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실무적인 경제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는가
왜 실무적인 경제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는가
  • 김민수 기자
  • 승인 2007.08.19
  • 호수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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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에서 실무로 전환시기가 짧은 탓…실무경제교육 부작용도 예의주시해야

“경제교육은 생활주변의 경제현상을 올바로 이해하고 경제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데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과 안목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다.”

한 신문에 실린 경제교육에 대한 간단명료한 정의다. 외환위기 이후 카드대란 때 신용불량자의 상당수가 청소년으로 드러나자 경제교육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했다. 그리고 외환위기가 발생한지 10년이 돼가는 지금, 경제교육은 내실 있게 이뤄지고 있는가.

우리의 경제교육에 대한 평가는 자조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즉, 현실과 맞지 않는 이론 지향적인 교육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고등학생 경제 이해력 조사(2003)에 의하면 한국의 고등학생은 평균적으로 100점 만점에 56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낙제생은 전체의 52.2%에 이른다. 또한 경제 교과서를 수강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점수차가 미국은 17점인데 비해 한국은 3.1에 불과했다. 미시·거시경제 등 경제학 원론을 훑는 데 그친 교과서를 배운 학생들이 실생활에 필요한 경제지식을 묻자 감감해졌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는 좀 더 음울하다.

교사 스스로가 경제지식 빈곤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전체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이 대학에서 정규 과정으로 배운 경제지식은 학생 지도에 부족하거나(50.9%), 매우 부족한 것(6.2%)으로 인식했다. 이를 통해 볼 때 청소년의 경제교육이 내실있게 이뤄지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왜 우리의 경제교육은 내실있게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그 이유는 이론위주의 경제교육에서 실무위주의 경제교육으로의 전환기가 짧았기 때문이다. 사실 실무적인 경제교육의 선두인 미국도 ‘경제교육(Economic Education)’이라는 기존의 학문에 대해 ‘금융교육(Financial Education)’이라 따로 구분한 것도 10여년에 불과하다. 과거 냉전시대 기초과학이 발달한 구소련에 맞서 강조했던 이론 중심의 경제교육이 90년대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아 실용노선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런 미국 경제교육 기조의 변화는 대표적인 금융교육기관 ‘점프스타트’설립, 1999년 의회의 ‘조기금융교육법안(Youth Financial Education Act)’제정, 2002년 부시 행정부의 ‘금융교육실(Office of Financial Education)’설치 등으로 구체화됐다.

우리의 경우도 미국과 유사하다. 90년대 중반까지 성장해왔던 경제가 97년 파산선고를 받은 원인중 하나로 이론 위주의 경제교육이 질타를 받은 것이다. 이에 각 언론사와 금융기관은 실무적인 경제ㆍ금융교육에 발 벗고 나서고 있으며 증권교재가 교육청 인정도서로 최종 승인되는 등 각계각층의 노력이 활발하다. 미국처럼 이론 위주의 경제교육을 지양하고 보다 실무적인 커리큘럼으로 교육 기조를 짜고 있다. 단지 미국처럼 구체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론에 치우쳤던 우리의 경제교육은 실용적인 교육내용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사례도 그렇고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의 시련을 겪은 우리 자신의 사례를 봐서도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로스쿨의 경우를 보듯이 마치 미국의 개선책이 우리에게도 모범인 양 따르는 형태가 되는 건 아닌지, 교육이 지나치게 실용주의로 빠지는 건 아닌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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