즈' 한장면
오는 10월 6일 막이 오르는 제 10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73개국 307편의 영화가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307편 중 61편은 전 세계에서 최초로 상영되는 월드프리미엄 작품이며 자국 외에서 최초 상영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와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 상영하는 아시아 프리미어 작품도 각각 28편과 87편에 달한다. 세계적인 영화제로 부상한 부산국제영화제. 이번 문화면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지석이 추천한 작품을 중심으로 올해 영화제의 흐름을 알아보았다.

# 영화제 시작과 끝

개막작은 2005년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였던 ‘쓰리 타임즈’가, 폐막작으로는 황병국 감독의 ‘나의 결혼원정기’가 선정됐다. ‘쓰리 타임즈’는 1911년, 1966년, 2005년을 배경으로 각 시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그간 작품들의 방점을 찍는 주요한 영화”로 평가했다. ‘나의 결혼 원정기’는 신부감을 찾으러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는 농촌 노총각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멜로이다. 허문영 프로그래머는 “기본적으로 작품성이 좋아야 하고, 대중성도 만족시키는 영화여야 한다는 논의 끝에 ‘나의 결혼원정기’를 선정하게 됐다”고 선정의 의의를 말했다.
PIFF의 공식 섹션은 총 9개. ‘아시아 영화의 창’에서 20개국 38편, ‘새로운 물결’에서는 8개국 11편, ‘월드 시네마’에서 44개국 58편, ‘와이드 앵글’에 26개국 80편 등으로 구성된다.

# 섹션별 추천 영화

‘아시아영화의 창’부문에서는 다양한 시각과 스타일을 지닌 역량있는 아시아 영화감독들의 신작 및 화제작을 소개한다. 격식을 던져버리고 자유로운 형식의 영화로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섹스와 철학’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능란한 솜씨를 발휘하여 서정적 영상과 철학적 성찰을 영화에 담아냈다. 닝잉의 ‘네 여자의 수다’에서 볼 수 있듯, 풍자나 조소를 목적으로 성에 대한 파격적 묘사나 새로운 해석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여성의 시선으로 과거 중국사회를 비판한 작품으로 중국영화사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시도가 돋보인다. 인도감독 디파 메흐타의 ‘물’은 인도에 사는 미망인들의 억압적인 삶을 다뤘다.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신인감독들의 데뷔작으로 출품되는 ‘새로운 물결’ 부문에는 11개 작품이 선정됐다. 판타지부터 인간존재의 철학적 질문,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에 이르기까지 감독들의 주제의식이 다양하다. 약자의 비극적 이야기를 다룬 장률감독의 ‘망종’은  평온한 세상에 엄청난 비극은 너무도 무심하게 찾아 온다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춤꾼 행렬을 스쳐 지나가는 순희의 모습이 엠블란스의 행렬을 지나치는 모습으로 바뀌면서 ‘무심한 가운데 생겨나는 비극’의 상징적 의미는 극대화된다. 자하르 카눙고 감독의 ‘정적에 이르는 방법’은 소리에 대한 탐구를 통해 인간의 존재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주인공인 사릿타는 도시의 소음 때문에 점점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할 수 없게 돼 관객에게 사람 사이의 소통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준다. 신발에 집착을 하는 여성의 심리를 판타지로 묘사한 로빈 리 감독의 ‘인어공주와 구두’등은 실험적 정신으로 충만한 작품으로 컴퓨터 그래픽과 세트를 활용하여 동화 속의 세계를 재현하고 있다.

폐막작 '나의 결혼원정기' 포스터
  영화의 시선을 넓혀 색다르고 차별화된 비젼을 보여주는 단편영화, 애니매이션,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분야의 수작을 모아 선보이는 ‘와이드 앵글’에는 81편이 초청됐다. 진보적 정신과 상상력의 보고 ‘와이드 앵글’은 놀랄만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스탄불의 소리’는 음악을 사랑하는 관객들을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뮤직 다큐멘터리이다. 인형애니메이션의 대가 가와모토 기하치로의 첫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사자의 서’의 일본적인 색채는 서사와 시각적인 이미지 양쪽에 강하게 입혀졌다. 환생, 영혼, 불교적 제의 등의 동양적 모티브들이 화려하면서도 은근한 색채 속에 표현하고 있다.

‘월드 시네마’부문은 세계영화의 최근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화제작과 세계적인 영화 작가들의 최신작을 소개한다. 올해 선정된영화들은 어느 해 보다도 다채롭고 수준 높은 작품들이 초대되었다. 그 중 2005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더 차일드’는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 속에서 윤리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장 피에르 다르덴, 뤼크 다르덴 형제가 감독한 이 영화는 다르덴 형제 특유의 관찰적 시선으로 더욱 더 빛이 난다. 2005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마크 돈포드 메이 감독의 ‘카르멘’은 복수와 욕정, 권력과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10주년 특집 프로그램

영화제 10주년을 맞아 기획한 특별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부산영화제를 상징하는 아시아 영화 프로그램은 ‘아시아작가 영화의 새지도 그리기’, ‘새로운 물결 그리고 10년’, ‘PIFF가 추천하는 아시아 걸작선’ 등이 마련돼 있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국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좋은 영화 30편을 선정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다”며 ‘아시아 걸작선’을 추천했다. 또한 11월 20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아세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과 관련해 ‘APEC 영화특별전’도 준비돼 있다. 월드 시네마에선 ‘영국영화 특별전’, 한국영화 부문에서는 ‘이만희 감독 회고전’이 마련돼 있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이번 APEC의 역점 의제 중 하나인 ‘문화다양성 존중’을 염두에 두고 부산국제영화제는 ‘대화’를 주제로 각 국가의 민족적 정체성 탐구나 타인종, 타민족간의 갈등과 화해, 세대간의 대화를 다룬 작품을 소개한다”며 “APEC의 회원국 21개국중 영화를 만들지 않는 부루넬(Brunel)을 제외한 20개국에서 각 한 작품이 출품하여 총 20편이 상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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